모르는 분야를 아주 빠르게 배울 수 있는 공부모드-혠작가
메뉴에 새로운 모드가 추가되어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공부하고 배워요'(!). 이 EBS 같은 메뉴명은 뭐지 하고 눌러보니 아래 도구 이름이 '공부하기'로 바뀌었습니다 (study mode, 공부모드로도 불립니다). 새삼스러웠습니다. 챗GPT는 질문에 답해주는 선생님의 역할을 해 주고 있었는데.. 뭐가 달라진 거죠? 생각나는 대로 채권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아픈 손가락 채권...).
일단 채권에 대한 기본적인 수준을 확인하는 질문을 했습니다. 상대방의 수준을 보고 맞추어 학습시키려는 의도였던 것 같습니다. 적당히 대답하니 칭찬+독려가 나옵니다. 평소의 챗GPT라면 여기에서 끝이었겠지만.. 대답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얼마나 더 알고 있는지 확인하려 듭니다.
챗GPT 스터디 모드는 교육자의 표본처럼 움직입니다. 적절한 동기부여 멘트와,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보충설명, 나아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응용문제 제시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럽습니다.
동기 부여의 수준도 잘했어! 감이 좋다! 는 기본이고 IR 부서 직원인 줄 알았어! 거의 CFO 시야인데? 와 같이 한때 지피티 갸륵체로 유명했던 만큼 찰지고 우쭐거리게 만드는 멘트를 쏟아냅니다. 진심 없는 건 알지만 기분 좋아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ㅎㅎㅎ
문제 또한 각 개념을 단단하게 하는 실전문제, 총 정리용 연습문제 등 다양한 방향으로 출제를 해 주어서 다각도로 익힘이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각 과정을 단계별로 코칭해 주어 학생이 포기하지 않도록 이끌어줍니다.
학생도 소화할 수 있는 한계가 있는 만큼 하루 배울 것을 적당히 끊어주는 것도 중요하죠. 챗GPT 스터디 모드는 이 부분도 자연스러웠습니다. 채권의 다른 종류를 알려준 다음 요약을 하며 차이를 정리며 자연스럽게 인접 영역(ETF, 듀레이션)의 새로운 학습목표를 제시해 주었습니다.
만약 일반 챗GPT였으면 이런 대응은 없었을 것입니다. '한 세트를 온전히 마무리했다'는 보람과 함께 '듀레이션은 뭐지?' 하는 호기심까지 일으키는 완벽한 학습의 과정이었습니다. 아, 주식 처음 배울 때 챗GPT가 있었다면 정말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짧은 테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정확성 이슈는 나타났습니다. 회사 입장에서 정리하고 있던 내용에 투자자 입장의 이점이 들어가는 것으로, 아직 오류를 완전히 잡지는 못했습니다.
이렇게 일정 부분 오류 위험을 가지고 있기에 챗GPT는 당분간 독자적인 학습 수단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지식 전달 과정에서도 오류가 발생하며, 심지어 수능출제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배움에 있어서 치명적인 수준이라고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단, 챗GPT의 내용을 교재화하거나 중요한 곳에 제출할 때(리포트처럼)는 반드시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전까지 챗GPT는 단순하게 명령에 해당하는 정보를 반사적으로 쏟아내는 도구였습니다. 질문을 하면 알맞은 답을 일차원적으로 제시했고, 사용자는 정보를 얻을 뿐 이를 체화시킬 수 없었기에 부모로서도 자녀에게 챗GPT를 선뜻 권하기 어려웠습니다.
챗GPT 스터디 모드는 학습, 즉 배우고 익히는 것에 맞게 변형되었습니다. 일련의 과정에서 구조가 느껴졌고 학습자를 동기부여 하는 동시에 사고를 자극했으며 심리적인 부담요소는 줄여주어 매우 쾌적하게 무언가를 배웠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아이에게 챗GPT를 최대한 늦게 사용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이 기능은 함께 써보고 싶을 정도였고, 어른인 저 또한 매일 만날 수밖에 없는 낯선 분야를 알아갈 때 언제나 동행 가능한 튜터가 생긴 듯하여 든든했습니다.
사실 이건 잘 만들어진 일종의 GPTs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술적 임팩트가 보이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생성형 AI가 잘할 수 있는 다양한 파트들 (빠짐없이 답할 수 있고 + 정보를 인터랙티브 하게 가공하고 + 상대의 반응에 잘 공감할 수 있고)을 접합시켜 "교육"이라는 컨셉으로 상품성 있게 잘 묶어낸 사례라고 보입니다.
비록 같은 레벨에 있는 다른 기능들 (심층리서치, 웹검색)만큼의 기술적 향상은 없더라도 분명 이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기만 하면 아이들에게 스터디 모드를 쓰도록 하기 위해 유료플랜을 결제해 주시는 부모님도 있지 않을까요? 챗GPT 유료구독자 전 세계 2위가 대한민국이니, 호옥시 우리의 높은 교육열을 반영한건 아닐까 하고 근거 없는 추측도 해봅니다.
※ 관심 있으신 분 들은 클로드 포 에듀케이션, 제미나이 가이드 러닝과 같은 유사한 기능이 있으니 함께 활용해 보시기를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