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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저기도 프랜차이즈

외식 시장의 큰손, 프랜차이즈에 대하여

by 식작가

우리는 프랜차이즈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 동네에서 보이던 가게가 옆 동네에서도 보인다. 분명 우리 동네 맛집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프랜차이즈였던 모양이다. 이상하게 김이 팍 샌다. 동네 맛집이 전국구 맛집으로 변해버려서. 옆동네에서도 장사를 하는 것 보니 장사가 퍽 잘되나 보다. 내가 찾은 나만의 작은 맛집이 아니었다니. 나도 어쩔 수 없는 대중의 입맛인가 보다. 이런 경우는 참 빈번하다. 나만의 작은 맛집이 알고 보니 프랜차이즈였다는 결말.


내가 살던 대학가는 프랜차이즈 거리라고 해도 될 만큼 프랜차이즈가 넘쳐났다. 커피숍부터, 밥집과 술집까지 모두 프랜차이즈였다. 심지어 내가 스물한 살 무렵에는 '백종원'님의 브랜드가 무지막지하게 들어와서 동기들끼리 우스갯소리로 '백종원거리'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내가 살던 거리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번화가 어디를 가도 프랜차이즈가 점령하고 있다.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일관된 맛과 서비스로 거리를 거니는 소비자들을 낚아챈다. 외식업계를 지배한 프랜차이즈, 우리는 프랜차이즈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대체 왜 프랜차이즈인가


현대 프랜차이즈의 시초는 미국의 맥도날드다. 맥도날드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활용해서 전 세계로 뻗어 나가 작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버거킹, KFC, 쉑쉑, 인앤 아웃등 걸출한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이 속속 등장했지만 인지도, 매장 수, 매출 등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것은 맥도날드다. 맥도날드는 현대 프랜차이즈를 정립했다는 것과 그것이 효과적인 사업 방식이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공교롭게도 한국에서 제대로 된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것도 햄버거 브랜드인 롯데리아였다. 롯데리아를 시작으로 편의점과 치킨집이 프랜차이즈의 부흥을 주도했고 베이커리와 카페가 완연한 성공의 길로 인도했다.


사업가의 입장에서 이만한 사업 방식이 없다. 프랜차이즈는 기본적으로 본사와 가맹점으로 이루어져 있고 본사와 가맹점이 끊임없이 상호 교류를 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성장한다. 가맹점은 가맹점주의 자본으로 세워지고 본사가 가맹점 운영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을 기본 형태로 한다. 가맹점주가 노하우를 전수받는 대가로 지불하는 가맹비로 본사는 수익을 창출한다. 이런 구조에서 가맹점은 가맹점주의 자본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본사는 자기 자본의 투입이라는 리스크 없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가맹점주만 구하면 프랜차이즈의 규모는 순식간에 불어난다. 단시간에 사업 확장에 용이하고 리스크가 적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프랜차이즈라는 사업 방식을 택한 것이다. 맥도날드도, 롯데리아도, BBQ도 국적불문, 브랜드 불문 모든 프랜차이즈는 이런 대원칙 아래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어딜 가도 같은 맛, 프랜차이즈 존재의 이유


모든 거리가 프랜차이즈로 도배되는 것을 나는 원치 않는다. 그건 거리의 개성을 잃고 어딜 가나 같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니까. 아마 이건 대부분의 소비자가 공감하는 내용일 것이다. 나는 또한 기념일 같은 중요한 날, 프랜차이즈에 가고 싶지 않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식당에서 주방장이 몸으로 체득한 레시피로 만든 음식을 먹고 싶다. 하지만 거리에서 프랜차이즈가 사라지는 것을 원치도 않는다. 혼자서 부담 없이 먹을 식당이 없어지는 것이 싫다. 평범한 날, 친구와 가족과 평범한 일을 마치고 먹는 밥집이 사라지는 것은 싫다. 축구를 볼 때 프랜차이즈 치킨집에서 치킨을 시켜 먹고 싶고, 길다가 목이 마르면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무심하게 음료를 테이크아웃하고 싶다.


어딜 가도 같은 맛. 이건 굉장히 중요하다. 보장되어 있는 맛은 우리를 고민에 빠지게 하지 않는다. 큰맘 먹고 가는 레스토랑처럼 휘황찬란한 맛을 내지는 않지만 우리는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가 프랜차이즈를 가는 이유다. 대부분 우리가 지불한 만큼의 맛을 보장받는다. 우리는 흔히 말하는 돈값 못하는 식당들에 크게 데인 적이 있다. 개판이 서비스와 끔찍한 맛의 식당은 돈과 시간을 모두 버리는 일임을 몸소 깨달아 왔다. 그래서 적당히 먹을만한 식당을 찾는 것이다. 더 크고 유명한 프랜차이즈일수록 실패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낮아지고 대부분의 고객은 만족한다. 칭찬은 없을 수 있지만 적어도 비난을 하지 않는다.




프랜차이즈의 깊고 진한 그림자


요식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장님들의 꿈이 아닐까 싶다. 내 브랜드가 전국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 사람들이 내 가게의 메뉴의 레시피와 운영 노하우를 얻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 그런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프랜차이즈 본사는 우후죽순으로 세워졌다. 건강하지 못한 구조를 가진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난립하기 시작한 것이다. 10,000개의 가까운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있지만 100개 이상의 가맹점을 가진 본사는 수백여 개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본사가 단 한 개의 가맹점도 가지지 못한다. 결국 본사뿐인 깡통 프랜차이즈인 셈이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규모 자체는 굉장히 거대하지만 결국 그것을 지탱하는 기둥이 허술할 따름이다. 거대하고 발전한 프랜차이즈 시장의 규모에 놀라지만 결국 우리 눈에 보이는 게 전부인 것이다.


요식업에 처음 진입하는 사람들에게 프랜차이즈는 굉장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메뉴부터 사업의 노하우까지 본사로부터 얻어낼 수 있다.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고 성공의 경험을 구매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성공의 경험을 사기에 가깝게 판매하는 본사들이 있었다. 신생 프랜차이즈 업체였지만 온갖 감언이설로 가맹점주들을 모집했고 엉성하기 그지없는 사업운영으로 모두를 파멸의 길로 이끌었다. 지금에서야 가맹사업 관련 법들이 제정되었지만 아직 가맹사업이 생소하던 시절, 법조차 명확히 규정하지 못한 그것을 이용하여 많은 이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본사의 성공의 경험을 살 수 있다는 달콤한 제안은 곧 실패를 떠안을 수 있다는 위험으로 돌아갔다.




프랜차이즈가 지나간 곳에 남는 것


치킨 시장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주름잡고 있다. 훌륭한 실력을 갖춘 동네 치킨집들이 군데군데 존재하지만 우리가 배달시켜 먹는 대부분의 치킨은 프랜차이즈에서 나온다. 그들이 시장을 지배한 사이 치킨 값은 치솟았고 프랜차이즈가 아닌 많은 매장들이 사라졌다. 그렇지만 치킨 시장 자체는 훨씬 비대해졌다. 동네 치킨집은 사라졌지만 더 많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난립하면서 각자의 경쟁력을 위해 다양한 치킨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선택의 폭이 오히려 넓어진 것이다. 양념과 후라이드가 전부였던 시장이 갖가지 맛의 치킨으로 무장하기 시작했다.


프랜차이즈가 지나간 곳에는 치킨 시장처럼 흔적이 남았다. 프랜차이즈가 지나간 시장은 규모가 거대해졌고 그 거대해진 규모에 많은 이들이 수혜를 봤다. 후발주자들은 넓어진 시장에서 가능성을 획득했고 소비자는 다양한 선택지와 보장된 맛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위에서 말한 국내 프랜차이즈의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와 독과점, 소상공인 죽이기, 시장의 획일화 등의 어두운 면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이제 와서 단점만을 들먹이며 프랜차이즈의 불꽃을 꺼트릴 수는 없다. 이미 외식업과 프랜차이즈는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며 성장해왔다. 나는 프랜차이즈의 순기능을 믿는다. 내 소비습관과 식습관에는 프랜차이즈가 꼭 필요하다. 나와 같은 소비자들이 많았으니 프랜차이즈는 지금까지 군림할 수 있었다. 이제 성장은 충분하다. 잠시 그 성장을 멈추고 어두운 면을 걷어낸다면 더욱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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