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덩이

by 식작가

웅덩이 배회하며 오고갔을
수천개의 단어들
그 단어들을 곱씹은 우리를
맑게 투영한 웅덩이

배회하는 우리도
곱씹어진 단어도
영원히 그 자리에 없지만
웅덩이는 모든 것을 기억한다

이제는 호숫가가 되어버린 웅덩이
아직도 시절 속 우리는 존재한다
호숫가 표면에서 희게 웃으며

빛바랜 너를, 네 옆에 나를 만나러
웅덩이로의 잠수
일렁이는 수면에
우리는 두번째 소멸을 맞이했고

침몰한 나는
너 없이 혼자서
세 번째 죽음을 곱씹었다

202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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