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아마 외로움이었습니다

by 식작가

저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혼자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하죠. 시간이 날 때면 침대에 이불을 덮고 누워 드라마를 몰아보곤 합니다. 제 낙 중 하나 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의 낙이기도 할 것입니다. 여유가 된다면 돈을 차곡차곡 모아 머나먼 나라로 혼자서 떠나는 것도 제 오랜 소망 중 하나 입니다. 이렇게 보면 혼자가 된다는 것에 딱히 거부감이 있는 것 같지는 않네요.


그렇다고 제가 늘 혼자인 삶을 보낸 것은 아닙니다. 양친이 모두 계시고 운 좋게도 모난 것 없는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일가친척이 꽤 많아 명절이나 가족행사가 있으면 북적거리기도 했습니다. 친가에서는 막내로, 외가에서는 맏이로 나름 이쁨을 받고 자라기도 했구요.


어렸을 때 이사를 몇 번 다니면서 평생에 걸친 친구 하나 없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학교를 옮기면서 좋은 친구들을 여럿 사귀고 우정을 나눴더랍니다. 제가 발이 넓고 이곳저곳 모두에게 관심을 쏟을만큼 대단히 정열적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제 사람에게는 살뜰히 대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제가 스무살이 되고 대학 생활을 하면서도 딱히 변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맞는 몇몇의 사람들과 술잔을 부딪히며 하루가 멀다하고 얼굴을 빨갛게 달궜습니다. 하고 싶었던 일을 걸림 없이 해 본 것도 처음이었지요.


이 정도면 사람을 꽤 좋아한다고 볼 수 있으려나요.


그래도 전 혼자가 조금 더 좋은 것 같았습니다. 흔히들 그러지 않습니까. 사람을 만나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 있고 잃는 사람이 있다고. 아무리 봐도 전 후자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에 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반드시 혼자서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만나는 사람이 누구이며, 어떤 자리에 있는지는 딱히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만난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저와 만났던 사람들이 서운해하려나요. 심지어는 때때로 가족도 해당하니 뭐, 별 수 있을까요?


그런데, 그런데요 가끔 저는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할 때가 있습니다. 한없이 쳐지고, 음울해집니다. 가슴이 콱 막혀 답답한 것 같고 어디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기분. 그냥 내가 기복이 있는 감정의 샘을 지녔구나 싶었습니다. 수위가 마구 변하는 변덕스러운 샘물을 품고 사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요, 정말 그런데 이건 요즘 드는 생각입니다.


그건, 아마 외로움이었습니다. 지독한 외로움.


저는요 외로움에 사무친 적이 없다고 자부했습니다. 이 얼마나 오만합니까. 내가 나를 다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어떻게 자부할 수 있을까요. 외로움을 느끼지 못한 것이 아니라, 외로움이 무엇인지 몰랐던 것 뿐인데 말이죠. 일 개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감정조차도 그것이 무엇인지 전부 몰랐던 것입니다. '외로움'이라는 단어는 알았지만 그 단어가 어떻게 한 명의 인간에게 다가올 수 있는지, 그것에 무지했던 것입니다.


저는 가끔 외롭습니다. 의도치 않게 혼자 있을 때도, 의도해서 혼자 있을 때도 외롭습니다. 사람이 고픈 것 같습니다. 몸이, 마음이 가까운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가 봅니다. 군중 속에 고독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딱 제게 해당하는 말인 것 같네요. 숱한 사람 속에 파묻혀 있어도, 입이 마르도록 말을 주고 받아도 외로운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혼자 있고 싶습니다. 누군가 이 갈증을 해소해주길 바라면서도 혼자가 좋습니다. 참 지랄맞은 인간이죠. 혼자가 좋으면서도 외로움을 타는 몸이라니.


나를 완벽히 이해해서 말 조차도 필요 없는 사람이 있다면 덜 외로울까요. 그런데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있을까요. 당장 나조차도 내가 외로움을 타는 것도 모를만큼 스스로에게 무정한데 누가 나를 전부 다 알까요. 내가 외로운 이유도 나를 머리부터 발 끝까지 이해해줄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요.


신도 무심합니다. 혼자가 좋게 만들었다면 외로움을 타지 않게라도 해주지. 하지만 전 그럼에도 외롭습니다. 누구와 있어도 나 혼자라는 기분. 하지만 그건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나 하나 밖에 없으니 그런 나를 완벽히 이해해줄 누군가 따위는 없는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하렵니다. 모두가 외롭다고. 모두가 모순된다고.


합리화라고 할까요. 그래도 외롭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지금까지 어찌저찌 잘 살아왔고 외롭긴 해도 죽도록 외로운 것은 아니니까요. 정지된 외로움 속에서 잠시 갇혀있더라도 나를 티끌이나마 이해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니까요. 그렇게 이해된 내 티끌들이 모여 어딘가에서 내가 되어 걸어다니겠죠. 저는 그렇게 걸어다니는 저를 만나서 외로움을 삭제시키고 싶습니다.


보통은 잘 견딥니다. 나는 나 자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살아왔으니, 다시 이렇게 살아가겠죠. 그래도 오늘은 써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내 외로움에 관하여, 외로움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