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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작가 Mar 19. 2023

기억하신다면

눅눅한 공기가 자욱한 지하

그 반지하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

그것은 계절을 타지 않는다

계절의 힘이 미쳐 다하지 못하는 곳에 지하가 있다


끈적하다

아 아무리 청소를 했어도 코를 찔렀다

지하를 가보셨다면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실 겁니다

나도 잊지 못하니

세상의 모든 지하에 당도할 때마다 잊지 못하십니다


오른쪽 안쪽 오른쪽

커피는 힘이 강한 유기체라 생각했습니다

갈아서 곱게곱게 갈아서 공기에 흩뿌려지면 

아무도 막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로 그런데

커피가 섞인 것입니다

지하와 섞여서 특질이 되었다

지하와 커피는 우리가 품은 지하의 특질이 되었습니다


때로는 지하가 아니어도 지하의 냄새가 날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지하도 보다 더 지하 같기도 합니다

어김없이 커피가 섞인다면 어림없이 우리의 지하가 생각납니다


기억하신다면

그때도 지금 그랬을 날들도

우리 지하가 떠오를 겁니다


떠올라야 합니다

나도 이렇게 떠올리니까

떠올리는 것보다 기억나야 합니다

기억하셔야 합니다


찬란했을 우리의 지하에서

자뭇 거뭇하게 피어올랐을 


기억하신다면

기억하신다면 

기억만 해주오


내가 지하에 갈 그 날까지

그냥 기억만. 



2023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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