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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작가 Jun 13. 2023

우리는 간다, 팝업스토어에

우리가 가고 싶어하는 팝업스토어에 대해서

  치고 빠지는 팝업


  팝업스토어. 분명 어디서 들어봤고 대충 무슨 말인지도 알 것 같았만 그렇다고 또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는, 팝업스토어는 내게 그런 것이었다. 유동인구가 많다 싶으면 어디든 불쑥 찾아갔다 또다시 불쑥 사라지는 팝업스토어. 최근에서야 입에 붙게 된 단어인데 요즘 이 단어를 사용하는 빈도가 점점 늘어난다.


  사전적 정의를 찾아본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대충 기간제 매장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얼추 맞는 개념이었다.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어떤 브랜드든 상관없다. '잠깐' 여는 '현실' 매장.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러 분야의 팝업스토어가 있기에 당연히 외식과 식품 관련된 팝업스토어도 상당히 많았다. 이런 외식, 식품 분야의 팝업스토어는 제한적인 운영과 더불어 전통적인 매장들과는 아주 상이했음에도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우린 줄을 섰고, 번호표를 뽑았다. 팝업스토어가 주도하는 흐름에 몸을 맡겼다. 


  

  팝업스토어, 새로운 놀이공원


  팝업스토어, 그중에서도 외식과 식품에 관련된 팝업스토어는 전통적인 방식의 매장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외식과 식품의 제1순위인 음식보다는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팝업스토어에서 방문하는 소비자들은 음식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장에 방문하는 것 자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줄 서는 팝업스토어에 출석 도장을 찍은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음식과 함께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끔 한다. 사진도 찍고, 다른 굿즈와 상품들도 구매하고, 실제로 체험을 하기도 한다. 음식이 곁들여진 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고, 사진을 찍고, 미션을 수행하면서 브랜드를 경험하고, 입까지 즐거운 것. 소비보다는 놀이에 가까운 행위들이다.   


  후술 하겠지만 이건 팝업스토어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팝업스토어는 전통적인 매장들에 비해 훨씬 자극적이다. 단시간 안에 다수의 소비자의 오감을 만족시켜야 한다. 높은 자극은 손님을 끌어모으기에 제격이지만 재방문을 유도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자극에 쉽게 질리니까. 하지만 상관없다. 팝업스토어니까. 짧게 치고 빠지니까. 


  

  팝업스토어의 속사정 


  팝업스토어는 재방문과 꾸준한 수익 창출이 목적이 아니다. 극단적으로 방문객을 끌어모아 팝업스토어 안으로 유도하면 된다. 팝업스토어 안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휘황찬란한 놀잇감을 보여주기만 한다면 반은 성공한 것이다. 하다못해 브랜드를 기억만이라도 한다면 성공한 것이다. 팝업은 그런 것이다. 불쑥 나타나서 깊은 인상을 주고 빠지는 것.    


  사실상 대규모 오프라인 홍보 행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체험을 통해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소비자들에 의해 브랜드와 사업이 홍보되게 한다. 입소문을 타고 널리 널리 퍼지면서 팝업스토어라는 전초기지를 통해 브랜드를 알려나간다. 


  어느 정도 인지도 있는 브랜드들이 신제품을 홍보하거나 자신들의 새로운 사업이나 브랜드를 알리고자 할 때 애용하곤 한다. 그들이 가진 인지도와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소비자층을 끌어모을 수 있다. 신생브랜드들의 팝업보다 기존 브랜드들의 팝업이 더 효과적이고, 더 무섭다. 


  콜라보레이션도 팝업스토어의 묘미 중 하나다. 콜라보는 생소하지만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확실히 각인시켜 주기 때문에 팝업스토어와의 궁합이 잘 맞는다. 콜라보 자체가 하나의 놀이처럼 소비되어 소비자들에게 경험을 선사하므로, 그 놀이를 팝업스토어라는 놀이터에서 선보이는 경우가 많다. 콜라보의 의도 자체가 홍보성을 띄고 있는 경우가 많아 팝업스토어의 목적과도 궤를 같이 한다.     



  우리는 한정판에 약하다


  팝업스토어는 필연적으로 한정판의 성격을 띤다. 이러한 제한적인 운영 기간은 우리를 더욱 미치게 만든다. 붐비는 사람과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면서 우리는 초조해한다. 게다가 정해진 영업 기간 때문에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영영 갈 수 없다. 팝업스토어는 우리의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한다. 우리는 늘 한정판에 약하다. 설사 그것이 공간일지라도


  이런 팝업스토어의 성격은 운영하는 브랜드 입장에서도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한다. 압축적인 자극을 한 공간 안에 욱여넣으면서 발생하는 문제들, 가령 재방문율이 떨어진다던가 소비자가 쉽게 질린다던가 하는 것들을 타파해 나갈 수 있다. 굳이 재방문을 유도할 이유가 없다. 그저 브랜드를 기억해 주고, 브랜드를 소비해 주면 된다. 매장 한 개의 지속적인 매출에 휘둘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덕분에 영구적으로 매장을 열었을 때의 위험 부담은 최소화하고 단기간 성적에 더 집중할 수 있다. 기존의 외식, 식품 매장에서 볼 수 없었던 고강도의 자극은 팝업스토어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가 상호 합의한 최적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광고의 혁신, 팝업스토어 

   

  물론 직접적인 판매 수익을 목적으로 한 팝업스토어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하는 대부분의 팝업은 이름이 알려진 브랜드들이며, 이들 브랜드는 단기적인 수입보다 장기적인 브랜드 홍보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일방적으로 광고를 하는 시대는 지났다. 소비자가 제 발로 광고의 영역에 들어오게끔 한다. 뉴미디어와 SNS를 통해서 팝업스토어를 홍보하고 소비자들은 앞다퉈 팝업스토어로 향한다.  


  우리는 과거의 그 어떤 세대보다도 경험을 중요시하는 세대가 되었다. 소비라는 행위에 경험이 붙어 있다면 그 어떤 것도 감수한다. 팝업스토어는 그런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다. 브랜드 콘셉트에 맞게 꾸며진 3차원의 공간 안에서 매력적인 경험을 판매한다. 우리는 그런 경험을 구매하면서 나도 모르게 해당 브랜드를 머릿속에 각인시킨다.


  우리는 온라인을 사랑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오프라인의 존재들이다. 팝업스토어의 '팝업'과 인터넷 팝업창의 '팝업'은 같은 뜻이다. 불쑥 등장하는 것. 그리고 금세 사라지는 것. 그러나 우린 인터넷 팝업 광고는 귀찮아 하지만 팝업스토어는 좋아한다. 결정적인 차이는 경험의 유무다. 일방적인 홍보가 아닌 직접 피부로 느끼는 경험이 주는 차이다. 서로에게 나쁠 것이 없어 보이는 팝업의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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