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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는 이제 사치가 아니다 2

외식과 나의 이야기

by 식작가

스타벅스는 어떻게 국내 커피시장에서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나.


내가 과제를 했을 당시, 스타벅스보다 저렴한 국산 프랜차이즈들은 널려 있었다. 우리가 지금 익숙한 브랜드 대부분이 스타벅스보다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팔았다. 하지만 지금은? 슬금슬금 가격을 올리더니 어느새 스타벅스와 비슷하거나 비싸다. 아예 가성비 전략을 사용한 초저가 프랜차이즈를 제외하면 대다수가 스타벅스와 음료가격을 나란히 한다.


더하여 국내에 스페셜티 커피 열풍이 불고 소위 말하는 인스타그래머블한 개인 카페들이 등장하면서 커피 한잔의 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아메리카노 한잔에 7,000~8,000원은 가볍게 넘었다. 커피에 조예가 깊은 매장이라면 맛은 보장된다. 하지만 카페의 기본을 다하지 못하고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부르는 경우도 종종있다. 이렇게 가격이 의미 없어진 시점에서 스타벅스가 가진 무기는 총 세가지였다.


직영점, 마케팅, 공간





어느 지점이나 균일한 맛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확신. 이건 꽤 무서운 무기가 되었다.


스타벅스는 전 매장이 직영점이다. 매장마다 사장님이 아닌 점장이 존재하고 본사 관리 아래에서 이뤄진다. 직영점은 시스템 구축이 어렵고 사업 확장이 힘들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국내 진출을 한 1999년, 이미 스타벅스는 공룡이었고 그들과 손잡은 국내 업체 역시 유통의 거함이었던 신세계였으니 말이다. 전 매장이 직영점이라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가맹점들에 비해 훨씬 균일한 서비스와 음료를 제공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진리인 변함없는 맛과 서비스를 보다 충실히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점점 깨닫기 시작했다. 여러 카페를 돌고돌아 혀와 다리가 고생했던 상처를 하나씩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실패하지 않는 음료의 맛, 균일한 서비스, 앉을 수 있는 좌석을 제공하는 스타벅스의 음료 가격은 서서히 합리적으로 보였다. 그즈음해서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던 사치품이라는 인식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소비자들이 마케팅의 덫에 걸려들었다.


스타벅스의 브랜드 마케팅을 보고 있으면 감탄이 나온다. 'STARBUCKS'라는 상표와 세이렌이 그려진 로고가 박혀 있으면 어딘가 세련되어 보이고 촌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MD상품이었다. 그중에서도 매해 기록을 써내려가는 것이 E-프리퀀시 이벤트다. 일정량 이상의 음료 잔수를 채우면 사은품을 증정하는 행사인데 전산 오류를 일으킬 만큼 인기를 끈다. 시즌 다이어리부터 유행하는 캠핑용품까지 트렌드에 맞춰 소비자가 혹할 MD상품을 만든다. 심지어 E-프리퀀시 이벤트로 증정하는 MD상품은 따로 판매하지 않는다. 한정판이라는 단어가 어찌나 유혹적이던지.


이미 영향력 있는 브랜드였던 스타벅스와 마케팅이 만나면서 현재의 브랜드 파워를 만들었다. 일상에 스며들면서도 지루하지 않았다. 사치와 허영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던 스타벅스는 그렇게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이 밖에도 꾸준한 신메뉴 출시과 마케팅, 계절별 MD제품, 참신한 콜라보 등을 통해서 굳히기에 들어갔다. 이제 스타벅스는 브랜드 자체가 마케팅 포인트가 되었다.




나는 앉고 싶어서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간 적이 더러 있다.


카페의 기원을 찾아서 거슬러 올라가면 커피를 마시며 정치적인 토론을 하고 문화/예술인들이 모여드는 대화의 장이었다. 스타벅스는 그런 의미에서 전통적인 카페를 충실히 계승했다. 많은 좌석을 두면서 소비자가 커피를 앉아서 마시고 가는 것은 지향한다. 아무리 작은 매장이어도 꽤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전 매장에 와이파이가 있고 여기저기에 콘센트가 달려있다. 공부하는 고객, 오래 앉아 이야기 하는 손님을 내쫒지 않는다. '경험과 문화를 판매한다'라는 하워드 슐츠의 철학이 잘 묻어나는 대목이다. 이는 개인카페의 값비싼 음료와 불편한 좌석, 직원들의 눈치에 지친 소비자들을 다시 스타벅스에 앉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렇게 스타벅스는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했다. 브랜드 파워가 높지만 부담스럽지도 않았다. 누구와 가도 이상하지 않으며 대화를 나누기에도, 공부를 하기에도 좋았다. 소비자들이 드디어 4,500원 아메라카노값 속의 원두값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릿값도 포함되어 있음을 스스로 꺠달았다. 일종의 공간대여료의 개념이 포함되었음을 알았다. 4,500원이 그리 아깝지 않다고 느낀 소비자가 많아진 것이다.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는 슬픈 이야기


최근, 스타벅스 코리아는 완전한 한국기업이 되었다. 미국 스타벅스가 가지고 있던 지분을 신세계가 전량 매입하면서 한국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면서 여러 지적들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스타벅스 미션에 어긋나는 테이크아웃 전용매장을 오픈하고, 부실 메뉴/MD상품, 종이 빨대문제 등이 터지면서 스타벅스가 가진 고유의 가치를 상실한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 이런 지적과 흔들림에도 여전히 스타벅스는 업계에서 적수가 없다. 앞선 이유들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태의 고향만두가 그랬고 농심의 신라면이 그랬다. 각자 비비고와 진라면이라는 경쟁자에게 따라잡힐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단단한 입지도 언제 무너지질지 모른다. 더욱이 트렌드의 변화가 극심한 외식 업계에서라면 말이다. 스타벅스의 애용자로서 아직 브랜드 이탈에 대한 고민은 없지만 이런 아쉬운 행보가 쌓인다면 언제 등을 돌릴지 모른다. 제아무리 업계의 공룡이라도 할지라도 소비자는 매정하다. 일시적인 흔들림일지 브랜드 전체의 명운을 건 위기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10년 뒤에도 스타벅스는 한국 커피업계에서 지금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스타벅스는 이제 사치가 아니다 1' 부터 읽으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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