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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작가 Aug 07. 2022

비비고는 왜 비비고일까 2

외식과 나의 이야기

  '비고는 왜 비비고일까 1' 읽고 오면 좋습니다



  비비고와 고향만두의 사례는 이제 외식업계에서 유명한 사례로 남았다. 프리미엄 전략이 이토록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증거였다.



  우리는 잘 먹고, 잘 살고 싶었을 뿐이다.


웰빙


  10년도 더 된 단어지만 지금까지의 외식시장을 주도한 트렌드임은 분명하다. 더 건강하고 믿을만한 먹거리를 먹고자 하는 10년 전 소비자들의 욕구는 10년 뒤 냉동만두 시장을 바꿀만큼 영향력이 있었다. 본디 건강하고 믿을만한 먹거리에는 추가적인 비용이 딸려오기 마련이다. 소비자들은 더 질좋은 음식을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어색함을 느끼지 않았다. '웰빙'이 외식에 미친 가장 큰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더 건강하거나, 혹은 더 질 좋은 음식을 먹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덕분에 소비자의 수준이 올라가면서 '맛있는' 고향만두에서 '가성비의' 고향만두로 변했다. 고향만두 앞의 수식어가 변하는 그 순간, 프리미엄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생겼다. 고향만두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씹는 맛. 냉동만두의 한계처럼 느껴졌던 공허함을 극복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만두 한개의 단가를 올리면서까지도 속이 꽉찬 만두를 만들었다. 만두의 핵심재료인 돼지고기가 비로소 냉동만두에서 씹히기 시작했다. 조금 비쌌지만 크게 상관없다. 그동안 사먹었던 제품보다 맛있으면 그만이다.


  소비자들은 간단하게 먹는 냉동식품 하나 마저도 잘 먹고 싶었다. 기왕 먹는거 더 맛있고, 더 고급스럽게. 편의점 냉동고에만 쌓였던 냉동만두가 일반 가정집 냉동고에 채워지고 주부들은 마침내 냉동만두가 맛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런 주부들 밑에서 길들여진 어린 소비자들이 자취생이 되자 스스럼 없이 냉동고에 냉동만두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냉동고 속에 채워진 만두들은 비비고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해태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해태도 손을 빨고만 있지 않았다. 익숙함과 전통으로 무장했던 그들이었지만 위기를 느꼈다. 각종 지표들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부랴부랴 패키지를 바꾸고 프리미엄 전략을 내밀었지만 이미 늦었다. 비비고가 새로운 전통이 되었다. 언제나 경쟁자를 상대로 방어했지만 이제는 도전자의 입장에서 제품을 내놓았다. 비비고는 한동안 왕좌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압도적인 수치로 경쟁자들을 찍어 누른다. 해태는 언제쯤 다시 영광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까.




  비비고의 브랜드 디자이너는 알았을까.

 

  비비고 탄생의 주역들은 몰랐을 것이다. 비빔밥 레스토랑이 아닌 냉동만두가 대표 제품인 간편식 브랜드로서 살아남을줄. 비비고는 애초에 해외시장을 저격했던 브랜드답게 발음이 참 쉽다. 받침이 없어 누구나 쉽게 발음하고 기억할 수 있다. 냉동만두와 비비고는 그닥 연관성이 없어보이지만 상관없다. 스타벅스는 커피 용어가 아닌 소설 속 등장인물에 불과했다. 비비고의 그것은 의도가 무엇이었든 브랜드 자체의 큰 강점이 되었다. 초기 브랜드 설계 시 계획했던 것 중에 이것 하나만 살아남지 않았을까 싶다.




  10년 뒤에도 우리집 냉동고에는 비비고가 있을까  

  

  프리미엄이 대세였던 외식시장은 이제 움츠러들고 있다. 치솟는 물가 덕분에 소비자들이 지갑 열기를 망설인다. 물론 새로운 전통으로 군림한 비비고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아보인다. 불어오던 프리미엄의 바람은 이제 약해지고 있다. 이미 몇몇 소비자들은 '가성비의' 고향만두로 회귀했을지 모른다.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기를 때우는 '편도족'은 이제 낯선 말이 아니다. 점점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소비 패턴이 등장하고 있다. 프리미엄 열풍이 해태에게 치명타로 돌아갔던 것처럼 '편도족'은 다시 해태에게 기회일지도 모른다. 과연 해태는 왕좌를 탈환할 수 있을까. 비비고는 그 왕좌를 지킬 수 있을까. 나는 10년 뒤에도 비비고 냉동만두를 에어프라이어에 돌리고 있을까.



'비비고는 왜 비비고일까 1'를 읽고 오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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