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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작가 Sep 19. 2022

고목

긴 세월 속 강직했던 고목에
조막난 좀벌레들이 생기고
흠집이 생기는 것을 보며
아, 이것은 고목이었지 하고
한번 부드러이 쓰다듬는다

해마다 푸른 잎 피던 고목에
잎이 힘을 잃어 떨어지고
색이 바래는 것을 보며
아, 이것은 고목이었지 하고
또 한 번 부드러이 쓰다듬는다

장승같은 고목을 보며
내가 기대었던 고목을 보며
진실로 이것은 고목이었구나
이제는 내가 고목이 되어야겠구나
고목의 고목이 되어야겠구나
그러면서 다시 한번 더
이것은 고목이었지 하며
조금은 슬프게 쓰다듬어야겠다



20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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