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스스로에 대해
꽤 잘 안다고 생각했다.
어느덧 많은 시간이 흘렀다.
같은 상황에서 다르게 반응하는
나에게서 낯설음을 느낀다.
두터워진 고집의 층만큼
감정의 층은 얇아져 있었고
언제나 강건할 것만 같았던
신체는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변해가는 나 자신을
인정하는 게 힘들었다.
그 점진적인 변화를 깨닫는 게 어려웠다.
내 마음같지 않은 사람과 환경에 대한
바램과 기대를 내려놓는 건
고된 과정이었다.
스스로를 재정의하고
재건하는 건 진행형이다.
말을 아끼고 마음을 넓히고
욕심을 내려놓고 삶을 관조하는 것.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구분할 줄 아는 것.
이제 겨우 걸음마를 떼었다 생각했는데
매순간 그 결정들에 대한
확신을 요구받는다.
인생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불혹으로 가는 그 한걸음 한걸음 끝에
아주 조금이라도 단단해지고 성숙한
내가 기다리고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