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었다.
이 세상에 홀로 서 있는 듯한 날.
안 좋은 일이 내게 다 몰려온 듯한 날.
안팎으로 벌어진 사태를 수습하느라
한참 뒤에야 어머니의 부재 중 전화를
확인했다.
"정신이 없어 생일이 지난 지
이제 알았다.
미역국은 챙겨먹었니?"
온갖 악재에 진이 빠진 내게
안부는 지극히 사소한 것이었다.
"일하느라 바빠서
그런 거 챙길 여유 없어요.
요즘에 안 좋은 일도 많아서
괴로워 미치겠어요"
잠깐의 침묵 뒤에 들려온
어머니의 말 한 마디.
"누가 뭐래도 나는 너를 이 세상에서
제일 귀하게 키웠다.
너의 생일이 하찮게 느껴진다는 게
너무 괴롭다"
그 한 마디에 무너진다.
일을 하며 중요하게 여겨왔던
가치들이 있었다.
책임감. 헌신. 인정.
그 것을 지키느라...
나를 지키느라...
주변이 아픈 줄 몰랐다.
흔하디 흔한 그 말에
진하디 진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잊지 말자.
나도 당신도 모두
누군가에게는 제일 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