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을 져야하는것!
아이야!
엄마의 오지랖 뒤에 숨어있던 허세(虛勢)는 실력이나 실속은 없으면서 겉으로만 뭔가 있어 보이려는 척, 착한 척, 아는 척하는 거란다.
착한 척! 도움을 주는 척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엄마가 신혼 때 친구에게 도움을 주려던 행동이
가진 게 없으면서 생색은 내고 싶고, 좋은 사람이라는 인정은 받고 싶어서 부린 허세였다는 생각이 든다
신혼 초 너를 낳고 얼마 후 중고차를 선물 받게 되었는데 친구가 그 소식을 듣고는 보험회사 교육을 받고 있다며 수료하면 직원코드가 나오니 수료할 때까지 보험 가입을 기다려 달라는 부탁을 했어
엄마는 흔쾌히 그렇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지
'친구의 1번 고객이 되어주고 싶다'라며 의미 부여를 하면서 친구가 많이 고마워할 것이라고 잔뜩 기대를 하고는 아빠를 설득했단다.
왜냐하면 친구가 수료할 때까지 아빠는 3일 정도 무면허인 상태로 출퇴근을 해야 했기 때문이지
친구가 힘든 상태에서 어렵게 시작한 사회생활에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등 의미를 크게 부풀려가며 아빠를 설득했고 결국 아빠는 무보험 상태로 차를 운전하고 다녔지.
그러다가 아빠가 교통사고를 내게 되었어. 우회전하는데 옆에 있던 오토바이를 못 보신 거야. 그래서
오토바이 운전자분이 골절 사고를 당하시게 되었단다.
보험가입이 안되어 있기에 아빠가 개인적으로 합의를 봐야 했는데 합의금으로 1,200만 원이 필요했어.
그때 엄마는 전업주부였고, 아빠 월급이 세전 70만 원이 안되었단다. 우리가 살고 있던 신혼집 전세 자금이 800만 원으로 그중 500만 원은 은행에서 대출받은 상태였기에 합의금은 우리 전재산보다 훨씬 큰돈이었어.
그때 느낀 엄마, 아빠의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
친구에게 좋은 친구로 기억되고 싶다는 인정 욕구, '이 정도는 도울 수 있다'는 능력이 있는 척, '남편을 내가 설득할 수 있다는 척'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
엄마의 허세였던 거야
허세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예상하지 않으며, 보고 싶은 것만 단편적으로 보면서 아빠에게 억지 부리며 좋은 친구, 괜찮은 친구로 남고 싶었던 자기만족이었던 거야
결국 엄마의 허세로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와 너까지 경제적으로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을 한참이나 보내게 되었지.
그때 크게 배운 게 두 가지가 있단다.
첫 번째는 도와주려고 결정했을 때는 그 행동에 따르는 결과까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거야.
긍정적인 부분만 보고 결정한 일이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을지라도 다른 사람에게 핑계를 대면 안 된다는 것이지.
친구를 원망해도 안 되는 게 친구는 부탁을 한 거고 그 부탁을 들어줄지 말지는 엄마가 결정한 거잖아.
엄마가 엄마 만족으로 의미를 부여하며 좋은 친구로 남고 싶다는 자기만족, 인정욕구를 충족하고자 결정하고 행동한 것이니 친구 탓을 하면 안 되는 거지.
그리고 두 번째는, 스스로 자책을 하면서 생긴 부정적인 감정을 다른 사람 특히 아빠나 너에게 전이하면 안 되는 거지.
엄마의 허세 때문에 힘들어진 일로 가족들에게 또 다른 어려움과 불편함을 추가로 주게 되면 더 큰 후회를 하게 될 것 같았거든.
그래서 미안함과 죄책감, 미래가 안 보이는 슬픈 감정은 빨리 털어내려고 노력했단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절약하며 아끼고 살면서 웃음이 있는 가정이 될 수 있게 많이 웃으려고 노력했어
그렇게 10여 년 가까이 지나니 경제적인 문제도 해결되고, 웃음이 있는 가정, 친구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어.
아이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면 그 상황을 잘 성찰해봐야 해.
긍정적인 면만 보면서 내가 좀 낫게 보이고 싶은 우월감, 좋은 사람이라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 착한 것처럼 보이고 싶은 허세가 숨어있는지 꼭 확인해 보렴.
상대방이 네 마음을 몰라줘도 아무렇지 않을 때,
네 스스로 인정이 될 때,
예측하지 못했던 부정적 결과가 발생해도 다른 사람 탓을 안 하고 스스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마음이 생겼을 때 행동으로 옮기는 거란다.
그리고 부득이 안 좋은 일이 생겼다면 그 상황에 함몰되지 말고 불편한 마음으로 일을 크게 확장하지 말아라.
자책하며 생길 수 있는 부정적 감정으로 너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더 오래 힘들게 하지 말길 바란다.
일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지만, 사람의 마음에 남게 되는 감정은 평생 갈 수 있고, 지금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기에 되도록 지금 좋은 감정을 나누도록 하자
결국 도와준다고 한 행동은 자신의 만족을 채우는 일인거야
내 스스로 만족했으면, 그랬으면 된거란다
도와주는 척하는 '도덕적 허세'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려무나~
네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너의 본성과 부합해서 감당할 수 있거나 너의 본성과 부합하지 않아서 감당할 수 없는 일이거나 둘 중의 하나다.
전자의 경우에는, 당연히 너는 불평하지 말고 그것을 감당해야 한다. 그런데 후자인 경우에도 불평하지 말라.(중략)
불평하지 않는 것이 네게 유익이고 너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면, 모든 것을 참고 감당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모든 것이 너의 생각에 달려있기 때문에, 그렇게 했을 때 너의 본성을 따라 모든 것을 감당해 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주 1)
주 1)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현대지성
사진. ko_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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