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있겠지.....

나에게 온 이유

by 버들s

'이유가 있겠지.......,

나에게 온 이유가 있겠지......'



"기분 안 나빴어?

샘에게 도움을 받았으면 그러면 안 되지...

샘한테 잘해야지...

샘은 우주에서 도울 거야"

점심시간에 동료에게 들은 말이다.


'우주에서 돕는다'는 말에 한참을 웃었다.

'엄유' 공저 모임을 하며, 철학 책을 읽으며 '인간은 우주의 점으로 존재한다', '사람마다 자신의 우주를 가지고 있다', '우주만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등의 말을 듣고, 읽으며 '우주'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그 '우주'라는 말이 점심을 먹다가 뜬금없이 동료 입에서 나온 것이다.


'우주에서 돕고 있다'


최근 나는 무례한 일, 아니 무례하게 보일 수 있는 일을 겪었다.

그 상황을 알게 된 친한 동료의 반응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상황이 이해되었고, 그 상황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기에 잠시 당황은 했으나 기분이 나쁘거나 화가 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동료들의 얘기를 들으며 내가 화가 났어야 하는 상황일 수도 있었구나, 근데 왜 화가 나지 않았지?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요즘 나는 내 모습, 내행동을 돌아보면서 행복에 대해 '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한 거야'라고 정의를 내려보기도 하는 건 요즘의 내 모습이 낯설기 때문이다.


내가 겪고 있고 해야 할 일들에 감정을 넣지 않고 있는 생소한 내 모습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소확행'이라며 매번 의미를 부여하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애썼고 새로운 일을 맡게 되면 좋을 결과를 상상하며 좋은 것이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어가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다.


그런데 최근 내 입에서 행복하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행복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행복에 연연하지 않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듯이, 어떤 상황에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있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원래 화를 잘 내지 않지만 속으로는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요즘 그런 느낌이 없다.


어이없는 일을 당해도 잠시 당황할 뿐 그 일에 감정을 부여하거나 감정을 담아서, 그 감정에 내가 끌려가지 않는다.

'감정이 선택하게 하지 말라, 감정에 끌려다니지 마라'라는 말을 깊게 새겨서일까?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변해가고 있다.


연초이다 보니 올해 내가 새롭게 해야 하는 일들이 맡겨지고, 새로운 주제의 강의 의뢰도 들어오고 있다. 예전 같으면 처음이라는 생각에 두렵고 겁나서 할지 안 할지를 고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결정했는데 요즘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감당이 가능한 일인지 결정하는데 '두렵다거나 겁난다'는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냥 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안정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동료의 '우주에서 돕는다'는 말을 들으며 엄마가 말해주셨던 '공기에 찍혀'가 떠올랐다.

결이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오랜 세월 절에 다니셨고, 절에서 생활도 하셨기에 나는 엄마를 통해 법문을 듣고 살았다.

엄마의 법문 중에 내게 각인되어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말이 두 개가 있다.


"네가 하는 말과 행동이 그대로 공기에 찍혀! ""도움을 주었을 때, 도움을 준 사람에게 받으려고 하지 마!"이다.


다른 말인 듯한데 결국은 같은 말이다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게 되면 받을 것을 기대하게 된다.

기브 앤 테이크라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도움을 준 것이 공기에 찍혔다가 돌고 돌아 결국 다른 모습으로 내가 받게 되므로 꼭 내가 준 사람한테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공기에 찍힌다'는 말과 같은 표현인 것이다.


나쁜 행동들은 나쁜 공기로 좋은 행동은 좋은 공기로 돌아오기에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하고 남을 해롭게 하는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자녀가 생기면서 그 말이 생각나 더 무서웠다. 내가 만들어낸 나쁜 공기를 우리 아이들이 마셔 나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엄마의 법문을 살짝살짝 잊은 척 살았다.

편히 살고 싶은 마음

쉽게 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요즘 나를 돌아보며

삶을 대하는 자세를 되짚어 보게 되며 다시 깨닫게 된다.


내게 오는 것...

사람이든 일이든 사건이든

올 것이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유가 있겠지..

나에게 온 이유가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이다.


감정 빼고

행복도, 투덜도, 짜증도 섞지 않고

나에게 온 그대로 받아들이련다.


오늘의 나는

분명 어제의 나보다 성장한 느낌이다.

그래서 감사하다!!




네가 과연 우주 전체 가운데서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에 만족하고,

자신의 행위가 정의롭고 성품이 선하다는 것에 만족하는 선한 자의 삶을 살고 있는지를 시험해 보라.


그림의 이쪽 면을 보았느냐, 이제는 저쪽 면을 보라.

고민하지 말고 단순해져라.

누가 잘못을 저지르는가, 그 잘못은 그에게 있다.


어떤 일이 네게 일어났느냐, 좋은 일이다.

네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우주 전체 속에서 처음부터 네게 정해져 있던 일들이 하나하나 일어나고 있는 것일 뿐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인생은 짧다.

바른 이성과 정의로운 행동을 통해서 현재로부터 네게 유익하고 이로운 것을 얻어내라.

정신은 맑게 하고 마음은 편히 가져라. (주 1)


내게 온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나는 그냥 하면 되는 것이다....


주 1)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현대지성


사진. ko_choi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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