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어른!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by 버들s

"버들이는 애가 애같지가 않아! 애어른이야, 애어른!"

"버들이 엄마는 좋겠다. 큰딸이 다 해줘서... "

내 기억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듣던 말이다. 그때 나는 이런 말을 들으면 칭찬인 줄 알고 기분이 좋아 엄마를 더 열심히 도왔고, 하고 싶은 말 원하는 것들을 얘기하지 않고 참았다.

엄마 힘들까 봐, 힘들어서 도망갈까 봐.........

엄마는 맏이인 내가 친구 같다고, 친구보다 더 편하다고 늘 말씀하셨다. 그래서 친구한테도 못하는 얘기도 나한테는 할 수 있다고...


"너네 아빠는 결혼해서부터 지금까지~"로 말이 시작되면 그 끝은 꼭 ”내가 너네 때문에 이러고 산다 “, ” 내가 버들이 너 식모 안 시키려고 집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 ”내가 죽고 싶어도 너희들 때문에 못 죽는다 “라는 말로 끝이 난다.


그 얘기를 듣고 있는 나는, 나의 존재에 대해 엄마한테 무척 미안했다. ‘나만 없으면 엄마가 자유로울텐데..,’ 그리고 또 하나 드는 생각이 ‘엄마가 도망가지 않게 내가 더 잘해야겠다’였다.


최소한 나 때문에 엄마를 더 힘들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동생들을 챙기려 더 노력했고, 돈을 써야 하는 일을 얘기해야 할 때는 정말 최소한으로 말을 했다. 나는 참아야 하는 아이였다.


고등학생 때 부모님의 도움과 사랑을 받고 자라서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를 자유롭게 말하고 밝게 웃고, 어디서나 당당한 친구들이 참 부러웠다. 난 조용하고 참는 애어른이었기에.....


애어른은 결혼해서도 늘 엄마에게 미안했다. 엄마는 나 때문에 집을 나가지 않아서 결국 저렇게 불행하게 사는데 나만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지.....


”누구 집 딸은 결혼해서 용돈을 얼마씩 준데 “, ”친구집 사위가 이번에 선물로 뭐 해주었데 “라는 말을 들으면, 내가 그리고 내가 선택한 남편의 능력이 한없이 작아 보여 그것도 엄마에게 미안했다.


잘 살다가도 엄마의 한마디에 내 존재, 내 가정과 남편을 부정하게 되는 게 너무 속상하기도 했지만 결국 남은 감정은 엄마를 만족시켜주지 못한 미안함이었다.


결혼을 했지만, 정신적으로 엄마와 분리가 되지 않은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엄마에게서의 독립이 나에게는 큰 숙제였다.


법륜스님의 ”자녀를 키우고 돌보는 것은 의무이고,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은 선택이다 “라는 말에 많은 위로를 받았다.

사람들은 각자 본인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 엄마는 엄마의 인생을 사는 것이고, 나는 나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 각자 본인이 선택하고 판단하며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 간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가면서 깨닫게 되었다.

엄마가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시면서 내린 선택들, 비록 자식들 때문에 내린 판단이라 할지라도 그것 또한 엄마의 선택이고 엄마가 책임지고 살아야 하는 삶이라는 것을..... 엄마의 선택에 대해 내가 고맙게 생각할 수는 있지만, 미안해하고 책임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내 자녀를 키우며 인생을 살아가면서 터득하게 된 것이다.

오십년을 살아보니 '되어야 했던 모습'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되는 것 같다.


이제는 엄마와 독립이 가능하다. 참, 오래 걸렸다...


그리고 요즘에 엄마는 다행히도 본인이 잘 살아왔고, 본인의 선택이 옳았다고 만족해하신다.


누군가 나에게 다시 태어나도 남편과 결혼하겠냐고 질문을 하면 나는 남편의 딸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남편은 딸에게 엄청난 사랑을 아낌없이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도 큰 사랑을 받는 딸은 그래도 엄마 편이다. 그래서 아빠가 엄마에게 조금이라도 잘못하는 게 보이면 엄청 싫어한다. 그래서 엄마인 나에게 아빠 흉을 보려 할 때가 있다.

"아빠는 엄마한테 왜 그러는 거야?"


그러면 나는 단호하게 말한다.

”아빠는 내 남편이야~, 내 남편은 내가 알아서 해! 엄마 딸은 신경 쓰지 마시고 딸 노릇만 하세요~“


그래서 마무리는

”그래, 엄마! 엄마 남편이니까.. 부부사이는 부부끼리 알아서 하는걸로~"

딸은 결코 엄마의 친구가 될 수 없다!

딸에게 세상 누구한테 보다 더 말을 조심해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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