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피가 흐르는 듯~

캠핑은 내 마음의 처방전!!

by 버들s

4박 5일 휴가가 벌써 내일이면 끝이다.

휴가는 어찌나 빨리 지나가는지...


여름휴가 간다고 하면 다들 묻는다.

"어디 가?"

지역을 묻는걸 수도 있지만 어떤 질문에는 해외여행지를 묻는 뉘앙스가 느껴질 때도 있다.


지역을 들은 다음에는 숙소를 묻는다.

( 정도면 내게 관심이 많은 건가?)


" 캠핑~ "

하면 아~ 하면서 다음 말을 이어가지 못하는 사람과 좀 친하다 싶은 사람은

"왜~이더운데......"

라고 본인이 화를 낸다.


50대 부부가 여름휴가로 캠핑을 한다는 것!

우리는 캠핑을 다니면서 우리와 비슷한 연배의 부부들을 많이 봐서 전혀 이상하지 않은데

내 주위 지인들은 나를 특이하게 본다.


둘이 뭐 해?

안 심심해?

안 불편해? 등등....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노숙을 왜 그렇게 좋아해?

샘한테 야생의 피가 흐르나 봐~"이다.


처음엔 그 말을 듣고 황당했는데

산, 바다 등에 텐트를 치고

새소리, 물소리 들으며 잠들고

일어나며 "참 좋다"라고 말하는 나를 보며

'야생의 피가 흐른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남편과 둘만의 캠핑을 시작한 지

10년이 조금 지났다.


처음 캠핑을 시작한 때가

내가 새로 이직한 직장에서 '하루하루 버티기'로 힘들게 회사 생활을 할 때이다.


친정 엄마 약을 짓기 위해 한의원에 갔다가

한의사님이 '따님이 엄마보다 한약이 더 필요해 보인다'라고 하셔서

한약을 지어먹어 보기도 했다.


7개월 근무하면서 사직서를 세 번이나 냈다.


퇴사가 겁나는 것은

동종업계로 이직이 가능할지,

나이도 적지 않은데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앞날이 너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상사와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문제라고 자책하며

노력해 보자고 다짐에 다짐을 하면서

아침을 맞이하던 그때!


남편의 처방전이 캠핑이었다.

2인용 텐트, 코펠, 부르스터, 돗자리!

소박한 캠핑도구를 가지고 바다로, 산으로 떠났다.


처음에는 일 이외에 다 귀찮게 느껴졌다.

피곤하고, 쉬고 싶은데, 너무 지치는데

자꾸 일을 만드는 느낌이었다.


캠핑은 참 불편하다.

텐트를 치고 밥을 해서 먹고, 설거지와 세면 등 화장실 다니는 것도 꽤 걸어야 한다.

모든 것이 다 번거롭다.


무언가 하려면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몸을 움직이다 보니

다른 생각을 잊게 되고

현실의 생각 속에서 잠시 벗어나게 된다.


무작정 산에 오르기도 하고

바다를 바라보며 한없이 앉아 있기도 하고


텐트 천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에

마음을 맡겨보고

출렁이는 파도에 내 고민을 실어

보내보기도 하면서..


자연에 몸을 맡기고 힐링하는 시간을 보내다

현실로 돌아오면

다시 일주일을 살아갈 힘이 얻어지곤 했다.


이후 희망하던 곳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고

지금 10년 가까이 잘 다니고 있다.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이 안 좋았던 시절,

캠핑이 최고의 처방전이었던 것이다.


주말을 맞아 딸하고 사위가 캠핑에 합류했다.

이 불편함, 번거로움을 함께 해줌이 고맙고, 반갑다.

함께 물놀이를 하고 다슬기도 잡았다.

지금 이 시간이

이들에게

다음 주를 잘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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