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욕심이 났다

돈에 잠시 지배당했던 날

by 버들s

모처럼 일정이 없는 휴일. 아점을 간단히 먹고 남편과 산책길에 나섰다. 무심코 나섰는데 비가 쏟아진 이후라 그런지 공기도 맑고,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 걷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였다.

이왕 나선길, 쾌적한 날씨에 기븐도 좋아져 집에서 20여분 넘게 걸어야 갈 수 있는 잔잔한 개울과 울창한 나무들이 어우러진, 작은 야생화가 가득한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원을 돌면서 남편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오랜만에 편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이 공원 옆에는 대단지 아파트가 있다. 지하철 역세권에 공원까지 가까이 있어 살기에 좋은 곳이라 공원 산책할 때마다 번번이 남편에게 " 나중에 저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게 정말 내 소원이야. 나이 들어서 살기에 정말 좋을 것 같아"라고 말을 했었고 남편도 그러자며 맞장구를 쳐주곤 했다.


오랜만의 기븐 좋은 산책으로 감정이 한없이 업된 상태에서 또 그 아파트가 눈에 들어왔다. 나중에 저 아파트에 살자~ 에서 끝냈어야 했는데 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야 말았다.


휴대폰을 열고 아파트 시세를 찾아본 것이다. "헉"!!!!!!!!!!!!!!!!!

이게 맞아? 언제 이렇게 올랐지? 순간 걷다가 걸음을 멈춰 버렸고, 순식간에 얼어버려 정지 상태가 되었다.


사실은 몇 년 전에 이 아파로 이사를 가고 싶어서 집을 몇 군데 보러 다녔었다. 그때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와 2억 정도 차이가 났다. 더 오래전에도 비슷한 금액으로 차이가 나서 마음을 접었었기에, 시세 차이가 더 좁혀질 것을 포기하고 남편에게 모아둔 돈에 부족한 부분을 대출해서 이사 가자고 얘기했었다. 하지만 매번 그랬듯 남편이 대출을 받아 이사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결국 포기했었다.


그랬는데 오늘 아파트 시세를 확인하니, 시세 차이가 4억 9천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더블 역세권이 된다고 하던데 그 영향인가 보다. 나는 뒤통수를 한대 크게 얻어맞은 듯했다.


시세차이가 계속 동일할 것으로 생각했던 내 안이함ㆍ 어리석음과 그때, 내가 이사를 가려고 했던, 2억 차이가 났던 그 당시 이사를 안 했던 남편이 갑자기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조금 전까지 기분이 좋아 조잘조잘 떠들던 나는 휴대폰을 본 후 입을 다물었고, 아파트 금액을 듣고 남편도 말없이 묵묵히 앞만 보고 걸어갔다.


너무 속상했고, 그냥 화도 났다. 감정 정리가 필요한 걸 알면서도 그 순간엔 복잡한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다행히 그런 감정들이 말로 표현되진 않았고, 조용히 남편 뒤를 따랐다.


한참을 말없이 걷다 보니 남편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남편에게는 잘못이 없다!. 집값이 이렇게 될 줄 그는 알았겠는가?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자. 내가 지금 화를 내면 남편 마음을 더 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이 서로에게 상처만 내는 꼴이 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나 : 우리가 이 아파트 하고는 인연이 아닌가 봐~

남편 : 그러게...

나 : 인연이 뭐 억지로 되나? 우린 부동산 복은 없나 봐.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요~

그렇게 합리화하면서 산책을 마무리했고, 나는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내가 화가 났던 이유가 그 아파트로 이사를 못 가게 된 것 때문일까? 아니면 그 오른 금액에 욕심이 났던 걸까? 분명 후자다. 아파트 시세를 보고 너무 오른 금액에, 왠지 내 돈이 되었었을 수도 있었는데 라는 아쉬운 생각이 들어 화가 났다. 그럼 나는 그 돈에 욕심 내도 될 만한 행동을 했던가? 고작 몇 년 전에 이사해 볼까 하는 마음에 아파트 몇 군데 돌아본 것뿐이다.


정말 내가 그 아파트로 이사를 가고자 희망했다면, 나는 틈틈이 아파트 시세를 찾아보며 급매라도 나온 것을 알아보거나, 우리 아파트를 어떻게든 비싸게 받고 팔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대출이자가 저렴한 시기를 알아보는 등 노력을 했어야 했다. 남편이 대출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할 때 나도 어느 정도 공감 하는 부분이 있었기에 포기해 놓고, 이제 와서 남편 탓으로 돌리려 했다.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곳에 희망이라는 단어를 붙인 나 자신이 많이 부끄럽다.


애꿎은 남편만 잡을 뻔했다. 잘 참았다. 오늘도 평화를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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