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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이브리지 Dec 25. 2023

민중에 대한 책임

[일상의 대화] 슈퍼 히어로 이순신

슈퍼 히어로 이순신 시리즈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가 개봉하여, 그동안 보지 못했던 김한민 감독의 세 작품을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에 연이어 보았다. 극장을 가기 전에 ‘명량’을 먼저 보고, 극장에서 ‘노량: 죽음의 바다’를 본 다음, 다시금 ‘한산 리덕스’를 보게 되었다.  역사적 사건의 순서로는 한산(1592년), 명량(1597년), 그리고 노량(1598년)이다.  


내가 본 순서대로 각 영화의 느낌을 말하면, 영화 ‘명량’에서는 13척의 배로 승기탱천하여 진군하고 있는 왜군 133척을 상대로 한 해전을 그려 낸다. 명량에서의 회오리 물길이라는 자연을 이용하고, 홀로 앞장서는 이순신의 리더십은 처절하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망 후 퇴각하는 왜군 수군과의 마지막 전쟁이다. 전술보다는 조선, 왜군, 명나라의 장군들 사이의 전쟁 막바지를 두고 펼치는 외교전과 심리전이 주요 사항이다. 워낙 큰 규모의 해전이어서 막상 전투에서는 전술이 보이지 않고 백병전만 치열하다. 


영화 ‘한산 리덕스’는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조선수군과 왜군 사이의 동등한 규모의 전쟁을 본격적으로 벌인 큰 전쟁이다. 전라우수사로의 이순신은 내부의 적을 설득하며 그리고 전쟁 중 거북선과 학익진의 전술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겉모습과 위엄은 최민식과 김윤석 배우가 이순신을 잘 그렸지만, 이순신에 대한 메소드 연기를 펼친 것은 주관적 의견으로 박해일 배우가 돋보인다. 내부를 통솔하며 새로운 무기를 준비하고 전술에 대한 고민이 한산에서 균형 있게 설명이 되고 있다. 그리고 한산도 대첩을 통해, 왜군이 한 발 물러나는 계기가 되었고 조선은 평양성과 한성을 다시 회복하고 임진왜란이 7년 간의 장기전으로 들어가게 되는 계기가 된다.  


남해 바다는 전부 그의 자취이다

격년에 한 번은 남해 바다로 날씨 좋은 때를 골라 여행을 간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남해 바닷길 여행을 할 때 매 번 이순신의 자취를 나도 모르게 절로 들렸던 것 같다. 통영에서는 유람선을 타고 한산도 섬에 들르고(한산도 대첩), 남해시에 접어들 때면 관음포의 이순신의 전몰 유허지를 방문한다(노량대첩). 가까이 올해 가을에 목포에 다녀올 때는,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로 복귀한 벽파진에 들러 그의 수심을 들여다보려고 하였다(명량대첩). 


구국의 영웅

이순신 장군, 그가 한산에서 패배했다면, 그리고 명량에서 길을 내어줬다면 이후 400년 이상 이어진 조선과 현재의 대한민국은 감히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아산에 있는 현충사를 들렸을 때 그 규모를 보고 좀 과하다 싶다고 여겼다. 현대사의 질곡에서 국민에게 국가에 대한 충성을 강조한 정치적으로 이용한 면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순신이 현재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였다는 데 부인할 수 없다. 국립현충원에 있는 ‘위대한 영웅’의 부조 작품에서 과거부터 현대까지 안중근 열사와 유관순 열사를 포함하여 영웅들을 그려 놓았다. 또 누가 거기에 들어갈 수 있을까?                                                                       

위대한 영웅 일부 (서울국립현충원 충혼당 부조,   안필연 작품)

한산도, 벽파진, 울돌목, 그리고 관음포를 지나며, 나 스스로 관광지로 들렀던 것 같다. 인공으로 만든 관광지들에서 조금 떨어져 원형이라도 살펴볼 수 있는 그곳들을 순서대로 다시 한번 보고자 한다. 영화 ‘한산’에서 이순신은 국가의 주인이 누구인지 우리 시대에 되묻는다. 


“장수된 자의 충(忠)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by 웨이브리지, 글모음 https://brunch.co.kr/@way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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