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대화] 주제어 '파노라마'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파노라마’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었다. 파노라마 하면 산 정상에 서서 막힘이 없는 풍경을 360도로 바라보는 것이다. 전망을 바라볼 때 뿐만 아니라, 우리는 가상으로 도시와 세계의 지도를 그리고, 우주까지 넘나 본다. 그리고 지도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현상, 과학 현상에 대하여도 시간상으로 공간상으로 기술 트리와 해부도와 같이 한눈에 펼쳐 그리고 있다.
‘파노라마’라는 말이 언제부터 쓰였을까? 멀리 보이는 산과 바다의 풍경을 그리는 것으로 하면, 중국 송나라(960년~1279년)의 산수화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유럽에서는 19세기 후반부터 기차여행과 사진기가 등장하며 본격화되었다. 무엇보다 지도는 대표적인 파노라마의 형태이다.
파노라마란, ‘지금 여기에’에 머물러 있는 인간의 시야를 벗어나 신만이 바라볼 수 있는 넓은 영역을 인간이 보고자 하는 욕구의 발현으로 탄생하게 된다. 남산 타워에 올라 서울 전체 모습을 한 곳에 서서 바라볼 수 있다. 교통 지도와 군사 지도를 보고 우리는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방향을 정할 수 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목적지의 방향을 알려주는 것, 그것이 파노라마이다.
인간의 복잡한 문제들, 경제, 과학, 인체의 내부까지도 우리는 그 지향을 알려주는 지도와 파노라마를 통해 살펴본다. 파노라마는 인간에게 공간의 팽창과 시간의 팽창을 안겨다 주었다.
그래서, ‘파노라마’라는 말을 떠올렸구나. 펼쳐진 것, 여러 가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는 착각을 하였구나. 그래서인지 처음 쓴 책에서 제목을 “라이프 파노라마”라고 하였다. 어떻게 살 지를 고민하고자 하는 의도였으나, 돌아보니 욕심이 과한 단어의 선택이다.
참고:
‘파노라마’라는 단어가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1792년이다. 영국 화가인 Robert Barker(1739 ~1801)가 런던에서 에든버러 파노라마(‘Edinburgh from Calton Hill’)와 런던 파노라마에 대한 전시 제목을 “The Panorama”라 부르며 선보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