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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이브리지 Aug 06. 2022

낯선 도시에서 해질녘 램프 빛을 느낀다

[작은 마을 여행] 유럽 여행 중 만나는 서재가 있는 책방

여행에서 비영어권 나라를 방문하는 경우 현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하거나 고맙다는 말을 건넬 정도의 언어만으로도 약간의 교감을 나누게 된다. 여행의 마지막 날에는 서점을 들려본다. 현지 책방도 좋고, 영어 책들을 팔고 있는 영어 전문 서점을 찾아보게 된다.


이번 여행에서도 처음에는 계획하지 않았지만 도시를 떠나기 직전 우연한 기회에 서점을 들르게 되었다. 각 도시에서 영어 전문 서점은 낯선 도시에 머물고 있는 관광객과 주재원들이 자주 들르게 된다. 그리고, 작가들도 한 번씩 들렸나 보다. 


Bestsellers (부다페스트)

부다성 맞은편 두나 강가(도나우강)를 따라 책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3년 만에 열린 야외 행사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헝가리어를 이해할 수 없기에 표지와 본문 디자인들의 다름과 다양성을 둘러볼 뿐이다. 작가 사인회가 있는지 사람들이 줄을 선다.


부다페스트를 떠나기 전, 헝가리에서 베스트셀링 책이 무엇인지 검색을 하다가 성 이스트반 대성당 앞에 Bestsellers라는 이름의 영어 서점이 있다고 하여, 오후에 기차를 타기 전에 오전에 산책 겸 들려본다. 1992년부터 30년째 운영한다는 Bestsellers에는 헝가리 책은 없다. 클래식 고전인 에밀리 브론테, 톨스토이, 조나단 스위프트의 작품과 함께,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그리고, 여행자들을 위한 Lonely Planet이 벽면 가득이다. 여기서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은 범죄 소설이라고 한다. 웹페이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책인 리처드 오스만의 “The man who died twice”를 주문하고 서점에서 픽업한다. 의자에 잠시 앉아 책을 펼쳐 본 후 성 이스트반 성당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Bestsellers, 1051 Budapest, Október 6. utca 11, Hungary

http://bestsellers.hu


Shakespeare and Company (파리)

파리 여행 중 개선문에서 지하철을 타고 가다 우연히 앞에 서 있는 사람의 토트백에 새겨져 있던 Shakespeare 로고를 눈여겨 보았다가 호텔방에 들어와 웹 검색을 하여 보니, 파리 시내에 “Shakespeare and Company”라는 영어 서점이다. 언젠가 한 번쯤 들를 곳으로 구글맵에 표시해 놓는다.


파리를 떠나는 날, 아침을 먹자마자 바로 RER를 타고, 노트르담 근처에 있는 유명한 서점으로 향한다. 서점에서는 1층에서 책을 팔고 2층에는 독서를 할 수 있도록 몇 개의 서재가 갖추어져 있다. 서재가 있는 책방, 요즘 서울에서도 선릉과 홍대입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 Sylvia Beach에 의하여 1919년에 서점이 열려서 1941년 파리를 점령한 독일군에 의하여 폐점되었다가, 1964년에 George Whitman에 의하여 다시 열게 된 서점이다. 1차 세계대전을 겪은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의 작가와 시민들의 안식처가 되었던 곳이다. 헤밍웨이, 스콧 피제랄드, D.H 로렌스와 같은 작가들은 서재에서 대화하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특히, 제임스 조이스는 이 서점에서 당시 성서 모독과 음란 내용으로 금서가 된 율리시스(Ulysses)의 출간회(1922년)를 진행하였다. 


2층 서재에서는 조용히 책을 읽고 있다. 또 다른 서재 하나에서 이름 모를 누군가가 Oxford Choral Songs을 피아노로 친다. 잠시 자리에 앉아 그가 연주를 마칠 때까지 감상한다. 생각해보니, 오래전 처음 파리를 방문했을 때 소르본느 대학 근처에 머물렀었다. 당시 거리는 중고 책방과 LP 음반가게가 여럿 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Before Sunset (2004)’과 ‘Midnight in Paris (2011)’의 영화 속에서 이 서점이 여러 번 소개가 되었고, 조금은 상업화되어 관광객들이 들르는 장소가 되었다. 이곳은 당신이 관광객이든 꿈을 꾸는 작가이든 한 번쯤 방문할 만하다. 한쪽 문 위에는 그런 당신이 천사일 수도 있다고 환영하는 글귀가 써져 있다. “Be not inhospitable to strangers Lest they be angels in disguise.”


서점을 만든 George Whitman은 스스로를 말하길, “해질 녘 램프에 불을 키는 역할을 50년간 하였을 뿐이다.” 라고 하였다. 지금은 그의 딸 또 하나의 Sylvia Beach가 서점을 운영한다. 


Shakespeare and Company, 37 Rue de la Bûcherie, 75005 Paris, France

https://shakespeareandcompany.com/


여행이 막 풀린 도시들은 관광객이 홍수이다. 이번 여름은 예약하려고 해도 표를 찾기 어렵다. 루브르 박물관과 디즈니랜드는 며칠 뒤 표가 간신히 있을 뿐이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장소를 떠나 잠시 서재가 있는 작은 책방에 들러 익숙한 고전 책 한 권을 들고 앉아 땀을 식힌다. 


Bestsellers (부다페스트)


Shakespeare and Company (파리)


by 웨이브리지, 글모음 https://brunch.co.kr/@way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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