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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이브리지 Dec 31. 2022

용서와 양심

[10년 후 더 빛나는 책] 레미제라블, (빅토르 위고 지음)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더 이상 노예로 살지 않겠다는 민중의 노래가 광장에 울려 퍼진다. 시민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정치가 시민의 삶을 가난하게 하고, 안전에 위협을 한다고 하여도 시민이 단합된 힘으로 일어서기에는 아직이다. 시민이 진정으로 일어나는 때는, 시민의 안녕과 성장을 지켜줄 것을 기대하고 뽑은 대리인들이 국가가 자기 것인 양 시민이 자기들의 노예인양 행동할 때이다.


올해가 끝나기 전 위시 리스트

한 해의 끝을 두 달을 남겨 놓고, 감히 레미제라블을 읽겠다고 위시 리스트에 담았다. 손에서 놓지 않고, 틈틈이 시간을 내어 읽어가고 있다. 마침 19세기 초 유럽에서 있었던 과학의 폭발 시대를 기술한 책과 나란히 읽는다. 두 권 모두 1789년의 프랑스 대혁명을 전후한 19세기 초의 정치의 대변혁과 과학의 대변혁을 나란히 바라보게 한다.  


시간의 깊이, 공간의 깊이, 그리고 한 인간의 역사

지금까지 읽었던 책은 무엇인가? 빅토르 위고는 소설은, 서사시라는 것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이 책을 통하여 보여준다. 빅토르 위고는 일상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하나의 사건에 대하여, 시간의 깊이, 공간의 깊이,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인물들의 역사에 대하여 정말 디테일하게 기술한다. 그리고 그의 글에는 경의가 가득 차 있다.


레미제라블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 수많은 혁명 중에서도 잊혀질 수 도 있는 1832년 6월 혁명을 돋보기처럼 들여다본다. 1832년 6월 5일 저녁, 파리의 생 브뢰리 거리의 바리케이드로 시선을 옮긴다. 바리케이드에는 마리우스, 옹졸라, 콩브페르의 데모대와 마리우스를 사모하는 에포닌과 그녀의 동생 가브로슈, 그리고 마리우스를 지켜보는 장 발장, 장 발장을 17년 동안 뒤쫓은 자베르가 한 곳에 모여 언제라도 포텐이 터질 기세이다.   


코제트 (Émile Bayard 작품)

용서는 양심을 자극한다.

레미제라블을 관통하는 단어는 용서와 양심이다. 은식기를 훔쳐간 장 발장에게 미라벨 신부는 용서를 하였고, 장 발장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나는 누구인가?’의 고민을 시작한다. 장 발장은 17년간 그를 괴롭히던 자베르를 용서한다. 자베르는 평생을 국가와 상사로부터 주어진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하는 삶을 살았는 데, 양심의 가책에 최후를 던진다. 코제트와 마리우스가 마지막 깨달음에 장 발장을 찾았을 때, 장 발장이 보여 준 이해와 용서의 장면에서 청승맞게도 눈물이 맺힌다.


내일은 온다.

빅토르 위고를 관통하는 제일 큰 신념은 ‘진보’이다. 빅토르 위고는, 만약 진보가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싶다면 그것을 ‘내일’이라고 불러 보라고 하였다.

‘내일’은 누구도 막지 못할 정도로 자신의 일을 해 내게 된다. 내일은 바로 오늘에서 기인하게 되고, 그것은 분명히 제 목적에 도달하여 우리는 내일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Tomorrow Comes!!


마지막 날이자 새 날이다.

오늘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물질의 시대 속에 어느새 생존만이 유일한 주제가 된 듯한 이때에, 문득 되돌아보니, 이 사회와 우리는 용서와 양심이라는 단어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문득 깨닫는다.


지난 한 해 저도 모르게 품었던 오해와 갈등을 오늘 내려놓고, 즉각적이고 이해타산적이었던 제 모습도 먼 미래에서 보아도 옳았는지 스스로의 양심에 가책이 없는 것인지 다시 한번 양심을 바르게 매어 본다. 그리고, 다시금 다짐한다. 더불어 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덜 높고 더 넓은 사람이 될 것이라는 것을”.


by 웨이브리지, 글모음 https://brunch.co.kr/@way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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