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행복실천습관 HAPPITS - 8

여섯 번째 습관, 남에게 공감하기(Togetherness)

by 행복실천가 오원식

공감이라는 단어는 마음이 따뜻해진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단어다. 우선 국어사전을 살펴보자.


공감(共感)

명사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

예) 공감을 느끼다.


'마음, 감정'을 뜻하는 그리스어 'phatos(파토스, 페이소스)'에 'em(안)'을 더하면 empathy가 되고 'sun(더불어, 함께)'를 붙이면 sympathy가 된다. 서울대 철학과 교수이자 심리철학을 가르치는 김기현 교수의 책 <인간다움>을 보면 empathy를 감정이입, sympathy를 공감으로 설명하고 있다. 감정이입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함으로써 그 사람의 행동까지 이해하는 나를 중심으로 하는 사고인 반면, 공감은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 사람의 마음을 내 것처럼 느끼는 상대를 중심으로 하는 감정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게다가 상대방의 마음이 고통스럽다면 고통을 함께 느끼고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sympathy, 와 compassion(연민)인 것이다.

심리학을 공부하던 초기에는 학문적으로 말하는 공감을 이해가 힘들었다. 'empathy, sympathy, compassion(연민)까지 모두 '측은지심(惻隱之心)'을 뜻하기에 광범위하게 공감이라 쓰이는데 심리학에서는 그 범위가 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empathy는 내가 그 사람의 감정에 들어가 이해를 하는 것이고 sympathy는 그 사람의 감정을 함께 느끼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공감은 상대방의 마음을 내 마음처럼 여기는 것인데 동정을 하는 것은 공감이 아니라니 이상하지 않은가? 하지만 공부를 하면서 상담심리학에서 empathy를 공감, sympathy를 동정이라 나누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상담에 있어 내담자의 심리를 상담사의 감정과 분리하여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이 심리상담사의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약국에서 건강을 위해 상담을 하다 보면 생활습관이 개선되지 않아 병이 악화되고, 이로 인해 더 많은 약을 처방받는 경우를 볼 때가 있다. 이보다 더 흔한 경우는 생활전선에서 바쁘다는 이유로 병을 제때 치료하지 못하고 진통제로 버티는 경우다. 이 경우 그 사람의 마음과 마음에 따른 행동을 이해할 수 있지만 안타까운 마음으로 올바른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을 내버려 둘 수도 없는 것이다. 이 경우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내 몸이 더 안 좋아지게 되었을 때 후회하실 일을 만들지 않으셔야 한다는 말은 꼭 드려야 합니다. 제가 드리는 말씀이 밉게 들리신다면 차라리 저를 미워하시고 조금 더 몸에 신경 쓰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린다. 나의 공감을 이해하는 환자분들은 "약사님 말씀 이해합니다. 더 신경 써보겠습니다."라는 말을 할 때도 있고 오히려 뻔한 소리를 한다 불쾌해하는 사람도 있다. 동정이 오히려 건강에 방해가 될 때는 이게 더 낫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를 할 때나 아파서 학교에서 조퇴한 채로 풀 죽어 있는 학생을 보면 하는 말이 있다. "너희들이 너무 잘 크고 있어서 고맙다. 속상할 때도 있고 기쁠 때도 있고 많은 일들이 있을 텐데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잘하고 있다는 칭찬 많이 하도록 해~ 너희들 잘하고 있어!" 물론 아이들에게 올바른 생각을 선물하는 것이 어른의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마음이 무럭무럭 크도록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아이들은 잘하고 싶다. 잘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고 칭찬해 주는 것만큼 중요한 공감은 없다. 행위를 평가할 것이냐 마음을 알아줄 것이냐는 어른의 몫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도 우리 아이들은 물론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행복실천습관으로서의 공감은 모두 상대방의 마음을 챙긴다는 뜻이다. 솔직히 나는 이 습관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지만 실천하기가 너무 어렵다. 특히 아픔에 있어서는.... 내게는 아직도 공감을 하기 힘든 일이 하나 있다. 공감하기 싫은 것이 아니고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나를 제외하면 아무 탈 없어 보이는 우리 집에도 많은 가정과 마찬가지로 마음에 새겨진 큰 슬픔이 있다. 8년 전 여름, 아무런 질환 없이 건강하셨던 장인어른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다. 가족과 함께 한 60세 생신을 행복하게 맞이하신 지 채 몇 달 안 지난 일이라 너무나 거짓말 같았다. 아니 지금도 거짓말 같다. 젊을 때부터 고생을 많이 하셨음에도 장모님과 함께 열심히 노력하신 덕에 삶이 안정되어 조금씩 행복의 여유를 누릴 마음을 갖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이 청천벽력 같은 상황을 지나면서 천사님의 눈에는 앞으로는 지워지지 않을 슬픔이 새겨졌다. 내 평생의 반려자가 고통스럽고 마음 아파하는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옆에서 함께 마음 아파하기에도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이기적이게도 그게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일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천사님이 그렇게 슬픈 눈의 어른이 되어 걱정하는 나를 위해 그 슬픔을 애써 감추려 할 때,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는 마음을 모르는 척하며 웃어주는 것 말고는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감히 공감을 할 수가 없었다. 공감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내가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이해를 할 수도, 함께 느껴줄 수도 없었던 나 자신이 정말 싫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천사님 가족이 급작스러운 일로 생긴 삶의 무게를 벗어날 때까지 함께 하는 것, 사라지지는 못하더라도 슬픔이 가족을 집어삼키지 못하게 옆에서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소중한 사람의 아픔을 공감하고 같이 아파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차라리 내가 아프고 말지라고 하기에도 너무나 큰 고통이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해야 한다. "Carpe diem, Amor fati, Memento mori"를 주제로 행복실천습관에 대한 강의를 한 날, 많은 분들께서 행복한 표정으로 강의를 잘 들었다는 말씀을 해주신 덕에 기분이 매우 좋았다. 행복을 가득 즐기고 있는데 한 여성분께서 떨리는 목소리로 "조언 좀 구할 수 있을까요?"라고 말씀하셨다. 한눈에 근심이 보였지만 어떻게든 행복실천습관을 알려드려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네, 무엇이든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좋습니다. 편하게 말씀하세요."라고 말씀드렸다.

"제가 올해 60입니다. 저희 부부는 정말 성실하게 노력하면서 살았어요. 그렇게 아이들도 다 성인이 되고 자기 길을 잘 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 부부가 행복을 잘 누리며 살기로 하면서 행복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아프고 병원에서 '6개월'이 남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여성분은 울기 시작했고 나는 6개월의 이야기에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남편은 아이들과 추억을 어떻게든 남기고 싶어 하는데 저는 남편이 조금이라도 더 치료를 받아서 오래 있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또 남편이 이렇게 노력하는 것을 방해할 수도 없어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서 미치겠어요."

내 머릿속은 하얘졌고 순간 천사님의 슬픈 눈이 떠올랐다. 그리고 잠시 후, 나도 모르게 그분의 떨리는 두 손을 꼭 잡고 말씀드렸다.

"제가 선생님의 마음을 절대 이해할 수도 공감할 수도 없습니다. 제게는 그런 경험이 없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딱 하나입니다. 슬픔은 산자의 몫으로 미루시고 지금은 남편분과 함께 행복을 쓰는데만 집중하세요. 우리는 살아있을 때만 행복할 수 있습니다. 행복은 살기 위한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죽음 이후로 행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슬픔이 다가올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남겨진 행복을 포기하지 마세요. 남편분께서 이렇게 노력하시는 이유는 가족분들께 행복한 추억을 남겨주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라 생각하시기 때문입니다. 슬픔을 미루시고 지금은 어떻게든 행복을 쓰세요. 6개월의 시간이 있다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부러운 일입니다."

내가 공감한 것은 이분일 수도 있고 천사님일 수도 있다. 공감이 아니라 동정이나 연민일 수도 있다. 그게 무엇이 중요한가?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의 아픔을 짊어질 수만 있다면, 그로 인해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의 슬픔의 무게가 조금이라도 덜어질 수 있다면, 상대방의 아픔을 내 마음속에 담을 수 있다면 <여섯 번째 습관, 남에게 공감하기(Togetherness)>는 상대방의 마음에 슬픔을 덜고 행복을 채워주는 소중한 습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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