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행복을 씁시다. Do HAPPITS-8

노중을 준비하라

by 행복실천가 오원식

‘무엇을 해야 할까?’ 평생을 사는 동안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 어려서는 공부를 하고 성인이 되어서는 일을 시작하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고 부모를 모시고 사회에 공헌하고…. 이렇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며 일생을 살아간다. 그러다 눈을 들어 앞을 바라보면 어느덧 ‘은퇴’의 시기가 다가온다. 은퇴의 뜻은 다음과 같다.


은퇴(隱退):

숨을 은 退 물러날 퇴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 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 <표준대국어사전>


평생을 충분히 일한 만큼 더 이상 사회에서 고생하지 말고 한가하게 지내라는 뜻일 수도 있고 더 이상 사회에서 쓸모가 크지 않으니 뒤로 물러나란 소리일 수도 있다. 어떤 의미로든 사회의 주연에서 조연으로 한 발짝 물러나란 소리가 즐겁게 들리지는 않는다. 나는 약사라는 직업적 특성상 은퇴시기가 특별하게 주어져 있지 않다. 그래서 “너는 평생 일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니 좋겠다.”라는 주의의 말을 자주 듣곤 한다. 좋은 일인가? 평생 쓸모가 있다는 뜻으로는 좋지만 죽을 때까지 일하라는 말로 들릴 때는 그리 반갑지 않다. 나도 은퇴하고 일 안 하면서 하루 종일 놀고 싶은 마음이 왜 없을까? 그래서 이왕이면 빠른 은퇴를 준비하려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돈도 더 벌어보려 했으나 부족한 내 능력 탓인지 내 운명이 그렇질 못하는지 이 또한 나와 맞지 않는 길이었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하던 중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면 은퇴를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삶을 살면서 해야 할 일에 치어 살다 보니 그 일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면서도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없다면 그 또한 막막한 기분이 든다. 인간은 평생 무언가를 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깊게 고민했다. ‘나이가 들어서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면 어떨까? 나는 말하는 게 좋고 남들 앞에 서는 게 좋으니 이왕이면 말을 하는 일을 찾아보자. 어릴 때부터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좋았으니 행복을 이야기하는 강사가 되면 좋겠어.’ 물론 이런 생각이 즉시 결심으로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To do list에서 W.A.N.T. to do list로 삶을 전환한 이후 내 눈에는 세상이 놀이터처럼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40년을 한우물만 파셨던 어머니께서 “내 삶이 어디인가 있을 줄 알았는데 이 삶(40년간 삼계탕집을 하셨던 일)이 내 삶이었구나.”라는 말씀 하셨을 때 나는 “엄마께서 아빠와 함께 그 일을 하면서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지키셨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정을 받으셨으니 엄마도 행복하게 일하신 거예요. 그리고 남들도 많이 도우셨으니 엄마의 삶은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할만한 훌륭한 삶이죠. 이제는 부모로서, 삼계탕집주인으로서의 삶이 아니라 인간 신형근의 삶을 만끽하세요.”라고 말씀도 드렸고 운동도 책도 공부도 좋으니 모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으시라 말씀을 드릴 수 있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하게 된 퇴직 5년 미만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는 “평생을 나의 직장(職場)에서 남들의 눈, 남들의 기대에 맞춰 사셨으니 이제는 직업(職業) 중 직(職)을 내려놓으시고 나의 업(業)을 따라 반드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답게 사시기를 바랍니다. 아름답다의 어원은 ‘나(我)답다.’입니다.

하루는 개인적인 자리에서 만난 형님께서 이런 말을 하셨다. “평생 열심히 일 했는데 이제 퇴직이 곧 이네. 이제 퇴직하면 뭐를 할지 고민 중인데 뭐를 해야 할지 모르겠네.” 난 바로 말씀드렸다. “형님, 형님은 남보다 더 성실히 일하셨고 그 덕에 은퇴 후의 삶도 그리 두려울 일이 없으니 ‘뭐를 해야 할까’보다는 ‘뭐를 하고 싶은가’에 집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이유는 하고 싶은 일이 많기 때문이에요. 저도 약사라는 직업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고민을 할 때는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많았는데 이제는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라 생각을 하니 이 일이 좋아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형님이 직장은 은퇴하시지만 아직 몸도 마음도 쌩쌩하지 않습니까? 이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요? 해야 할 일은 없어지고 하고 싶은 일만 찾아서 하시면 되니까요. 내 몸과 마음만 잘 지키면 어린아이의 마음처럼 내가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노후가 아니라 노중을 즐길 세대입니다. 우리는 나이 들어서도 삶의 한가운데 있게 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앙드레 밀로는 ‘간절히 꿈을 그리는 자는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왕이면 그 꿈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면 어떨까? 만일 그 하고 싶은 일이 지금 너무 간절하다면 해야 할 일 사이사이에 넣어보는 것은 어떨까? 어차피 우리가 해야 할 일(to do list)을 만들어 사는데 거기에 원하는 일도(W.A.N.T. to do list) 넣으면 좋지 않겠는가? 그런 삶이 노중이 아닌 지금부터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 이상적이지 않은가?

그렇게 나는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고민을 무수히 하다 보니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원하는 삶을 미리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도 찾아왔다. 누구나 존경하는 은사님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했기에 고등학교 때 은사님을 찾아뵙고 식사를 할 기회를 잡았다. 오랜만에 뵙고 지난 이야기를 말씀드리기도 하고 앞으로 행복하고 열심히 살 일을 이야기하면서 제자가 잘 살고 있어 기뻐하시는 은사님의 표정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정말 좋았다. 그렇게 몇 번을 더 찾아뵙고 나니 어느새 나는 퇴직하신 은사님의 소모임인 <보성 아카데미>의 ‘정규 멤버’가 되었다. 이 모임은 매달 함께 자리를 하는 정기모임으로 나는 은사님의 술약과 건강상담을 담당하는 핵심 멤버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존경해 마지않는 은사님을 뵐 수 있으니 좋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모임을 하시는 은사님들을 뵈면서 나의 미래를 그릴 수 있어 너무나 좋았다. 열심히 일하시고 행복한 노중을 즐기시는 멋진 삶을 구경하는 것이 내게 얼마나 큰 교육인가? 많게는 20년 넘게 차이나는 은사님들을 뵈면서 지금도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이 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한 번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몇 년째 교통안전지킴이를 하시는 선생님들께 “외람되지만 평생 교직에 계셨고 연금생활을 하셔도 부족함이 없으실 텐데 힘들게 일하시는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라는 질문을 드렸다. 기분 좋게 술 한 잔 따라 주시며 은사님께서 말씀하셨다. “돈은 쓰는 재미도 물론 있지만 크고 작음을 떠나 내 힘으로 버는 재미가 더 크지. 내가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이 즐겁고 내 가치를 증명하는 시간이 기분이 참 좋아. 나는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었는데 특히 아이들을 보며 내가 웃어줄 때 우리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모르겠어.” 다른 은사님은 이 말씀을 하셨다. “젊을 때 고생을 많이 한 기억이 때로는 고통일 수도 있지만 돌이켜보니 그때를 잘 이겨낸 나 자신을 칭찬할 수도 있겠다 싶어. 그리고 이제는 내 시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쓸 수 있고 그 시간을 쓸 건강한 몸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감사하는 것만으로도 내 삶은 행복한 삶이 되더라고. 인생을 살아봐야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니 앞으로도 지금만큼만 행복하면 충분하지. 요즘엔 걷는 게 참 좋아. 걷는 동안 나와 이야기하는 시간이 생기거든.”

나이가 들수록 더 즐겁게 살아야 한다.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나 스스로 일을 찾아 할 수 있는 기쁨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은사님들은 언제나 자신의 가치를 사회에 보여주고 계시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데다 너무나도 사이좋게 즐거운 모임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나는 평생 은사님들의 제자로서 배우고 깨달으며 노중을 준비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일을 하는 것만이 노중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평생 열심히 충분히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면 오직 나만을 위한 삶을 사는 것 또한 너무나 멋진 모습이다. 얼마 전 찾아뵌 고3 때 담임선생님께서는 낭만파의 삶을 살고 계신다. 30년 전 기억으로 선생님은 정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계셨고 “너희들 열심히 공부하는 것 안다. 그런데 나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너희들을 더 잘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고3 담임도 힘드실 텐데 대학원을 또 다니고 계신다는 말씀에 내 게으름을 자책한 기억이 있다. 오랜만에 선생님을 뵈었을 때 어떻게 잘 지내는지 말씀을 드릴까 고민하다 있는 그대로 ‘행복하고 여유롭게 잘 살고 있습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매우 잘하고 있다. 잘 살고 있는 소식에 내 기분이 정말 좋구나.”라는 칭찬을 해 주셨다. 그리고 말씀을 듣고 나니 선생님께서는 퇴직 전부터 퇴직을 하고 나서 무엇을 하시고 싶은 지 고민하시다 우연히 듣게 된 색소폰 소리에 58세에 음악을 시작하셨고 지금은 매일 음악연주와 퍼즐 맞추기 등의 자신을 위한 시간에 맞춰 사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말씀해 주셨다. “인생은 흘러가는 물처럼 자연스러운 방향을 찾아가는 거야. 노력은 중요하지만 억지로 사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을 따라 자연스럽게 살면 되지. 남이 아니라 내 기준대로 살면 그게 내 삶을 잘 쓰는 제일 좋은 방법이야.” 역시 선생님은 평생 선생님이시다. 얼마나 잘 따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선생님께 색소폰 연주를 배우고 싶다는 부탁을 드렸다. 다시 선생님의 제자가 되는 것은 기분이 정말 좋다.


노중을 준비하지 않고 노후를 맞이한 어느 95세 노인의 수기를 본다면 여러분들이 노중을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노중을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노중을 살기 위해서는 ‘원하는 일을 위해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바로 지금부터….


'어느 95세 노인의 수기'


나는 젊었을 때,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 결과 나는 실력을 인정받았고,

존경받았습니다.


그 덕에 63세 때, 당당한 은퇴를 할 수 있었죠.

그런데 지금 아흔다섯 번째 생일에

얼마나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지 모릅니다.


내 65년의 생애는 자랑스럽고 떳떳했지만

이후 30년의 삶은 부끄럽고 후회되고

비통한 삶이었습니다.


나는 퇴직 후

'이제 다 살았다. 남은 인생은 그냥 덤이다'

라는 생각으로

그저 고통 없이 죽기만을 기다렸습니다.


30년의 시간은 지금 내 나이 95세로 보면

3분의 1에 해당하는 기나긴 시간입니다.

그때, 나 스스로가 늙었다고

뭔가를 시작하기엔 늦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큰 잘못이었습니다.


이제 나는 하고 싶었던 어학공부를 시작하려 합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10년 후 맞이하게 될 105번째 생일에

95세 때 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호서대 창립자 강석규 총장(1913~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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