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풍뎅이 덕후 아들이 있으신 분 강추합니다!
저희 아들은 두 돌 무렵부터 장수풍뎅이 덕후였어요. 세 돌 이후까지도 장수풍뎅이에 빠져 살았지요. 다섯 돌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좋아합니다. 그런 아들과 함께한 '장수풍뎅이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장수풍뎅이 덕후 자녀를 둔 부모님이라면 유용하게 활용하실만한 내용들과 제가 직접 만든 실한 장수풍뎅이 학습지를 담았습니다.
장수풍뎅이 프로젝트(project)란?
'장수풍뎅이'를 주제로 다양한 경험과 학습 방법을 적용하여 앎을 확장해 가는 프로젝트입니다.
제가 실제로 아들과 했던 활동들과 활동팁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장수풍뎅이 키우기
곤충 키우기를 경험하고 싶으신 분이라면 장수풍뎅이 키우기는 난이도 '하'에 속하며 강추하고 싶은 활동입니다. 난이도 '하'인 이유는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키울 때 할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주문하면 톱밥 안에 담겨서 오는데, 어른 벌레가 될 때까지 갈아주지 않아도 됩니다. 어두운 곳을 좋아해서 그늘진 곳에 수개월 그냥 두시고 가끔씩 살펴보시면서 톱밥이 너무 건조하면 한 번씩 물만 뿌려주시면 됩니다. 장수풍뎅이 똥은 꼭 커피콩처럼 생겼는데, 애벌레를 키우는 통 위쪽에 계속 쌓입니다. 이 똥이 늘어나는 것을 보며, '아, 우리 애벌레 살아 있구나.' 생각하시면 됩니다. 톱밥만 먹어서 그런지 장수풍뎅이 똥에서는 냄새도 안 나고, 굳이 갈아주지 않아도 벌레가 꼬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번데기 방을 만들고 번데기가 되고, 그 번데기가 되는 과정과 번데기의 모양이 변하는 과정을 보는 것이 정말 신기합니다. 번데기가 된 후 어느 날 좀 시끄럽다 싶으면 어른 벌레가 되어서 나옵니다. 운이 좋아 번데기에서 나오는 모습을 포착하실 수도 있어요.
어른 벌레가 되어 나온 후에도 키우기 난이도는 '하'입니다. 곤충젤리만 넣어주면 되고, 똥을 싸지 않고 오줌만 싸는데, 나무즙으로 만든 곤충젤리만 먹고 싸는 오줌이라 그런지 냄새가 나거나 벌레가 꼬이진 않았어요. 달팽이나 개미 등에 비해 정말 흙 관리가 쉽습니다.
수컷들은 여러 마리를 한곳에서 키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같이 두면 엄청 싸웁니다. 아들은 수컷들끼리 싸우는 것을 보는 것을 좋아했지만, 수컷들에게는 큰 스트레스였을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모습이라 생각하여 처음 키웠을 때는 그냥 두었었는데, 결국 수컷 한 마리의 겉날개에 흠이 생길 정도로 싸우더라고요. 두 번째 키울 때는 사슴벌레와 함께 키웠더니 치열하게 싸우다가 다리가 하나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그다음부터는 무조건 분리해서 키우고 있습니다.
암수를 함께 키우면 짝짓기를 하는 모습과 알을 낳는 모습도 보실 수 있고, 알에서 새로운 애벌레를 얻기도 한답니다. 아들이 키웠던 장수풍뎅이는 짝짓기는 열심히 했는데, 알은 낳지 않아 좀 아쉬웠습니다. 지인 중 여러 분들이 알을 얻었다 하니, 곤충의 한살이를 관찰하기에 딱인 곤충입니다.
2. 장수풍뎅이 책 읽기
장수풍뎅이 덕후들의 필독서 한 권을 소개해 드릴게요. 바로 이 책입니다.
7-10세라고 권장 연령이 나와있기는 한데, 저희 아들은 두 돌 때부터 좋아했습니다. 매일매일 이 책을 가져와서 읽어달라고 했어요. 그림이 많아서 어린 연령이라도 상관없어요. 모든 글밥을 다 읽어주지 않아도 됩니다. 아들의 경우 처음에는 장수풍뎅이 이름 위주로 읽어주다가, 점차 연령이 올라가면서 궁금해하는 부분들을 발췌해서 읽어주고 있습니다.
장수풍뎅이 덕후라면, '장수풍뎅이'라는 이름을 하나만 아는 것보다는 다양한 장수풍뎅이의 이름과 특징을 알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앎을 확장해 가는 경험을 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아들은 이 책을 통하여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의 다양한 종류에 대해 꿰뚫게 되었고, 곤충의 한살이, 곤충의 짝짓기와 영역 싸움 등에 대한 지식이 해박해졌습니다.
3. 장수풍뎅이 피규어를 활용한 다양한 활동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남편이 열검색해서 찾아낸 일제 피규어 입니다. 제가 피규어를 고르는 기준은 '얼마나 실제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는가'입니다. 이 제품은 그 기준에 아주 잘 부합하는 제품이에요. 알록달록 멋져서 정말 저런 곤충이 세상에 있을까 싶지만, 실제로 살고 있는 곤충들입니다. 너무 예뻐서 믿지 못하고 검색해 봤거든요. 실제로 저런 색깔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흔한 종과 가장 인기 많은 종들로 구성되어 있어 더 좋았고, 실제 모습과 정말 유사하고 정교합니다. 가격은 배송비 포함 22500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앞서 소개한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백과를 보여주며, 피규어에도 있는 종이 나오면 사진에 대고 맞추어 보기도 하고 이름을 말해보기도 하였습니다. 언어 교구 활동을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를 활용해서 한 것이지요. 가지고 놀게 하기 전에 개별 이름을 확실히 인지시켜 주는 것이 언어의 발달이나 앎의 확장 면에서 좋습니다.
원래 언어 교구로 사용하는 피규어는 역할놀이 용으로는 쓰지 않는 것이 기본값이지만, 집에서 아들은 피규어로 역할놀이를 하면서 잘 놀고 있습니다. 두 돌 무렵에는 '빠방이줄'을 세우듯이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들을 나란히 줄 세워놓고 감상하기도 했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활용하며 놀이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4. 곤충박물관 방문
곤충에 대한 특별전시와 상설전시가 있는 다양한 곤충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이 정보는 지역마다 접근성이 다르고, 기획 전시는 시기가 제한되어 있어서 관심 있으신 분은 인터넷에 검색해 보시길 바라요. 전시 소개가 목적이 아니라서 경험담을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곤충박물관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어서 찾아보면 당장이라도 방문할만한 곳이 근처에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아들은 곤충 박물관에 가면 기본 2시간, 그것도 장수풍뎅이 애벌레 앞에서만 2시간씩 있었어요. 다양한 곤충을 보았으면 하는 바람도 없었던 건 아니지만, 아들의 한 가지에 대한 집중하는 자세를 존중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두 시간을 보고 와도, 다음 주에 또 가고 싶다고 해서 같은 곳을 여러 번 방문하기도 했어요. 저는 이런 경험이 아이를 지적으로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곳을 방문하기보다 한 곳을 여러 번 반복해서 방문하는 편입니다. 책도 한 권을 수십 번 읽어주는 편이고요.
5. 클레이로 만든 장수풍뎅이의 한살이(아이 소근육 발달에 좋아요)
아들이 두 돌 무렵 장수풍뎅이를 함께 만들었습니다. 천사점토로 제가 빚고 아들은 면봉을 반으로 잘라 다리를 꽂게 했어요.
두 돌 무렵은 무언가 꽂는 것을 아주 좋아할 시기지요. 상자에 구멍을 뚫어 빨대 꼽기를 하기도 하는데, 장수풍뎅이 다리 꽂기는 어떤가요? 타원을 빚은 후 T자로 금을 그어 날개와 머리 부분을 나누어주고, 양쪽 옆에 사인펜 등으로 점을 3쌍 찍어주면 아이가 그 점에 다리를 꽂아 넣는 활동입니다. 면봉을 가위로 반 잘라 주면 잘 꽂아 넣어요. 소근육 발달에 좋은 활동이고, 비교적 쉬운 활동으로 강추해요! 덤으로 곤충의 다리가 6개임을 확실하게 각인시켜 줄 수 있습니다. 여섯까지 세면서 끼워 넣었는데, 수 세기에도 도움이 되었어요.
아이의 요청으로 천사점토로 장수풍뎅이의 한살이 과정 모형을 모두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원래는 위 사진과 같은 활동만 할 생각이었는데.... 수컷을 만드니, 암컷을 만들어달라 하고. 암컷을 만들어주니, 애벌레를 만들라 하고. 애벌레도 1령, 2령, 3령 다 만들라고 요구하고... 알도 필요하다, 곤충젤리도 필요하다 아주 장수풍뎅이 백과에서 본 모든 걸 다 요구하더라고요. 가장 곤란했을 때는 번데기(심지어 번데기도 암수 구분해서 모두 필요하다고..)를 만들어 달라고 했을 때입니다. 그래도 만들었어요. 심지어 제가 천사점토로 톱밥도 만들어서 아예 클레이 장수풍뎅이 사육통까지 꾸며주었습니다. 아이가 수개월 동안 정말 잘 가지고 놀았으니, 뽕은 뽑았습니다. 그리고 시중 제품으로는 수컷만 나와있는데 다양한 형태를 다 만들어주니, 장수풍뎅이의 한살이를 가지고 역할놀이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저는 만들기 덕후라서 신나게 한 활동이지만, 앞서 소개한 다리 꽂기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애벌레랑 알은 쉬우니까 함께 만들어 보셔도 좋을 것 같고요. 아이의 소근육도 발달하고, 뿔이 있는 수컷 말고도 다양한 형태에 집중할 수 있어서 교육적으로도 좋았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톱밥 속에 숨어 있는 알과 1령 애벌레들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 학습의 장점은 앎이 확장되는 것인데, 아이는 장수풍뎅이 사육통을 만든 후에 거기에 같이 사는 지렁이도 만들라고 요구하고, 사슴벌레도 암수를 구분해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였어요. 두 돌 아이의 앎이 이와 같이 확장되는 것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6. 장수풍뎅이를 몸으로 표현하기
아들과 함께 장수풍뎅이 싸움처럼 씨름 비슷한 놀이를 이 무렵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장수풍뎅이 관련 노래들도 많이 들려주고 함께 불렀습니다. 유튜브에 검색하시면 다양한 장수풍뎅이 노래들이 있어요. 몸짓으로 춤 비슷하게 노래에 맞추어 즉흥적으로 표현하기도 했어요. 자세히 소개할 정도로 정교한 활동을 한 것은 아니라서 이 정도만 언급할게요.
7. 장수풍뎅이 그리기 + 핀포킹 해서 붙이기
수채색연필과 물붓을 사용하여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무당벌레를 그리고 나무에 붙이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아들이 만 4세에 한글 쓰기를 시작하면서 운필력을 높여주기 위한 활동에 포함된 활동이었어요. 가위로 벌레들을 오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서 핀포킹을 해서 떼어내게 하였습니다. 핀포킹은 운필력이 부족한 아이에게 손가락 힘을 기르게 하는 데에 효과적인 방법이므로 만 3-4세 아이들에게 권장합니다.
아이들과 그림을 그릴 때에 관찰력을 높여주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도형의 이름을 알려주고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을 합니다. '나무 위의 곤충들'은 원과 타원 그리기를 먼저 하고 확장된 활동으로 적용하면 좋습니다. 사물을 보고 그냥 그리라고 하면 아이가 막막해합니다. 그러나 사물을 보고 알고 있는 도형들을 떠올리면서 그리게 하면 보다 쉽고 관찰력도 좋아집니다. (자세한 방법은 별도의 브런치북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8. 장수풍뎅이 포스터 만들어 잘 보이는 곳에 게시
프로젝트 학습을 할 때에는 가정에서 환경구성도 주제에 맞게 해 주셔야 아이가 더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앎을 확장해 나가요. 그 주제를 자극할만한 자료들을 집안 곳곳에 잘 보이게 배치합니다. 책장에는 장수풍뎅이과 곤충 관련 책들을 비치하고, 놀이장에는 장수풍뎅이 피규어, 곤충 피규어, 클레이 장수풍뎅이 사육통 등을 비치했어요.
그런데 장수풍뎅이의 모습과 구조를 알 수 있는 포스터도 냉장고에 한 장 붙여 두고 싶었는데, 시중에서 마땅한 것을 찾기가 어려워서 직접 만들었습니다. 장수풍뎅이의 암수와 한살이,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렸어요.
구조도는 포스터용, 학습지용(빈칸 + 정답지)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학습지를 만들 당시에 아들이 만 2세라서 학습지용은 사용하지 않았고, 포스터용만 프린트하여 코팅해서 냉장고에 붙여두었어요. 아들이 지나가면서 자주 들여다보고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만 4세가 되어 한글을 떼었으니, 학습지도 해볼 차례가 드디어 온 것 같아요.
지금까지 아들과 함께한 '장수풍뎅이 프로젝트', 어떠셨나요? 수개월간 이렇게 장수풍뎅이에 푹 빠져 지내면 시간이 흘러도 그 경험이 잊히지 않을 거예요.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탐구하고 경험하는 시간이기에 아이도 즐겁고, 놀이인지 학습인지 분간도 안 됩니다. 한 가지 주제로 출발하여 앎을 확장해 나가는 경험은 '자기주도학습'에 도움이 되고, 앎을 확장해 가는 방식, 즉 '공부하는 방법'을 학습하는 것에도 도움을 줍니다. 독자님들이 아이의 관심사를 주제로 꼭 해보시길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