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새내기 작가님, 주눅 들지 마십시다. 일단 해봐요 우리!
2025년 4월 25일. 다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날입니다. 8년 만이니 정말 긴 시간의 공백이었지요. 새내기 브런치 작가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상태로 다시 시작했습니다. 베내핏은 작가 신청을 안 해도 되었던 것, 핸디캡은 너무 오래 글을 쓰지 않아 글빨에 녹이 슨 것.
아마 이 글을 읽는 새내기 브런치 작가님이 계시다면 같은 느낌일 것 같아요. 처음 브런치에 입성하면 둘러보기를 하잖아요. 첫날 브런치를 둘러본 저의 소감은 한 마디로, '쭈구리가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글 잘 쓰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어?
아무도 나를 모를텐데 누가 내 글을 읽어줄까?
성의 없는 글이라도 많으면 "내 글이 뜨는 건 시간문제야!"라고 생각이라도 해볼텐데. 글들의 중압감에 휩싸이면서 내가 어찌나 작아지던지요. 이렇게 감성 돋고, 이렇게 전문성 깊고, 이렇게 재미있고, 이렇게 기발한 글들이 많은데, 내가 여기에서 설 자리가 있나... 그런 생각에 브런치 작가가 된 기쁨은 금방 물거품처럼 사그라듭니다.
브런치 작가 승인만 나면 될 줄 알았는데,
산 너머 산이로구나.
참으로 막막하다.
처음 작가 승인이 났던 8년 전에도 그랬지만, 다시 글을 쓰기로 결심하고 브런치에 재입성했을 때엔 더한 막막함을 느꼈어요. 흘러간 시간만큼, 더 훌륭한 작가님들과 더 빛나는 글들이 켜켜이 쌓였더군요. 제가 처음 작가 승인이 났을 때만 해도 신생앱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브런치에도 입지가 굳은 작가님들이 많아졌어요.
"얼마나 대단한 글들이 많은지 한 번 둘러보자!"라는 약간 꼬인 심보로 클릭해 보잖아요? "아, 이 분은 구독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나도 구독 누르자!"하고 손가락이 먼저 나갑니다. 겸손함은 저절로 배워지고, 자존감이 떨어지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대한민국에 글 잘 쓰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브런치 재입성 첫날은 글을 쓰기는커녕 들어갔던 작가님들 브런치를 연달아 5개 정도를 '구독'하고는, 현타가 와서 '구독'누르기를 멈추었어요. 클릭하는 브런치들마다 죄다 '구독'할 것 같은 무서운 기분. 운이 좋아서 계속 좋은 글들을 발견한 게 아니었어! 그냥 잘 쓰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 이 사실은 읽고 싶은 것들이 많아져 행복한 고민임과 동시에 작가로서는 '무서움'이 엄습하게 하는 부분이에요.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여기에서?
그렇게 주눅이 들어서는 내 브런치 스토리로 돌아왔어요. 이런 경험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작가가 되려고 들어왔는데, 내 글을 쓰기는커녕 읽어야 할 것 같은 글들이 너무 많아 홀려서 보다가 작디 작아지는 경험이요. 그렇게 작아지고 나니 1-2주는 남의 글을 읽고 싶지 않아지더라고요.
내 글에 집중해야겠다.
부족하더라도 성장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일단 한 걸음이라도 내딛자.
이런 마음으로 8년 만에 글쓰기를 재개했어요.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 길을 가 보기로 합니다. 가기 전에 마음을 단단히 먹었습니다. (글잘 쓰는 사람이 너무 많은 이곳에서)구독자가 전혀 늘지 않아도, 조회수가 나오지 않아도, 라이킷 수가 적어도, 그래도 꾸준히 해보겠다. 글을 쓰기도 전에 이미 제 마음 한 구석엔 구독자, 조회수, 라이킷이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가득 도사리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런 다짐을 한 거죠. 상관하지 않고 내 길을 가겠다는 말은 사실은 몹시도 신경 쓰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글쓰기를 하니, 누군가 '라이킷'을 눌러 줍니다. 댓글도 달아주시는 분도 계시고 '구독'까지 눌러주시는 고마운 작가님들도 더러 있습니다! 아직 그 수가 많지 않아 그런 알림이 오면 저에게 따뜻함을 보내주신 작가님들의 프로필을 클릭해보곤 해요.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보다 주눅 들어서 당분간 안 들어가기로 했는데, 호기심을 누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주눅' 대신 다른 경험을 합니다.
'연결'되는 경험
나에게 '따뜻함'을 보내준 사람이 쓴 글을 읽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따뜻한 손길을 받고 나니, 마음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마음이 열리니 비로소 브런치의 글들이 한 사람 한사람, 나처럼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그런 생각으로 글을 읽으니 '이런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셨구나.'하고 댓글도 달고 싶어지곤 합니다. 오랜만에 사람을 사귀는 느낌입니다. 최근 오프라인에서는 육아 동지들 인맥만 늘어나고 있었는데,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시는 분들과 연결되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글을 읽는 속도가 남들보다 많이 느린 편이라, 구독은 천천히 누르고 있습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구독을 누르면 내가 구독한 작가님의 글들을 꾸준히 못 읽을 것 같아서 욕심을 내려놓았습니다. 점차 다독을 하면서 늘려가면 되겠지, 생각합니다.
한 작가를 구독하면 그분의 글들을 제대로 읽고 다음 작가를 구독하자.
이런 전략을 세우고 관심 있는 분야의 작가님을 발견하면, 브런치북 정주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류귀복' 작가님과 '지담' 작가님의 글들을 보고 일단 브런치에 입성하였으니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성실한 작가가 되어 브런치 작가로서의 정착을 도와줄 작품들입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iq185
https://brunch.co.kr/brunchbook/withgunah
브런치에 매일 글을 쓰기로 한 2025년 5월 7일은 성공하는 엄마표 학습의 5가지 원칙 중 "매일, 꾸준히"라는 글을 쓴 날이었지요. 선배 작가님들에게서 영감도 얻었겠다, 마침 '매일, 꾸준히'라는 글을 쓰며 무엇이든 2달을 해보라고 내 글에도 언급했겠다, 망설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내가 쓴 글을 나부터 실천하는 의지를 보이고 싶었습니다.
https://brunch.co.kr/@waysbe/73
오늘로 매일 글을 쓴 지 23일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좋은 결실도 있었습니다. '교육'분야 크리에이터로 선정된 것이었지요. 그날은 브런치 작가 신청이 승인된 날과 비슷한 기분이었습니다. 세상을 다 얻은 기분, 이제 곧 엄청난 작가로 데뷔할 것 같은 기분!
그러나 별 일은 없더라고요. 다시 겸손해지는 데 걸린 시간은 24시간도 안 되었습니다. 크리에이터로 선정된다고 해서 갑자기 구독자가 늘어나지도, 브런치 메인에 내 작품이 소개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브런치 에디터님은 나를 알아봐 주셨다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포기하지 않고 글쓰기를 매일 하기를 이어가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글쓰기는 삶과 닮아서 정답이 없습니다. 저는 두 달간 매일 쓰기로 저 자신과 약속을 해서 지키고 있지만, 1주일에 1-2회 매력적인 글들로 구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님들도 많다는걸 브런치를 둘러 보며 알게 되었어요.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자신에게 꼭 맞는 방식을 찾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처음 글을 쓰는 작가라면, 매일 써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서 저는 저와 약속한대로 두 달은 매일 글을 올릴 생각입니다. 매일 써보니 글쓰기 훈련이 되서 좋습니다. 글쓰기를 시작할 때의 부담감이 확 줄었습니다. 당연히 숨을 쉬듯 글을 쓰게 되요. 잠든 아이들 옆에서도 핸드폰으로 끄적이고, 길을 가다가도 무슨 생각이 나면 글을 씁니다. 글쓰기를 습관처럼 만들어 주기에 이만한 방법이 없습니다.
브런치에 글쓰기를 재개한 지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어갑니다. 브런치를 다 파악했다면 거짓말입니다. 그래도 매일 브런치에 살다시피 하며 글을 썼으니, 처음 입성하시는 분들의 마음을 공감하며 주눅 드는 마음을 줄여드릴 수는 있을 것 같아요.
한 달간 브런치의 주민이 된 결과 이런 정의를 내리게 되었어요.
브런치는 이런 곳이다.
1. 글쓰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플랫폼이다. 긴 글도 진심이 들어가 있다면 누군가는 읽어주는 곳이다.
2. 그래서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주눅 들 필요 없다. 배움의 기회라고 생각하자!
3. 브런치는 작가 훈련소다. 무료로 내 글의 가능성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 잘 쓰는 사람,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다 모여 있다.
4. 따뜻한 작가님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곳이다. 내 진심을 건드는 글을 읽고 댓글을 달면 된다. 훌륭한 작가님들과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5. 출간에 뜻이 있다면 브런치만한 플랫폼이 없다. 그렇게 작가님들과 소통을 하며 브런치에 계속 붙어 글을 빡세게 쓰다 보면 출간의 행운이 찾아올 확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출간의 꿈을 이룬 브런치 작가님들이 많다.
그러니, 저처럼 작가가 되고 싶어 들어왔는데 주눅부터 드는 작가님이 계시다면,
작가 훈련소 입성을 환영합니다.
작가 훈련소답게 어마어마한 작가님들이 교관으로, 그리고 동료로 포진해 계십니다. 여긴 그런 곳이에요. 그러니 주눅 들지 말고, 함께 성장해 나가요! 여기서 버티며 성장을 해 나가다 보면, 내 작품이 서점 '신간 코너'에 올라올 날이 분명히 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