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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서 Nov 17. 2019

2. 인사담당자 인터뷰하기

< 제 4 장 >  성취 그 짜릿함

다시 취준생으로 돌아왔다. 교대에 있는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출퇴근을 했다. 인사담당자가 되려면 바늘구멍을 뚫어야 했다. 인사담당자는 보통 직원 100명당 1명이 근무하기 때문이다. 1,000명이 근무하는 회사여도 인사담당자는 단 10명이 근무할 정도로 인원수 자체가 적다.     


취업준비생을 위한 온라인 카페에는 여러 스터디 모임이 있다. 마케터 스터디, 영업직 스터디, 개발자 스터디 등. 인기가 많은 직군은 스터디원을 모집하는 글도 여러 개가 올라온다. 선택의 폭이 넓다. 하지만 인사담당자 스터디는 찾기 힘들다. 원하는 장소와 시간대의 스터디를 찾기는 더욱 어렵다. ‘안 되겠다. 하나 만들자.’ 맞는 스터디를 찾을 수 가 없어서 내가 모집하기로 했다. 몇몇 스터디의 운영방식을 참고했고 원하는 시간대로 공지를 올렸다. ‘인사담당자 취업 스터디’. 단순한 이름이었다. 월간 HR 매거진을 구독해서 매주 기사를 분석하고 발표하는 모임이었다. 발표 후에는 토론도 했다. 원하는 사람은 직무와 연관된 자격증도 함께 공부할 수 있게 했다.     


게시글을 올리고 나서 며칠이 지났다. 메일함을 열어보니 15개가 넘는 신청서가 들어와 있었다. '이렇게 수요가 많았나...' 내심 놀라며 6명에게 함께하자는 회신을 보냈다. 스터디도 신청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었다. 선발되어야 참여할 수 있는 시대였다. 괜히 마음이 씁쓸했다. 킥오프 모임도 하고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면서 스터디가 진행됐다. 한 달 동안 HR 트렌드와 기업들의 사례를 공부하다 보니 궁금한 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새로운 평가제도를 실행한 기업들은 이후에 고충은 없었을까?', '새로운 제도들은 어떻게 만드는 걸까?', '매거진에 나오지 않는 실제 직원들의 피드백은 어떨까'와 같은 점이 궁금했다.     


자료를 검색하다보니 현직 인사담당자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카페를 알게 됐다. 매월 정기 모임과 스터디가 진행되고 있었다. 며칠 동안 카페를 들락거리며 신규 게시글을 확인했다. 그 날도 게시글을 보러 카페에 들어갔는데 마침 스터디 모집 글이 올라왔다. 주니어와 시니어가 함께하는 인사담당자 스터디 모임이었다. 글이 올라오자마자 바로 게시글을 올린 회원에게 쪽지를 보냈다. 대학생이지만 꼭 참여하고 싶다고 적었다. 그동안 공부하면서 현직 인사담당자 분들에게 궁금한 것이 많았던 터라 자연스럽게 간절함이 묻어나왔다.  

    

그때 보라언니를 만났다. 언니는 10년 차 인사담당자였다. 모임장이었던 언니는 요청을 흔쾌히 받아주었다. 참여해도 좋다는 쪽지를 받았을 때 소리를 질렀다. 글을 올리고 나서 가장 먼저 참여하고 싶다고 연락한 사람이 나였고, 대학생의 열정을 보고 싶다고 했다. 취업 전에 현업 담당자 모임에 참가하게 되다니 꿈만 같았다.      


스터디는 양재역에서 진행됐다. 한 주씩 돌아가면서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사를 두고 토론했다. 모두 현직에서 근무 중인 사람들이었으니 토론 내용을 듣기만 해도 업무에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처음에는 대학생이라서 모임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걱정이었다. 공유할 수 있는 사례가 하나도 없었으니말이다. 기사 요약이나 토론에 대한 자료 조사들은 더 열심히 준비했다. 반드시 인사담당자가 되어 사례를 공유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모임에 나가는 것 자체가 자극제였다.      


토론이 끝나면 뒤풀이로 치킨집에서 근황 토크를 했다. 근황 토크도 흥미로웠다. 채용과 퇴사, 노사관계에 대해 현재 일어나는 이슈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부하다가 궁금한 것도 물어볼 수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되고싶은 직업을 이미 가진 사람에게 인터뷰를 요청해보자!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34474)




‘인사담당자를 인터뷰하면 어떨까?’     


책과 매거진이 모든 질문에 답을 주진 못했다. 우리끼리 공부할 땐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답답했다. 스터디에서 인터뷰를 기획했다. 현직자 모임에 가서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했고, 주변의 다른 인사담당자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도움을 받았다. 토론 모임의 멤버들은 직접 주변 지인들에게 대학생 인터뷰에 응할 생각이 없냐고 물어봐주기도 했다. 그렇게 현직 인사담당자 3명의 인터뷰 스케쥴을 잡을 수 있었다.     


담당자분들 모두 성심껏 인터뷰에 응해주셨다. 특히 인터뷰를 요청한 것 자체를 기특하게 보셨다. 인사담당자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 업무를 해보니 생각과 달랐던 점, 인사업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 현재 겪고 있는 문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앞으로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질문을 했다. 바로 앞에서 답변을 들으니 답변 내용 중에서도 궁금한 것들을 실시간으로 물어볼 수 있었다. 2시간으로 예정된 시간이 3시간을 훌쩍 넘기도 했다. 담당자분이 더 열정적으로 대답해주시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하나라도 더 알려주시려고 하는 모습에 오히려 에너지를 받고 인터뷰를 마쳤다.     


인터뷰를 통해 기대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취업준비생이 직업을 구하기 전에 현업 담당자를 인터뷰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목표를 이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미 그 목표를 이룬 사람을 만나 보는 것이다. 현재의 위치에 오기까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어떤 어려움에 부딪혔는지, 그리고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듣는 것만으로도 목표에 가까워진다. 잠시 목표로 가는 방향을 잃었다면 다시 올바른 방향으로 돌릴 수도 있다. 앞으로 겪게 될 힘든 상황을 상상하며 깊은 슬럼프에 빠지지 않도록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인터뷰를 통해서 인사담당자가 되는 목표에 한 발 더 다가갔다. 어떤 업무를 하는 사람이고 어떤 책임감이 필요한지도 배웠다. 사람만 좋아해서 되는 직업도 아니었다.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사람들과 너무 가까운 것보다 조금 거리를 두고 업무를 해야 한다는 말은 실제 인사담당자가 되어 업무를 할 때도 큰 도움이 됐다. 고민들을 많이 듣게 되는 직업이니 에너지가 방전되지 않도록 나 자신을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유용한 팁이었다.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직업이라는 것은 입사 초기부터 늘 공부하는 자세를 갖게 했다.     


목표를 설정하면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방법을 찾게 된 것 같다. 간절함도 생겼다. 일단 목표를 세우면 ‘어떻게 달성할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용기를 내어 말해보면 어떨까. 당신처럼 되고 싶다고, 어떻게 하면 될 수 있을지 조언해달라고 말이다.


그러면 나보다 더 열정적으로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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