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6 장 > 투 잡을 시작한다면
“연서대리 주말에 뭐해?”
“차장님 저 집에서 쉴 거에요. 아무 데도 안 나갈 거예요.”
“완전 집순이구먼?”
투잡을 시작하고 3개월 동안 주말에 다른 곳에 간 적이 없다. 금요일마다 주말에 뭐할 거냐고 질문을 받으면 집에서 쉰다고 했다. 월요일에 주말에 뭐했냐고 물어보면 집에서 쉬었다고 했다. 회사 동료들은 나를 집순이라고 불렀다. 솔직히 다른 걸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다.
카페 운영 초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장의 체력이다. 오픈 초기부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가장 비용이 큰 인건비를 줄어야 한다. 아르바이트를 쓸 수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6개월 동안 수익금을 가져가지 못했다. 돈을 받지 않고도 일 할 수 있는 인력이 3명이나 되니 최대한 인건비를 아끼고 우리가 일하는 시간을 늘렸다.
평일에는 카페를 본업으로 하는 은주가 일했다. 은주가 쉬는 주말에는 투잡 중인 나은이와 내가 번갈아서 나왔다. 오후 2시부터 마감 시간인 11시까지 일했다. 월화수목금금일, 월화수목금토금의 반복이었다. 6개월 동안 주말을 온전히 쉬어본 적이 없다.
금요일이 행복하지 않았다. 어차피 주말에도 근무를 해야 하니까. 토요일이든 일요일이든 하루를 일하면 남은 하루는 꼼짝하지 않고 집에서 쉬어야 했다. 저녁에 잠시 약속이라도 갔다 오면 월요일 아침부터 하품이 나오곤 했다. 회사에서의 업무에도 집중할 수 있게 주말 하루는 집순이로 살았다.
카페 창업을 생각한다면 가까운 카페에 가서 내부를 살펴보자. 주문을 받는 카운터 뒤에 음료를 만드는 제조 공간이 있다. 보기에도 굉장히 좁을 것이다. 바 안쪽에 창고가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는데 둘 다 좁기는 매한가지다. 안쪽 공간을 최소화해야 홀에 테이블을 더 많이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움직일 공간은 최소한만 확보하도록 인테리어를 한다.
우리 카페도 공간이 좁다. 쉴 수 있는 장소가 없다. 창고에는 냉장고 2대와 재료가 가득 차 있고 선반들이 사방에 걸려있다. 바의 공간은 외부에서 보는 딱 그만큼이다. 거기서 밥도 먹고, 다리가 아프면 간이의자에 잠시 쉬는 게 전부다. 혼자서 일할 때면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간다. 큰 볼일이라도 생기면 참고, 참고, 참다가 빨리 해결하고 나오곤 했다.
처음에는 다리가 많이 부었다. 8시간을 앉아서 일하던 사람이 8시간을 서서일하니 종아리가 팅팅 부을 만도 했다. 토요일은 11시, 일요일은 10시에 마감을 했고 돌아오면 간신히 샤워만 하고 침대에 뻗었다. 종아리를 풀어줄 에너지도 없었다. 몇 주가 지나니 어깨와 팔이 아프기 시작했다. 손님이 조금씩 늘기 시작하면서 그라인더를 계속 당겼기 때문이다. 그라인더는 생각보다 무겁다. 팔근육이라곤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던게 전부였는데, 없던 팔근육도 땡껴쓰고 승모근도 함께 썼다. 적응이 되기까지 근육통에 시달려야 했다.
틈틈이 청소도 해야 하고, 과일도 깎아야 하고, 허브나 시럽 같은 재료가 오면 정리도 한다. 사장은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설거지만 4시간 동안 할 때도 있었다. 설거지에 몰입하면서도 손님이 들어오는지 계속 살펴야한다. 문이 열리면 바로 장갑을 벗고 "어서오세요~"를 외치며 포스 앞으로 달려갔다. 한 번도 서비스업을 안 해 본 사람이라면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하니 당연히 금방 지칠 것이다. 체력이 필요한 이유다.
고객의 눈을 맞추고 웃으면서 주문을 받는 것도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잠깐만이라도 다른 생각을 하면 아이스를 시켰는지 따뜻한 음료를 시켰었는지 헷갈리게 된다. A타입과 B타입을 물어보지 않아 손님의 자리로 가서 다시 물어본 적도 많았다. 진동벨 번호도 먼저 눌러둬야 하는데 잊은 적은 셀 수도 없다. 나는 여러 명을 상대하지만, 고객은 오늘 처음 나를 마주하는 것이다. 때문에 밝게 웃으면서 응대하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감정 소모도 들어간다.
나를 지탱해준 건 헬스였다. 매일 아침 7시부터 8시까지 1시간씩 운동을 했다. 30분 동안은 땀이 나도록 러닝머신을 탔고, 하체와 상체를 나눠서 웨이트 운동도 했다. 헬스장에 들어가면 일단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운동에만 집중했다. 땀을 흘리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하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의식이기도 했다. 덕분에 건강한 정신과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사장이 건강해야 한다. 아픈 곳이 없고 체력이 넘칠 때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온다. 가게에 오는 손님들에게 에너지를 맘껏 전달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가게 문이 열릴 때 "어서오세요~" 조차 힘차게 나오지 않는다. 가게는 기운이다. 밝고 긍정적인 기운이 퍼지도록 해야한다.
“연서대리 축하해!”
“네? 왜요 부사장님?”
“이번 분기 우수사원으로 뽑혔어. 점수가 제일 높아.”
“네?? 정말요?? 감사합니다!”
그해 연말에 우수사원 상을 받았다. 6명의 최종 후보자 중에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놀라운 일이었다. 체력이 부족했다면 절대 이루지 못할 성과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인정받으며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끊임없이 ‘할 수 있다’를 외치고, 아침마다 헬스장에 가며 자기관리를 한 덕분이지 않을까. 인간의 능력은 무한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이기도 했다.
임원 회의 때 사장님께서 직접 금으로 만든 명함을 전달해주셨다. 카페를 오픈한 지 10개월, 카페도 자리를 잡아갔다. 체력을 유지한다면 투 잡,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