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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서 Dec 12. 2019

1. 본업을 살리자 - 면접의 달인

< 제 6 장 > 투 잡을 시작한다면

동업으로 투잡을 시작한다면 동업자의 능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셋은 전문성을 가진 분야가 달랐다. 은주는 카페를 운영한 경험이 있었고, 나은이는 인테리어 업계에서 10년간 일한 경력이 있었다. 나는 인사담당자로 채용부터 퇴직까지의 업무를 해 본 상태였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세 명이 각자의 입장만 고수한다면 빠른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전문분야에 따라 업무를 나눴다. 인테리어를 할 땐 나은이의 의견을 전적으로 반영했고, 나은이가 “이거랑 이것 중에 어느 게 마음에 들어?”라고 물어볼 때만 함께 결정을 내렸다. 


운영은 은주가 맡았다. 원두만 정한다고 끝이 아니었다. 음료와 디저트에 들어가는 재료들, 접시와 포크,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나갈 때 보이는 데코레이션까지 하나하나 정해야 할 게 많았다. 테이크아웃 잔의 홀더 디자인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것도 이 때 처음 알았다. 은주는 너무 저렴하지도 너무 비싸지도 않은 선에서 카페의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제품을 골랐다.     


인테리어와 데코레이션은 많이 보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인테리어는 핀터레스트 앱을 애용했고, 전 세계의 유명한 카페들을 하나씩 구글링하며 조사를 했다. 잘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에 신입사원의 마음으로 접근했다. 업무를 처음 배우고 자연스럽게 몸에 익기까지는 최소 3개월이 걸린다. 똑같이 3개월을 꾸준히 찾아보고 스크랩하고 다른 카페들을 방문하며 현장 조사를 했다.     



직원들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https://www.crowdpic.net/)



나는 채용을 가장 신경썼다. 고객과 만나는 사람은 직원이고 아르바이트생이다. 회사에서 직원을 채용하는 것처럼 공고를 낼 때부터 어떤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은지 상세히 적었다. ‘커피를 좋아하고, 만남을 좋아하고,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가 찾는 인재상이었다. 인재상을 설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성격이 다르더라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공유하면 같은 마음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다르면 불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아무리 회사가 성장하고 복지가 좋아도 함께 일하는 사람과 맞지 않으면 직원은 퇴사를 결심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는 공고를 올리면 평균적으로 40개의 이력서가 들어왔다. 알바몬에는 사전 질문을 설정하는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을 설정해서 검토 시간을 줄였다. 카페에서 일해 본 경험은 있는지, 집까지 가는 시간은 어느 정도 걸리는지 적어두었다. 적극적인 지원자는 이 질문들의 답변에서 대부분 구분할 수 있다. 간단한 질문이라도 얼마나 정성 들여 썼는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차적으로 이력서에서 10% 정도를 추려내면 면접을 제안하는 문자를 보낸다. 내가 지원자였을 때를 생각했다. 문자에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면접이 진행될지 최대한 자세히 적어서 보냈다. 카페도 사람을 채용하는 기업이다. 기업은 신뢰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문자는 지원자와 처음 1:1로 하는 대화다. 여기서부터 신뢰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초기에는 면접을 카페에서 진행했다. 하지만 내부가 좁아서 면접을 진행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이 좁아 손님들이 면접 내용을 듣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의 말소리도 잘 들렸기 때문이다. 면접에 오롯이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나중에는 스타벅스에서 면접을 봤다. 스타벅스는 넓어서 이야기가 들릴 걱정이 없었고, 카페와 분리된 장소이기 때문에 지원자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운영하는 가게가 작다면 다른 장소에서 면접을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면접이 있을 땐 최소 30분 전에 면접장으로 갔다. 면접을 통해 확인하고 KSA를 확인하고 싶었다. KSA는 Knowledge(지식), Skill(기술), Attitude(태도)를 말한다. 지식적인 면은 커피에 대한 상식, 카페 업무 프로세스, 고객 관리에 대한 부분을 물어봤다. 기술은 라떼아트를 할 수 있는지 체크하는 것이 우선순위였다. 할 수 있다면 플러스가 되었고 할 수 는 없더라도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는지를 체크했다. 그 외에는 수동 그라인더를 사용해 보았는지, 음료는 어떤 음료까지 만들어봤는지, 디저트를 세팅해봤거나 포장한 경험이 있는지, 머신 청소를 해본 경험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태도다. 아르바이트생에게 가장 기대하는 것은 성실함이다. 직원이 근무시간을 지키지 않고 무단결근을 한다면 다른 사람으로 대체해야 한다. 투잡이기 때문에 반차나 월차를 쓰고 달려오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가장 힘든 부분이다. 대학생인데 수업이 늦게 끝나는 날이 있거나, 프로젝트가 많은 전공이라든가, 음악 공연을 해야 하는 지원자들은 대부분 이 기준으로 합격과 불합격을 나눴다.     


추가로 물어봤던 것은 지원자의 성격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질문이었다. 친구들이 자신을 어떤 친구라고 말하는지, 취미는 무엇인지, 다른 아르바이트를 할 때 칭찬받은 경험이 있는지, 앞으로 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를 물어봤다. 자신의 성격은 제삼자의 눈으로 봤을 때 가장 객관적이다. 친구들이 말하는 성격에 대해 듣다 보면 지원자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었다. 칭찬받은 적이 있다면 그 부분에서 강점이 있다는 것이고 하고 싶은 것으로 얼마나 오래 근무할 수 있을지 파악할 수 있었다.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들은 아직도 말하곤 한다. 이런 아르바이트 면접은 처음이었다고 말이다. 아르바이트 면접은 대부분 10분 안에 끝나곤 하는데 30분 동안 본 면접은 처음이라고 했다. 물론 급하게 사람이 필요해서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뽑은 적도 있다. 그 직원은 무단결근과 지각을 자주 했다. 반차를 쓰면서 대타를 뛰어 무척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신뢰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직원을 뽑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직원을 잘 뽑는 건 어느 곳에서나 최우선순위로 두는 일이다. 사람만 잘 뽑아두면 만사가 편하다는 말이 있다. 지금 일하는 직원들이 그렇다. 모두 제시간에 나와서 할 일을 잘 해주고 가니 그것만큼 마음이 편한 게 없다.      


모르는 분야를 새로 배워서 하는 것보다 전문성을 가진 분야를 살리는 것이 훨씬 효과가 있었다. 친구들이 전문성을 가진 분야에서는 적극적인 지지자가 되었고,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책임감을 가지고 일했다. 동업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서로의 장점을 눈여겨 보고, 잘하는 부분은 충분히 믿고 맡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면 동업은 충분히 메리트가 된다. 우리 셋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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