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my grandma project 3.
그날 밤엔 하얀 초승달이 떴다. 아주 하얗고 손톱 같은 달이었다. 밤이 다시 아침을 채우던 시간, 밤은 그렇게 어둡지 않았다. 하루가 낮으로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았던 날, 뭔가 할머니와 가까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손톱달,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달에 앉아 우리를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어떤 이야기를 하셨을까. 생전에 보지 못했던 우리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셨을까. 우리와 함께 했던 기억들이 모두 미화되어 아름답게만 남았으면 좋겠다.
우리도 할머니 이야기를 했다. 나는 할머니 흉내를 곧잘 냈다. 할머니가 쓰던 말들을 많이 따라 했는데, 할머니를 추억하기에 좋았다. "날 좀 다고, 난도 몰따, 춥다, 마한년, 아 울개지 말고 여내 온나...", 할머니를 따라 하니 코끝이 찡해졌다. 대가족이 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꺼내놓는데 내가 몰랐던 이야기가 가득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할머니 이야기. 아버지의 어릴 적, 그리고 친척들의 어릴 적 이야기가 오갔다. 할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에 대한 이야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는 재혼을 원치 않았다는 이야기. 오래도록 할아버지를 그리워하셨는지 같은 날짜에 돌아가셨다는 이야기. 우리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얼마나 그리우셨을까,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할머니가 할아버지와 못다 한 이야기를 오래도록 하셨으면 좋겠다. 말이 필요 없는 시간이겠지만, 그저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하지 못했던 말을 아주 오래도록 하셨으면 좋겠다.
2021. 10.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