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my grandma project 2.
어릴 때 할머니 손에 자랐다. 할머니는 할머니 집을 왔다 갔다 하면서 언니와 동생, 나를 봐주시다 언제부턴가 같이 살며 우리를 키워주셨다. 할머니와 같이 지내다, 할머니가 할머니 집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이불속에 숨어 그렇게 많이 울었다. 할머니가 글을 읽지 못한다는 것을 모를 만큼 어렸을 때, 할머니가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편지를 써서 할머니 가방 속에 몰래 넣어놓곤 했다. 가방 속에 넣는 것도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썼었는데, 할머니는 내가 쓴 편지를 보셨을까. 내가 쓴 편지인지는 아셨을까.
할머니는 나에게 엄마 같은 존재였다. 엄마, 아빠에겐 자식들이 너무 많았다. 졸업식, 운동회 같은 행사에 부모님은 항상 오지 못하셨다. 반 학생들 때문에 우리는 항상 부모님과 함께하지 못했고, 빈자리가 커서인지 할머니는 나에게 남다른 존재였다.
할머니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장면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아주 더운 여름날,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할머니가 해주는 부채질과 손 박자를 자장가 삼아 잠들었던 장면이다. 한없이 따듯하기만 했던 그 시간, 할머니 냄새, 할머니 살갗, 흥얼거리는 노랫소리... 그날의 전부가 그립다.
할머니는 누군가의 무릎을 베고 잠든 게 언제였을까? 할머니에게 온통 사랑으로 가득 찼던 날은 언제였을까? 나는 왜 그토록 나밖에 모르는 손녀였을까. 다 커서도 할머니 무릎베개 한 번 못 해 드린 게 후회된다. 할머니가 나에게 주었던 사랑 앞에 나는 너무나 작아진다.
하늘에서는 할아버지 무릎을 베고 하루 종일 못다 한 이야기도 하고 사랑만 받으며 지내셨으면 좋겠다. 나의 사랑, 오늘도 행복하셨는가?
2021.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