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했소

Dear. my grandma project 1. 고생했소

by 귀로미

그림, 내 어릴 적 꿈을 다시 살기로 했다.

그림을 다시 그리기로 결심한 후 어떤 그림을 그릴까 고민했다. 가장 그리고 싶은 것, 사랑을 가장 많이 담을 수 있는 것을 그리고 싶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할머니가 생각났다. 할머니는 19년 10월 24일 날 돌아가셨다. 꽃 같은 나의 할머니, 꽃으로 태어나 꽃으로 지는 나의 사랑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었다.

할머니는 남편이 두 분이셨다. 어린 나이에 사별하여 재혼하셨고, 할아버지 두 분 다 일찍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를 본 적이 없다. 딱 한 장 남은 사진으로만 할아버지가 어떤 분인지 알뿐이다. 할머니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너무나 큰일을 겪으셨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할머니가 가시고 나서야 할머니의 삶이 어땠을지 돌아보게 된다.

할머니가 가시던 날은 첫 번째 할아버지가 하늘로 가셨던 날과 같은 날이었다. 할아버지가 데리러 나오셨던 걸까? 할머니가 가시던 날, ‘할머니는 어디쯤 가셨을까’하고 계속 하늘을 올려다봤다. 매일 예쁘게 피던 하늘, 하늘을 보고 '할머니가 좋은 곳에 가셨구나, 할아버지를 만났구나'하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할머니를 주제로 한 프로젝트. 할머니를 보내면서 봤던 하늘에, 할아버지와 만나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 함께 사랑을 이야기하는 장면들을 그림으로 담았다. 총 8개로 이루어졌고, 첫 작품에 가장 애정이 간다.

첫 작품은 할머니가 가시던 첫날 새벽하늘, 할아버지와 만나는 장면이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마중 나왔고, 등 뒤로 노오란 꽃다발을 준비했다. 둘은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세월이 많이 흘러도 그들은 서로를 한 번에 알아봤겠지. 나의 사랑, 오늘도 너무 보고 싶다.


2021. 10. 5.


할머니를 보내던 새벽에 찍은 사진과 그날의 하늘이 담긴 아크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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