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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조 Jan 26. 2024

무지개떡으로 보는 차별에 대한 고찰

차별을 모르는 순수를 위해





“아빠, 저게 뭐야아?”


조용한 지하철에 울리는 아이 목소리가 유난히 쨍쨍했다. 노란끼가 감도는 얼굴의 꼬마는 지하철 구석에 앉은 학생을 냅다 가리키고 있었다. 펄럭거리는 고사리 같은 손을 따라 사람들의 시선이 물결쳤다. 손가락질이 나쁜 것인지 모르는 건지. 아이는 마냥 천진했다. 


머리가 군데군데 샌 아비는 무릎 맡에 서성이던 아이를 추슬러 옆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졸음에 잠겨있던 눈을 힘겹게 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앞에서 애 어미가 필리핀 사람임이 확실하다 아니다를 가지고 투닥거리던 아줌마 둘은 순간, 목소리를 낮췄다. 


“아이참, 아빠, 저거! 저거!”


 ‘’이었다. 반듯하게 교복을 입은 한 학생이 무지개떡을 손에 쥐고 있었다. 교복의 잿빛과 대비된 파스텔 빛이 떡의 윤기와 함께 반짝였다. 지나치게 네모 반듯한 모양 탓에 그것은 먹는 것이라기보다 얼핏 예쁜 벽돌처럼 보였다. 근처 지하철 노점상에서 샀다는 것을 알리듯 검은 비닐 봉지가 깃발처럼 나풀댔다. 구석에서 아귀아귀 먹던 것을 아이에게 들킨 것이 창피했는지 학생은 무척이나 당황한 눈치였다. 


“아, 아, 고거이 다섯 가지 색 떡을 합쳐 만든 무지개떡이라는 것이여.”


아비는 별 것 아니라는 듯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황, 청, 홍, 백, 흑… 학생은 특이하게 검은 층부터 시작해 색색 별로 떼어먹고 있었다. 그 중 황색 부분은 맨 아래 쳐져 손도 닿지 못한 채 그대로였다. 아이에겐 색도 색이거니와 하나하나 차근히 음미하며 떡을 먹어 들어가는 폼이 자못 신기해 보였으리라.


 “그럼 흰 색은 바닐라 맛이고 조기 맨 아래 있는 거슨 초콜릿 맛이야아?”


그 소리에 순간, 조용히 아이만 뚫어져라 바라보던 아줌마들이 쿡쿡 웃었다. 아비는 지하철에 퍼진 웃음소리에 눈살을 찌뿌렸다. 자글자글한 주름들에도 치켜 뜬 눈이 한 눈에 보였다. 그러나 그의 헛기침 몇 번에 이내 지하철의 들뜬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그리고 아이를 자기 곁으로 한껏 끌어안았다. 


“달라도 애초에 같은 맛이여. 결국은 다 맛 좋고 다 좋은 거라. 노랑이든 검정이든 맛만 좋으면 되는 것 아니겄어? 노랗다 한들 다 그만한 맛이 있고 차지하는 구석이 있는긴기라.”


'다음 역은 미아, 미아역입니다. 내리 실 곳은 오른쪽, 오른쪽입니다. This station is…' 아비는 흰 페인트가 지지 않은 공사판 점퍼를 꾸겨 입었다. 그리고 곁의 아이 옷 매무새를 섬세하게 가다듬어주었다. 떡 먹던 학생은 그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떡 전체를 ‘우걱’ 배어 물었다. 무지개색의 떡은 한 입에 그대로 박혔다. 학생은 떠나는 아이에게 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10년 전에 썼던 글을 꺼내와 봤습니다.

지금 쓰는 글결과 많이 달라지지 않았네요.

아, 참고로 무지개떡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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