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커피이야기
바렌보임에게 커피는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는 피아니스트이면서
지휘자이고,
또한 끊임없이 사회와 대화하려 했던 음악가였다.
음악은 그에게
소리이기 이전에 사유였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악보를 펼치면
음 하나가 아니라
구조 전체를 바라보았을 것이다.
베토벤을 연주할 때에도
단순히 감정을 밀어붙이기보다
논리와 철학을 함께 세웠다.
그의 음악이
격정적이면서도
어딘가 지적인 긴장을 품고 있는 이유다.
커피는
열정을 끓이는 불꽃이 아니라
사고를 또렷하게 만드는 도구였을 것이다.
따뜻한 잔을 손에 쥔 채
생각을 깊게 밀어 넣는 시간.
바렌보임에게 커피는
무대 이전의 고요,
연주 이전의 사색이었다.
마치 지휘자가
첫 박자를 내리기 전
오케스트라를 응시하는 순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