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처럼 식지 않는 한 잔

예술가의 커피이야기

by 레몬푸딩

Gabriel Fauré

포레에게 커피는
강한 자극이 아니었을 것이다.
베토벤처럼 정확히 60알을 세지도 않았고,
브람스처럼 카페에 오래 머무르지도 않았다.

그는 조용한 사람이다.
살롱의 불빛 아래,
작은 잔에 담긴 커피처럼.

쓴맛이 먼저 오지 않는다.
향이 먼저 온다.

포레의 음악은
한 모금 마신 뒤
잔향이 오래 남는 커피와 닮았다.
그의 《Requiem》은
두려움을 밀어붙이지 않는다.
따뜻한 김이 오르듯
부드럽게 퍼진다.

커피가 식어도
향이 남듯이,
포레의 선율은
끝난 뒤에 더 깊어진다.

그래서 포레에게 커피란
각성을 위한 음료가 아니라
조용한 사색의 온기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