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는 사랑하는 남편 션을 잃고, 십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약혼을 앞두고 있다. 그런 애나 앞에 자신이 죽은 션이라고 주장하는 10살 소년이 나타난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애나를 비롯한 주변인들은 모두 코웃음을 친다. 하지만 누구보다 남편을 사랑했던 애나는 점차 그 소년이 션이라고 믿게 된다. 하지만 후반부에 소년이 션처럼 말하고,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은 소년이 애나가 션에게 쓴 수십 통의 연애편지를 우연히 발견했기 때문임이 밝혀진다.
이 영화 속 애나와 소년은 모두 사랑에 눈이 먼 상태다.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지만 나는 소년 역시 자신을 진심으로 션이라고 믿었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후반부 션의 형수로 인해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난 후 소년이 알게 된 사실은 션이 바람을 폈다는 것이다. 이후 소년은 애나의 집으로 찾아가 자신은 션이 아니라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그 이유를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라고 말한다. 소년이 자신을 션이라고 주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이 션으로 '탄생'했음을 진심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나는 애나를 사랑하고, 애나는 션을 사랑했지만, 션은 죽었다. 하지만, 진심으로 애나를 사랑하는 나는, 곧 션이 될 수 있다.'라는 식의 논리인 것이다. 누군가는 말도 안 된다고 얘기할지 모르지만 이처럼 순수한 논리는 없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나는 내가 아닌 다른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나아가 무엇이 되어도 상관없다는 식의 논리다. 소년은 애나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 순간부터 더 이상 이전의 자신은 없고 애나를 사랑하는 자신만 남았다. 소년이 엄마에게 "난 당신의 바보 같은 아들이 더 이상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것은 빈말이 아니다.
"사랑의 진정한 본질"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을 포기하고 다른 자아 속에서 스스로를 잊어버린다는 점"에 있다고 한다. 이 말에 근거하자면, 사랑은 자신을 완전히 버린 다음 상대방을 사랑하는 '나'만이 남는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현시대에 그러한 사랑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고, 그렇기에 감독은 독특한 스토리를 통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묻고 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