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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찬 May 03. 2021

지속가능한 새로움

Richard Malone 2020 Fall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 지 얼마쯤 지났을까.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바다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벌써 시들어가는 듯 보인다.

욕망을 이용해 소비를 부추기는 패션 산업에서, 윤리와 신념에 의한 소비자의 구매 의사 결정을 바라는 것 자체가 모순인 것일까? 지난 몇 년간 패션 브랜드가 보여주었던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시도는 단지 반강제적 요구로 소비자들의 죄책감을 덜게 하는 것일 뿐 소비에 대한 그들의 가치관 자체를 바꾸지는 못했다.

실질적으로 그들의 행동과 가치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패션이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즉, 단순히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소비자들의 진심 어린 공감을 이끌어내고, 공감을 넘어 그것에 대한 욕망을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리차드 말론이 그려내는 지속 가능한 패션에 주목을 하고 싶다. 그는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전통적인 화학 염료를 사용하지 않고 인도의 타밀나두의 방직업체와 협업하여 유기농 천연 식물에서 추출한 소재를 이용한 천연 염색법을 사용해 컬렉션을 구상하였다. 감색, 올리브색, 가지색과 같이 자연에서 나온 색감들로 구성한 그의 컬렉션은 우리로 하여금 자연의 위대함, 그리고 소중함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끔 만들었다. 더 나아가 에코닐(재생 나일론), 메리노 모직과 같은 천연 직물로 제작된 코르셋 형태의 서스펜더와 벨트, 대담한 컷-아웃 코트 등은 단순히 환경을 존중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디자인이 아닌 현대 여성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그들의 욕망을 충분히 자극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말론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환경뿐만이 아니다, 사회적 책임의식을 잃어버린 대기업들 사이에서 리차드 말론은 생산자에 대한 인권을 존중하고 기술과 장인 정신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서 끊임없이 말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독립 패션 브랜드 중 하나이다. (그의 쇼장에는 쇼 노트와 함께 그가 고용하는 지역의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을 포함한 그의 작업 비용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는 작업 계획서가 놓여있었다.)


새로움만을 추구한다는 것은 더 이상 크리에이티브하게 들리지 않는다. 오늘날 가장 창의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은 인간과 자연을 존중하는 고결한 정신에서 출발한 디자인이 아닐까? 리차드 말론의 2020년 가을 컬렉션처럼.


Richard Malone 2020 가을 컬렉션(Photo credit : Vogue Runway)







자료 참고

https://www.vogue.com/fashion-shows/fall-2020-ready-to-wear/richard-malone

https://medium.com/@andjelicaaa/whats-wrong-with-fashion-s-sustainable-strategy-2ec86e126ada

https://www.fashionseoul.com/158898



이미지 출처

Vogue.com

Irish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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