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기초 과목의 시험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필기와 유인물을 미리 정리하고 들여다본 보람이 있었다. 강의실에는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이 한 줄씩 떨어져 앉아 각자의 시험지를 노려보았고, 책상과 펜이 만나 똑딱이는 필기 소리가 연신 들렸다. 처음에는 여러 소리가 겹쳐 흘렀지만 시험 중간쯤에 이르자 손을 움직이는 학생이 줄어들었다. 필기 소리도 현저하게 잦아들면서 강의실은 조용했다. 시험을 감독하는 조교의 표정도 몹시 무료했다. 조교는 다리를 꼬고 앉아 지루하다는 듯 다리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 반복 때문이든 시험지에 적힌 문제 때문이든 강의실에 있는 학생들이 집단최면에 빠진 건 아닌가 싶었다. 나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고 마음먹고 문제를 끝까지 풀어냈다. 마침 조교가 나지막이 시험 종료 10분 전을 알렸다. 나는 시험지를 검토하고 퇴실했다.
계단으로 내려가는 길에 재준이 있었다. 알고 보니 재준은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빌려준 필기가 고맙다며 오늘 시험이 끝나고 술 한 잔 사겠다고 했다. 나는 내심 걱정스러웠다. 여태껏 학과에서 마련한 단체 술자리는 피했고, 당연히 학생들이 즐겨 찾는 주점에는 갈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 나는 재준을 빤히 바라보다가 어디로 갈 생각인지 물었는데, 재준은 학교 근처 주점 거리에 있는 ‘파전동동’에 갈 것이라 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재준과 둘이 술을 먹는 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미적분학 시험이 끝나고 바로 만나기로 약속했다. 재준은 시원한 미소와 함께 인사를 하고 먼저 사라졌다.
나는 도서관에 들어가 마지막 시험을 준비했다. 풀기 어려웠던 문제를 다시 풀어보고 유형을 익혔다. 다양한 판정법을 적용했고, 대소 관계를 확인했다. 여러 방식으로 치환을 시도하여 문제를 해결했다. 교재 한쪽에 교수가 중요하다고 언급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치환을 할 때는 반드시 범위를 생각할 것.’
나는 방금 푼 문제의 풀이를 다시 확인했다. 범위를 정확히 계산했더니 처음과 답이 달랐다. 나는 교수의 조언을 잊지 않으려 애썼다. 도움이 되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