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의 교점 # 20

by 청화

장마전선이 한반도에 걸쳤고, 중부지방에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자꾸만 방충망 사이를 넘어 방으로 들이쳤다. 여린 빗소리를 들으면서 어딘가에 있을 아버지를 가끔씩 생각했다. 아버지는 비가 내리는 날 어디에 있을까. 밖에 있을까. 어딘가 안에 있을까. 어디서 비를 피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알 수 없었다. 만약 아버지가 집으로 다시 찾아온다면 나는 고민할 것이었다. 거실에 누워 있는 아버지를 애써 모른 체하고 방에서 내리는 비를 보는 편이 더 나은지, 아니면 집을 나와 빗속을 정처 없이 걸어 다녀야 할지 선택하기 힘든 일이 될 것이었다. 땅따먹기를 하듯 유치한 갈등이 일었고 나는 마음을 굳게 세웠다. 지난번에는 속상한 마음에 집을 뛰쳐나왔지만, 다시는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 혼란한 마음을 주제하지 못해 꼴사납게 다시 인영을 찾지는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스스로 나를 지켜야 했다. 더 단단하고 강해져야만 했다.


지금의 나는 다행히도 빈 집에 홀로 남아 방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방에는 나의 옷장, 나의 책상, 나의 거울이 있었다. 이곳은 아버지의 집이 아니라 마땅히 나의 집, 나의 방이었다. 집에서 나갈 사람은 분명 내가 아니라 아버지였다. 이곳에는 그를 위해 마련된 공간은 조금도 존재하지 않았다. 만약 그런 자리가 있다면 내가 그곳을 나의 것으로 만들 마음이었다. 처음부터 아버지가 집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궁리했다. 하지만, 소용없는 투정에 불과했다. 나의 바람과 다르게 어머니는 그를 집으로 기꺼이 들일 것이었다. 아버지는 다시 거실에 누워 똑같은 일을 반복할 것이었다. 다시 나를 찾을 것이고, 나는 다시 아버지 앞에 앉아서 그가 주무르는 대로 몸을 맡길 것이었다. 나의 얼굴과 몸에 마음대로 손을 댈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견디며 지켜볼 것이었다. 멀리서 아주 멀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