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비가 쏟아지고 있었지.
사고 싶은 게 있어서
비에 젖어도 될 불편한 신발을 신고 나갔어.
어느 정도 많이 걸어가야 하는데
나온 김에 쭉 가기로 결심했지.
우산은 어깨 정도만 비를 막아 주었어.
신발은 이미 젖었고
바지는 밑에서부터 쭉 젖어 올라왔어.
다리부터 몸 전체가 눅눅하고 축축해 갔지만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게 있었어.
걷다 보니 왼쪽 새끼발가락이 아파왔지.
물에 젖은 상태로 계속 신발과
새끼발가락이 비벼졌던 거야.
발과 신발이 따로 움직이지 않도록
모든 발가락을 꾹 세워 걸었지.
사고 싶은 거 사고
집으로 돌아올 때, 더 아파왔지만
어차피 집은 가야 하잖아.
골목 하나하나 빠르게 지나 집으로 갔어.
집에 와서 새끼발가락을 보니 빨갛게 부었더라.
맨발로 자유롭게 되었지만
발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아픔이 밀려왔지.
"지금은 밴드가 붙여져 있고 아픔이 점점 사라지는 걸 느끼고 있어."
스스로 아프게 하고는 이제는 낫길 바라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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