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날씨가 어떤지 알아봤지.
오늘 낮 최고로 더울 거라고 하는데
정오가 되기 전,
갔다가 올 때 지하철을 타면
될 거라 생각했지.
여의도에는 빌딩숲이 있으니
햇빛을 가려 주겠다 싶었지.
머리 위 바로 해가 없으니
빌딩숲 옆에 붙은 그늘이 있었고
그늘 위로 잘 걸어갔지.
공기가 더워지고 있었지만
햇빛을 그대로 받으며 걷는 거보다
확실히 그늘이 있어 걷기 괜찮았어.
그러다 마포대교 옆
서강대교에 도착할 때가 되었고
한강을 건널 때가 되었지.
나보다 높은 그 어떤 것도 없는
서강대교 위
온전히 햇빛을 받고 있었어.
조금은 건너가기가 망설여졌지.
너무 눈이 부셨어.
하지만 빠른 걸음으로
1.3km 정도 긴 거리의 서강대교 가기로 맘먹고
머리에 모자를 잘 눌러쓴 후,
허리 딱 펴고 빠르게 걷기 시작했지.
왼쪽 아래는 바로 한강,
오른쪽 옆은 뜨끈한 열을 내며 달리는 차들이 달렸지.
차 안에 사람들,
이런 날 서강대교 위를 걷는 사람도 있네 싶었을 거 같아.
나 말고 아무도 서강대교 위에 보이지 않았지.
어떻게든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을 피하자며
열심히 아무렇지 않은 듯 빠르게 걸어 나갔지.
뜨거운 공기지만
살짝씩 강바람이 불어 조금은 시원도 했었어.
한참을 걸었더도 서강대교 위에는 움직이는 건 차뿐,
앞으로도 뒤로도 아무도 없어.
그런데 걸어 가는 쪽 저기 저편에서
검은 단발머리에 검은 탱크톱과 통 넓은 검은 바지 입은
빨간 입술을 한 하얀 사람이
따릉이를 타고 오고 있었어.
괜히 반가웠지.
걸어서 건너는 거보다
확실히 따릉이 타고 건너는 게
세 배는 빠를 거라 생각했지.
왼쪽 옆으로 지나가는 따릉이 위 한 사람
이 더운 날 조심히 잘 가세요.
무사히 서강대교를 건너고
빠르게 내려와 그늘부터 찾았어.
그리고 한 300m 정도 걸었나
갑자기 숨이 짧아지고
가슴이 조여 왔지.
절로 몸이 숙여졌어.
땀 많이 흘렸고
호흡곤란에 어지러움이 생겼지.
천천히 심호흡하며
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
좀 더 걸어가니 편의점이 보였고
들어가 이온음료를 살까 했지만
물을 샀고 천천히 마셔 주었지.
나이 들어서 이런 아픔이
갑자기 온 걸까 싶었는데
전에도 이런 아픔이 있었던 거 같아.
해 아래 몸 하나
그랬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