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혼자라면)
혼자 사는 게 좋냐고 하면
좋다고 말하기보다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할 수 있겠지.
너와 똑같을 사람이
한 방에 있지 않을 뿐,
아마 혼자만 있는 거 아닐거야.
함께 시간을 보낼 무엇을
갖추고 살고 있지.
그 무엇이 너와 똑같을 사람을
대신하고 있어.
당장 너에게 폰이 없다면 어떨까.
방에 있는데
마주할 화면이 없다면 어때.
니가 평소 보고 싶어 하고
쉽게 볼 수 있던 게
없어진다면
그때 진짜 혼자라 느껴질 때일지도 몰라.
혼자 살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을
곁에 두고 있지.
너란 사람처럼 다양하고
복잡한 사람보다
부분으로나마 함께할 무엇을
가까이 두고 살고 있어.
어쩌면 너란 사람은
자신과 똑같을 사람과
마주하며 살 자신이 없는 거일지도 몰라.
너와 똑같은 사람보다
다른 동물이,
온라인으로 마주할 다른 무엇이
함께 있어서 부분적이라도 만족할만하니
혼자 그렇게 사람 대신할 걸
가까이 두고 있는 거야.
혼자라고 생각하고 말하지만
결국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서
곁이 뭐든 두고 쳐다보고 있잖아.
너와 똑같은 사람을 대신하려고 하잖아.
너의 일부, 그 일부라도
만나며 익숙하면서 즐겁게 살고 싶어 해.
진짜 혼자 살고 싶은 게 맞을까.
어쩔 수 없어서 그런 걸까.
부분적 만족이면 이제 충분해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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