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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 씨 Sep 26. 2023

다들 칭찬하는 그림,
이렇게 보이기도 해


오래전 산 또는 언덕에 

다닥다닥 붙어 버린 집들. 

어둡게 붙어 있는데 조명도 

다닥다닥 집 한쪽에 보이는 그림, 

유령동네 같아. 


어둡고 무섭지. 


초록초록한 큰 나무 

또는 나무가 많은 숲에 

크게 한 둘 있는 동물들, 

또는 여기저기 있는 자잘한 동물들. 


나무부터 동물까지 밀도 있게 색칠해져 있는데  

작은 벌레들이 우글우글하게 있는 거 같아 

징그럽고 어지러워. 


이렇게도 보이는데 

이상하게 좋기만 하다는 사람들이 있어. 

보는 눈이 다양하다 하기에는 

그냥 좋게 보려고만 하는 눈 같아. 

쉽게 예쁜 그림 좋다는 거지.


마치 누가 좋다 하니 따라 좋아하고 

누가 돈 된다 하니 따라 사는 듯  

생각 없는 무리가 된 거 같기도 해.


세로로 균일하게 있는 

선의 모습으로 표현한 그림을 보면 

지하철 타러 가거나 

건물 위, 아래층 갈 때, 

반듯하게 직선으로 반복된 에스컬레이터의 일부 같아. 

 

그냥 발 디딜 에스컬레이터 그 일부를 

벽에 걸어도 충분히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지. 

단지 금속이 아닌 종이로 세로로 입체적이고 

이런저런 예쁜 색으로도 표현했지만 

빛에 강하게 반사되어 

눈부신 에스컬레이터의 일부처럼 보이니  

눈 아프고 어질해서 보다 말지. 

 

대단하다, 비싼 단색화라며 

그저 좋게 보려는 거 같은데 

누군가는 자기이익을 위해 그렇게 칭찬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왜 그런 걸 좋아하는 척할까. 

아무런 철학도 없는 표현일 뿐이잖아. 

내용이 없다는 걸 파악한 사람이 별로 없나 봐.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 

말로 소리 낸 걸 듣고  

글로 적은 걸 읽어 보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참 공허하지. 

뻔할 대단한 내용과 이어지길 바라고 있어. 


정말 취향 따라 좋고 싫은 게 있는지 

모를 정도로 위에 말한 작품부터 

다른 어느 작품까지 비판하는 이야기가 

한국미술계에 없지. 

좋게 좋게 지내자는 식 같아. 


그런 작가가 더 이상 뭘 할 수 있겠어. 

생각의 힘이 있는 작가는 드문 건 어쩔 수 없어. 

여기 한국작가 중 

대단하게 느껴질 만큼 짜임새 있고 강한 힘을 가진 생각, 

누가 있나 찾아봐.

그저 표현한 거에 대한 보이는 설명만 있을 뿐이지. 


심한 게 재료를 뭐로 했다느니  

표현방식이 어떠했냐 그 정도 보이는 다름만 

주로 이야기하지. 

왜 그런 재료로, 그런 표현방식으로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강하게 해서 

구체적으로 그런 표현으로 

대화하려고 했는지가 없잖아. 


솔직히 정직하게 이러고 싶어서 

표현했다는 작가라면 다행이지. 

거짓말하며 표현에 또 말 만드는 짓을 하니 

거짓말하는 작가 얼마나 많나 싶어.


표현한 작품에 그 작가의 머릿속이 

다 보이는데도 말이야. 


쉽게 생각하는 머리와 

표현하는 손을 나누어 보면,

한국작가는 대부분  

손으로 표현하는 거에 머물고 있지. 

생각하는 머리는 없어. 


그래서 그들의 작품이 대부분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 그 정도만 노력하고 있지.


앞서 이야기한 몇몇 작품들 

좋다고 볼 수도 있고 

그저 그렇다고 볼 수도 있어. 

그냥 취향으로 나누어 본다면 그래. 


만약 니가 세계미술을 깊이 알아가지 않더라도 

세계에 있는 수많은 작품을 느긋하게 봐 왔다면 

한국에서 내세울만하다는 작품이라며 

떠들고 있는 게   

세계에 내세울 거리가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야. 

스스로 세계에 서 있을 힘이 안 되는 작품이란 말이지. 


그나마 다른 분야들로부터 

한국이라는 브랜드 같은 힘이 생기고  

세계에서 주목받는 순간이 온 건데 

한국 + 작품이라고 붙여지고 한국이 돈이 될 수 있는 장소라  

지금 한국미술시장이 이런 상태인 거야. 


한국에 내세울 대표할만한 강력한 작가가 

등장할지 계속 이 꼴일지 

이 역시 타이밍인데 어찌 될까.


세계 사람들이 

한국에 있는 어느 작가나 

어느 미술관에 보고 싶어 오는지 봐봐. 

거의 없어.


한국미술이 그 정도인 거야.

작가만의 문제가 아니야. 

기획자, 평론가 등 한국미술계의 구조에 

자리한 사람들 전체가 문제인 거지. 


지금 한국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어떤 작가들을 주로 전시하나 봐. 

그래서 이 꼴이야.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만 

비교해도 금방 알 수 있잖아.


조금 다행이라면 

프리즈 서울이나 세계적인 갤러리가 

한국에 자리하게 되면서 

한국 갤러리들이 세계에 내세울 한국작가를 찾고 있는데 

아직도 보는 눈이 너무 한정적이라 안타까워. 


앞서 차근히 지속적으로 준비하며 

쌓아 올린 세계적일 한국작가가 없어서 

이제서야 막 만들려고 하니 답답하지. 

겨우 나이 많은 몇몇 작가들에게 기대고 있는 거야. 

한국미술계 자체가 너무 허술하게 뭐 하는 있나 싶지. 


한국미술계에 

생각을 하고 표현할 줄 한국작가들로 

언제 채워질까. 


머릿속이 뻔히 보여 

텅 비어져 그저 보기 좋다할 작품,

거짓으로 철학 붙이는 그런 한국작가들 

언제 제 자리로 가게 될까.


적어도 정직하란 말이지. 

이제는 세계를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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