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의 시간 10
누가복음 9장에는 오병이어의 기적 사건이 소개되고 있다. 벳새다 부근의 빈 들에서 예수님은 무리에게 복음을 전하고 병을 고쳐 주고 계셨다.
그런데 날이 저물기 시작하였다. 이에 열두 사도가 예수님께 무리를 마을로 보내 숙식을 해결하게 하자고 여쭈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들에게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말씀하셨다. 자기들의 의견대로 하면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 같은데, 돈 한 푼 없는 자신들에게 도리어 먹을 것을 주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제자들은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볼멘소리로 예수님께 여쭈었다. "우리에게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없습니다. 이 모든 사람을 위하여 먹을 것을 사지 않고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이로써 그들은 여전히 예수님의 생각은 틀리고 자신들의 판단이 옳다고 주장하였던 것이다. 예수님과 제자들의 대화 속에는 둘 사이의 갈등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첫 번째 원인은, 제자들이 예수님을 제대로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앞선 8장에서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배를 타고 가는 도중에 광풍과 거센 파도를 한 마디 말씀으로 잠잠하게 하신 예수님을 목격하였다. 또 거라사인의 땅에서 군대 귀신을 돼지 떼와 함께 호수에 몰사시키신 예수님을 목격하였다. 그런가 하면 12년 동안 혈루병으로 고생하던 여인이 예수님의 옷 가를 만지자 낫는 것을 보았고, 회당장 야이로의 죽은 딸을 예수님이 말씀으로 살리신 것도 생생하게 목격하였다. 따라서 그들이 목격한 주님은 무리의 숙식 문제를 그것들보다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분이셨다. 하지만 제자들은 앞서 보았던 예수님의 능력과 지금 처한 상황을 연결시키는 눈이 없었다.
두 번째 원인은, 제자들이 자신들 안에 있는 능력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갈등이 있기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모든 귀신을 제어하고 병을 고치는 능력과 권위를 주셨다. 그리고 복음 전파와 치유 사역을 위하여 그들을 내보내셨다. 예수님으로부터 능력과 권위를 받은 제자들은 나가서 각 마을에 두루 다니면서 복음을 전하고 병을 고쳤다. 그들은 자신들도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일들을 경험하였던 것이다. 예수님은 바로 그런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따라서 예수님의 말씀은 그들이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허황된 것이 아니었다. 예수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을 때에는, 그들이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여기셨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과 권위를 이미 주셨다. 하지만 제자들은 그 사실을 하얗게 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것을 믿는 대신 볼멘소리로 투덜거리기만 하였다.
만약, 제자들이 예수님을 제대로 이해하고 믿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또 자신들 안에 있는 능력과 권위를 제대로 이해하고, 예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믿고 행하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남자만 오천 명이나 되는 무리의 배고픔을 해결하는 놀라운 일을 경험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결과 그들은 그 기회도 놓쳐 버렸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예수님을 제대로 알고 믿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분이 이미 우리에게 주신 능력을 제대로 알고 믿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돌아보아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