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된다는 것

유아 일기장 14

by 박준택


이슬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든 일은, 녀석이 너무 잠이 없다는 것입니다.


제 아빠와 저는 이래저래 지쳐서 눈이 저절로 감기는데, 낮잠도 안 자는 이슬이는 밤에도 안 자며 놀아 달라고 합니다. 백일부터 이십 개월까지 하루에 대여섯 시간밖에 안 자는 이슬이. 그 또래 아이들의 평균 수면 시간이 이십 시간 가까이 되는데도 말입니다. 저가 무슨 대입을 앞둔 수험생인 줄 아나 봅니다.


게다가 어떻게 잠이 들더라도 반드시 새벽에 깨서 심하게 울어댑니다. 제 아빠와 저는 거실을 오가며 이슬이 재우기 작전에 한숨도 못 자기 때문에, 아침이면 항상 토끼 눈이 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이슬이를 업은 채로 무릎을 꿇고 소파에 얼굴을 묻고 잔 적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저는 집에서 살림만 하던 때라 종종 쉴 수도 있었지만, 업무에 시달리고 놀아달라는 이슬이에게 시달려서 늘 수면 부족으로 까칠한 남편의 얼굴을 볼라치면 어찌나 미안한지요.


한번은 밤 열두 시가 다 되어 가는데도 이슬이가 하도 안 자고 보채길래, 피곤한 이슬이 아빠 먼저 자라고 하고 이슬이를 데리고 아파트 밖으로 나왔습니다. 밖에서도 녀석은 계속해서 울어댑니다. 저도 그냥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같이 울고 싶더라고요.


그때 아파트 7층쯤에서 어떤 아저씨가 문을 확 열더니, 이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시는 거예요.

“야, 시끄러워! 이 시간에 누가 울고 지랄이야!”

한밤중에 민폐를 끼치는 것이 못내 죄송하였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다리에 힘이 쭉 빠지고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간신히 이슬이를 진정시켜 재운 후 방 한쪽 구석에 아무렇게나 처박혀 앉아 있는데, 그만 쌓이고 쌓여 있던 울음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당장이라도 개봉동에 있는 엄마한테 달려가고 싶었고, 아이 키우는 것이 너무 힘겨워서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남편은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 모자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잠만 쿨쿨 잘 잡니다.




그런 이슬이가 두 돌이 지나면서 잠꾸러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슬이가 잠을 너무 험하게 잔다는 것입니다.


저희 가족은 더블 침대에서 아빠하고 저하고 이슬이 이렇게 셋이 함께 잠을 잡니다. 낮에 안 자고 열심히 놀고 나대는 바람에 활동량이 많아서 그런지 잠도 뒹굴뒹굴 굴러다니면서 잡니다. 이슬이 혼자 바닥에 재워도 중간에 꼭 깨서 저희 부부 사이로 들어옵니다. 보기와는 달리 예민한 저는 자다가도 열두 번도 더 이슬이 때문에 깨곤 합니다. 갑자기 이슬이 발이 제 얼굴을 찬다든지 하면 잠을 못 자고 밤을 꼬박 새우기도 한답니다.


이렇게 얄미운 이슬이는 늦게 자고 아주 늦게 일어납니다. 아침 열 시와 열한 시 사이에 일어나기도 하니까요. 일어나서는 아주 큰 소리로 이렇게 외칩니다.

"엄마, 밥 줘!"

저야 늘 푹 자니까 밥맛이 나겠지만 저는 모래를 씹는 맛입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어른인 제가 다 참고 받아 줘야지.


엄마가 된다는 것, 그것은 새롭게 어른이 되는 것 같고, 조금씩 더 철이 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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