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일기장 20
요즘 이슬이는 비디오를 보면서 무아지경에 빠져 있습니다. 특히 애니메이션 ‘핑구’에 홀딱 반해서는 밥도 안 먹으려고 합니다.
“엄마, 핑구 조금만 볼게요.”
그리고는 달려가서 비디오를 켜는 시늉을 합니다.
핑구를 보고 있는 이슬이의 모습은 정말이지 가관입니다. 핑구가 “메롱” 하면 자기도 “메롱” 하고, 핑구가 스키를 타는 모습을 하면 자기도 엉거주춤 스키를 타는 모습을 하고, 핑구가 춤을 추면 제법 그럴듯하게 따라서 춤을 추기도 합니다. 심지어 “엄마, 핑구가 위험해!”라고 미리 저에게 귀띔해 주면서 이어지는 스토리뿐만 아니라 대사까지도 먼저 외치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녀석은 밥보다 핑구를 더 좋아합니다.
“이슬아, 밥 안 먹으면 핑구 안 보여준다!”
이렇게 아무리 협박하여도 당최 핑구에게 눈을 떼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물러설 제가 아니죠. 저는 잔머리를 굴려 “이슬아, 핑구는 이슬이가 밥 먹고 오면 같이 놀러 온대!” 하고 꼬셔 봅니다. 그러면 그제야 “예!” 하고 달려와 밥을 먹습니다.
“이슬아, 핑구가 그렇게 좋으니?”
“예!”
“왜?”
“핑구 재미있어.”
“재미가 뭔데?”
“응, 하하하 웃는 거.”
“그렇구나. 이슬이는 이다음에 커서 뭐가 될 건데?”
“아빠. 그리고 핑구.”
“이슬아, 아빠는 될 수 있는데...... 음, 핑구는 될 수 없을 텐데?”
“될 수 있어!”
“아냐, 핑구는 작가가 만든 이야기 속 주인공이야.”
엄마의 현실적인 지적에 이슬이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대꾸합니다.
“아냐, 핑구 될 수 있어. 엄마 미워. 엄마랑 안 놀 거야. 엄마 방구방구야!”
녀석의 모습이 참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합니다.
분명 이슬이는 핑구가 될 수 없겠지요. 하지만 핑구처럼 밝고 유쾌한 사람, 순수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이슬이가 나중에 커서 장가갈 때 꼭 말해 줄 것입니다. 이다음에 커서 핑구가 되겠다며 박박 우겼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