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은 우리가 배워온 것처럼 숭고하기만 한 일은 아니다. 임신과 출산은 현실에 맞닿아 있고, 여성은 그 현실 속에서 호르몬이 시키는 대로 우울함과 무능력함에 빠져있을 뿐이다.
그런 시간 속에서 성별 상관없이 우리 모두는 출산의 숭고함만을 강조하지 않아야 한다. 터놓고 말하자면, 힘들고 답답하고 완벽하지 않음을 숨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 눈물이 멈추지 않을 만큼 화가 나고 억울하다'라고, '이 모든 것들이 힘들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엄마라서 감내해야 할 고독과 아픔이란 없다. 그건 아빠도 마찬가지이다. 고독과 아픔은 표출해서 풀어내야만 하는 병적 요소이다. 이것을 '잘' 승화시켰을 때 육체적, 심리적 완전함을 바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때서야 비로소 우리는 임신에서부터 출산, 그리고 아이의 성장까지를 진정한 '해피 이벤트'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쉬쉬하고 있던 -그 숭고한 일-의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준 영화 '해피 이벤트'에서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