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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여진 Apr 25. 2020

가족의 대물림을 자식 세대에서
끊을 수 있는 이유

책 '고 온'_더글라스 케네디




1. 가족, 비밀사회

"각각의 가족은 비밀스러운 사회라 할 수 있다. 그 가족들에게만 특별히 존재하는 법칙, 규칙, 한계, 경계의 영역이 존재한다. 다른 사람들의 시각으로 보자면 도저히 말도 안 되는 규칙이 어느 특정한 가족들 사이에서는 능히 통용될 수 있다."



2. 더글라스 케네디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는 미국에 비판적인 사람으로 유명하다. 사실 가족 사회를 다루는 책에서 그의 사상적인 면모를 발견할 줄은 몰랐다.


그러나 그것이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색다르게 느껴졌다. 미국 부모 세대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종교와 정치적 상황으로 풀어냈다. 논리적 비약이라기 보다 당연한 사회적 군상이라고 여겨졌다.





3. 비밀사회와 대물림

각각의 가족이 특정한 규칙을 응집한 비밀사회가 되기까지 그 전 세대 혹 외부 사회에 의한 비가시적-서사적인 대물림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이 작품 안에서는 종교와 정치적 상황이 그 예시였다.


장세니슴과, 청교도 신권정치에 반하는 이들은 모두 이단이라 칭해졌다. 장세니슴은 죄책감을 강조하는 가톨릭의 모태가 되었다. 그리고 미국 식민지 시대 때 청교도 신권정치의 권위에 반한 사람들은 시민권을 박탈 당했다. 미국에서의 이러한 움직임은 주인공 앨리스의 아빠가 가톨릭을 믿으면서, 동시에 죄책감을 머리에 담고 살아가게 만든다. 이는 오키나와 전쟁이라는 트리거를 만나 무의식적 죄책감이 아빠의 평생을 괴롭히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리고 작품 속 행콕 교수는 이러한 종교적 배척과 보복 행위가 미국의 매카시즘(반공산주의 운동)과 일맥상통 하다고 설명한다. 매카시즘이란 단순한 반공산주의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 역시 분단되어 공산화 세력(북)이 커졌듯이 세계 곳곳에서 공산주의 운동이 일어났다. 이를 심히 견제한 미국 사회 내에서 '국무성 안에는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매카시 의원의 발언이 있었고, 이것이 매카시즘으로 연결됐다.


청교도 신권정치에 반하는 사람들이 시민권을 박탈 당한 것처럼, 매카시즘을 선창하며 미국 공산주의자들을 공격대상으로 삼은 것은 권위에 반하는 세력들의 묵살 쯤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매카시즘은 아빠의 사상이 된다.


죄책감-장네시슴은 결론적으로는 묵살을 피하는 하나의 도구이며, 매카시즘 또한 그것과 같다. 물론 할아버지(전 세대)라는 보수적인 억압 상황도 있었다. 이러한 서사적 대물림을 통해 아빠라는 사람이 형성되었다.


여기에다 유대인 엄마, 그리고 그녀의 경력 단절, 신경증이라는 새로운 상황의 개입으로 이제 주인공 앨리스에게 또 다른 서사적 대물림이 일어나게 된다. 앨리스와 다른 형제들에게 엄마와 아빠는 부모라는 허울뿐 아니라 그들의 서사적 대물림을 제공하는 비밀 사회의 울타리로도 작용한다.



4. 고 온(지속하다, 계속하다), 하지만 주인공(자식 세대, 즉 우리)은..

그러나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고, 외부 상황의 개입이 달라짐에 따라 앨리스는 그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위치가 되었다. 적어도 작품 속 주인공의 상태는 그렇다. 앨리스 세대에서부터 대물림이 끊길 수 있는 이유는, 정신적 건강과 행복을 챙길 수 있는 큰 사회 외부적 틀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념과 사상 갈등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지만, 현재 새로운 이념들의 대두로 인한 변화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대물림을 논하기엔 이르다. 다시 말해 오늘날의 이념 분쟁은 아직 대물림의 대상이 될 주인공, 자식 세대, 또 다른 우리가 없기 때문에 비밀사회의 지속이 불가하다.


또한 전 세대의 전쟁, 민주주의를 향한 투지는 생존과 본능에 직결되는 문제였다. 당장 나에게 떨어지는 먹을거리와 돌아다닐 수 있는 반경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다. 본능을 해결해야 할 상황에 압도되는 순간, 사람들에게 '삶의 질'이라는 단어는 사치스러움에 불과하다. 이런 시기에서 벗어나 우리는 '인간 실존', '인간 가치'에 대한 타당성과 근거를 사회에게 요구한다. 전 세대에서는 이것들의 존재 유무에 대한 실랑이를 했기 때문에 어쩌면 다행히 한 발짝 앞섰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앞 세대의 대물림을 깔끔히 파괴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의 제목이 '고 온(Go on)', '계속하다'라는 의미인 것은 대물림이 결국 이어진다는 뜻인 것 같은데, 이건 비밀사회의 결속이 육체-유전자적인 것에서는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완벽히 끊기지 않는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리고 앞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는 앞 세대의 비밀사회에서만 벗어난 것일뿐, 우리의 비가시적-서사적 대물림에 대해서는 경계하지 않고 있다는 말로도 형용된다. (예를 들자면, 현재의 나는 인권 문제에 어느 정도 급진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상에 나의 서사가 담기게 되고, 결론적으로 이는 나의 후 세대에게 전해지게 될 것 아닌가? 그때 내가 후 세대에게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이 서사가 강요가 되지는 않을지 경계는 해야하지 않을까? 아니라면 적어도 나의 육체-유전자적인 대물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후 세대에게 내 서사마저 물려줄 수는 없다는 철저하고 강철같은 마음을 품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2권을 읽어야 답이 나오는 문제겠지만서도.


어쨌든 책의 내용은 신선했다. 단지 미국사회에서만 적용되는 이야기 흐름이라고 할 수 없다. 역사적 풍파가 많은 한국은 외부 상황의 정신적 개입이 매우 큰 나라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비밀 사회의 속내는 사실 한 사람의 성격과 개성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그것이 논리적 비약이다. 본인이 이러한 상대적인 대물림의 역학관계를 인지했다면, 이를 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독립적으로 주체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 하겠지. 주인공 앨리스가 행콕 교수의 수업을 들으면서 느꼈던 그대로 말이다.


솔직히 이렇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큰 일이라고 보인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를 일찍이 깨닫고 집필한 더글라스 케네디가 미국에 '비판주의적'인 작가라고 평 받는 걸거다.



5. 생각해 볼 거리

육체-유전자적 대물림말고도 필연적으로 대물림 되는 것이 있다. 바로 환경.

사실 이러한 것을 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어느 정도 갖춰진 환경에서의 교육이 무조건 선행된다. (논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와 싸움하고 있다고 본다.)

그 중에서도 경제, 거주와 같은 환경은 이 '태초부터 계급' 사회, 아니라면 위계 사회에서 매우 달라진다.

위계 서열의 낮은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이를 어떻게 뿌리칠 수 있을까.

자수성가라는 말은 개뿔이니 집어넣도록 하고.

사실 참 야속한 투정일 수 있으나 그래도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 내 의견으로는 그러니 독하게 '정서적 서사'를 유연하고 아름답게 대물림 해야한다는 단지 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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