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YOUR CART 6: 문상돈님
IN YOUR CART는 팀 렛잇비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온라인 장바구니를 살펴보는 본격 취향 탐구 인터뷰 코너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의 욕망과 감각이 담긴 위시리스트가 궁금합니다.
여섯 번째 인터뷰이는 다큐를 좋아하는 예능 PD 문상돈님입니다.
이름: 문상돈
직업: 프로듀서 (대표 연출작 : 어서와한국은처음이지)
자기소개 부탁한다.
방송국놈. 되게 시리어스하고 시니컬한데 직업적으로 예능 PD를 하고 있는 사람.
예능 PD를 선택하게 된 배경?
남들이랑 다른 일을 하고 살고 싶었고, 학교에서 신문방송을 전공하면서 자연스럽게 방송 일을 생각했다. PD 직군을 택하고 나서 예능을 결정한 건 단순하다. 시사교양이나 드라마는 내가 못할 것 같아서. (웃음)
직업적 목표 의식이 있다면?
나는 시니컬한 사람이라 “내가 볼만한 걸 만들자”가 예능 만들 때의 목표다.
학창 시절부터 다른 사람을 재밌게 하는 것에 소질이 있었나.
“말을 잘한다” “말을 재밌게 한다”는 얘기를 들어오긴 했으나, 농담을 즐기거나 개인기를 하는 건 관심도 없고 소질도 없었다. 흔히 말해 예능에서 얘기하는 희극파는 아니다. 앞에 나서는 성격도 아니다. 학교 다닐 때도 그랬고, 방송국 들어와서도 늘 전형적인 ‘아싸’ 취급을 받았다.
왠지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다거나 하는 의외의 취향을 갖고 있을 것 같다.
엄청 좋아한다. <누들로드>, <슈퍼피쉬>, BBC <Earth> 시리즈 같은 것들. 잘 만든 다큐멘터리 한 편은 보고 또 본다. 반면 아무리 재밌어도 본 예능을 또 본 건 없다. 예능이고 다큐고 드라마고 방송판에서 보면 다 ‘짜고 치는 것’인데 그중 다큐가 제일 리얼하니까. 진짜니까. 그래서 좋아한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등을 연출했다. 원래 여행이나 새로운 경험을 하기 좋아하는 성향인지?
전혀. 이 프로그램을 연출하기 전에 여행을 많이 다닌 편도 아니었다.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로도 촬영을 위해 해외를 많이 다녔지만 제대로 여행을 한 적은 없다. 일단 너무 바빴다. 지난 2년 반 동안 일주일에 하루 쉬었다. 이전에는 여행을 싫어한다기보다 여행을 왜 하고 싶어 하는지 잘 이해 못하는 타입이었다. 그런데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프로그램하면서 많이 배웠다. 이제 여행하면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아직도 못 가고 있다.
프로그램 기획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온 건지 궁금하다.
서점가는 걸 좋아한다. 책을 많이 읽진 않는데 콜렉팅을 한다. (웃음) 어느 날 강남 교보에 갔는데 외국인 코너에 호기심이 가더라. 그래서 가 보니까 외국인들이 줄지어 앉아 너도나도 한국 여행 책자를 보고 있는 거다. 그중 한 권을 집어서 봤는데 “이게 뭐야” 싶었다. 한국을 제대로 여행하는 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하면 재밌겠다 싶어 바로 기획서를 만들어 냈다. 그게 2016년 4월이다. 첫 방송은 6월에 했다. 시청률 0.7% 나오면 대박이라고 했는데, 첫 방송이 0.8%, 두 번째 방송이 1.2%, 세 번째 방송에서 2.1%를 넘었다. 창사 이래 시청률 2% 넘은 게 처음이었다.
8년간 방송국 안에 있었는데, 그동안 콘텐츠 수용자들은 어떻게 변화했나.
TV를 ‘본방사수’하는 사람들은 점점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둔 <미스트롯>은 그런 변화 속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걸 명중한 케이스다. 그동안 중장년을 위한 오디션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중장년층도 유튜브를 본다. TV 시청률 지표는 더 이상 의미가 없고, 콘텐츠 수용자는 모바일로 넘어가고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모바일이 만능이 아니라는 것 역시 모두가 안다. TV와 모바일 사이의 간격을 뚫고 사람들에게 '먹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과제다. 어려운 얘기다.
평소 소재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한 습관이나 루틴이 있는지?
순간순간 떠오르는 걸 메모하는 습관은 있지만, 내가 소설가나 작가 같은 창작자도 아니고. 루틴 같은 것은 없다. 그냥 관찰하는 게 전부다. 다만 여유가 있을 땐 '평소 잘 안 하는 짓거리'를 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집에서 TV를 틀어놔도 마운틴 채널, 해외 채널, 낚시 채널 등 다양한 채널을 돌리며 본다든지. "아 이런 것도 방송을 하는구나" "내가 모르던 세상이 있구나" 그런 걸 알 수 있다.
TV 말고 영화도 좋아하나? 어떤 장르?
TV는 비평을 하면서 보는데 영화는 내 영역이 아니니 마음 편하게 본다. 장르는 가리지 않고 다 본다. 판타지부터 에로까지. 막장에서도 아이디어가 나오니까.
프로듀서로서 가져야 하는 자질이 있다면?
세상을 궁금해하고 관찰하고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표현할 줄 아는 것. 후배들이나 동료들이랑 얘기하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걸 하려는 사람이 많은데, 프로듀서라면 남들이 좋아하는걸 잘 이해하는 게 먼저다.
창의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관찰력. 사람들은 대개 관찰한다고 해도 보는 것만 보는 습성이 있다. 매일 같은 거리를 걸어도 매일 다른 걸 발견할 수 있다. 다른 걸 보려고 노력하는 것, 그게 창의라고 생각한다.
일과 관련한 것 외에 평상시 취미생활은?
몸 기르는 운동 좋아한다. 궁금하면 끝까지 파는 성격이라, 헬스 하면서 근육 키우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싶어 퍼스널 헬스 트레이너 자격증도 땄다. 그리고 옷 쇼핑. 패셔니스트라고 말할 수는 없는데 기본적으로 꾸미는 것, 옷 사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청바지. 청바지는 패션업 종사자랑 얘기해도 지지 않을 정도로 원단, 면사, 재질, 워싱 등에 대해서 쉴 새 없이 떠들 수 있다. 짐바브웨에서 나온 데님 원단 이런 거. 비싸거나 최신 유행을 선호하는 게 아니라 나와 핏이 잘 맞는 제대로 된 한 벌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청바지를 입는 원칙이나 관리 노하우가 따로 있나?
수십 개 사서 자주 바꿔 입는 게 아니라, 로우 생지 데님 바지를 하나 찾아서 산 뒤에 내 마음에 드는 워싱이 나올 때까지 일 년 내내 입는다. 청바지 특유의 꿉꿉한 냄새가 날 때까지 꾸준히 시간을 두고. (웃음) 그리고 절대 세탁기에 돌리지 않는다. 무조건 손빨래. 정성스럽게 그늘에 자연 건조한다.
좋아하는 청바지 브랜드가 있는지, 그 외에도 애착을 가진 브랜드?
미국 LA 데님 브랜드인 로그 테리토리(Rogue Territory)와 일본 모모타로 진(Momotaro Jeans). 그리고 더블알엘(RRL)을 좋아한다. 돈 많이 벌면 RRL만 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