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IN YOUR CART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어두운 클럽에서 가장 밝은 곳은 DJ가 선 무대 위"

IN YOUR CART 7: 최용욱님

IN YOUR CART는 팀 렛잇비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온라인 장바구니를 살펴보는 본격 취향 탐구 인터뷰 코너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의 욕망과 감각이 담긴 위시리스트가 궁금합니다.

일곱 번째 인터뷰이는 일렉트로닉 듀오 Pierre Blanche(피에르 블랑쉬)의 최용욱님입니다.



이름: 최용욱

직업: Producer/DJ (Pierre Blanche)




자기소개 부탁한다.

테크노 듀오 Pierre Blanche에서 디제이와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이스코(Isco), 최용욱이라고 한다. 작업실이 일산 백석동에 있는데 ‘백석’을 불어로 바꾼 Pierre Blanche(Pierre - 돌멩이, Blanche - 흰색)을 팀명으로 쓴다. 팀명이 재미있다는 분들이 많아 우리의 네이밍 센스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디제이를 어떻게 직업으로 삼게 됐나.

대학교 때 디제이를 시작했고, 졸업과 함께 전업으로 음악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안정된 직업이라고 할 순 없지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만큼 나에게 부끄럽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 팀을 이뤄 곡을 발매하기 시작한 지는 2년 정도 됐는데, 그 사이에 꽤 많은 일들이 있었다. 처음으로 발매한 곡이 전자음악 전문 플랫폼 ‘Beatport’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차트에 진입했고, 작년에 발매한 ‘Ares’는 데드마우스(Deadmau5)가 BBC Radio 1 Essential Mix와 각종 페스티벌에서 플레이하고 있다. 어릴 적 우상으로 생각했던 아티스트가 우리의 곡을 플레이한다니, 나름 인정받고 있다고 느껴져 굉장히 뿌듯하다. 그를 통해 Pierre Blanche 라는 아티스트와 작업물을 알게 된 팬들이 생긴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로듀서와 디제이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해달라.

프로듀서의 역할은 컴퓨터 프로그램과 신디사이저 등 악기를 활용해 곡을 만드는 거고, 디제이는 공연 때 여러 곡을 섞어 정해진 시간 동안 플레이하는 거다. 주로 주말에 클럽 혹은 라운지, 시즌에 따라 페스티벌에 참여해 다양한 관객 앞에서 공연을 한다.




공연 이외의 일상이 궁금하다.

평범하다. 잠에서 깨면 밥먹고 회사원처럼 작업실에서 곡을 만들고, 운동 후에 귀가하는 것이 일상이다. 사실 대다수 프로듀서와 디제이의 삶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화려하지 않다. 공연장에서 관객들에게 보이는 모습은 한순간일 뿐, 스튜디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외로운 직업이다. 내가 소속된 다보탑 레코즈(Davotab Records)의 오너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듀서/디제이, 바가지 바이펙스써틴(Bagagee Viphex13)이 한 다큐멘터리에서 “스튜디오에서 홀로 음악에 쏟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라고 했는데 깊이 공감한다. 프로듀서와 디제이의 삶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마 전 다녀온 암스테르담을 비롯해 브뤼셀과 포르투, 파리 이야기를 들려달라. 기념품은 뭘 샀나?

기념품을 사 모으는 편은 아니다. 친구들과 함께 나눠 마시려고 저렴한 포트와인을 한 병 사 왔다. 세계 댄스 음악계 종사자들이 모두 모이는 워크숍 겸 페스티벌인 'Amsterdam Dance Event'(이하 ADE)의 초청을 받아 다녀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바로 눈 앞에서 공연을 하고 길거리에서 그들을 마주쳐 인사를 하는, 유튜브에서만 보던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지니 행사가 진행된 5일 간 흥분된 상태에서 벗어나질 못했던 것 같다. ADE가 끝나고 난 뒤에 브뤼셀과 포르투, 파리를 열흘 정도 여행하고 돌아왔다. 특히 포르투에 많은 기대를 품고 갔는데, 도시 브랜딩 대표적 사례의 명성만큼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공사 현장 펜스 같이 사소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들까지 통일성 있는 디자인으로 꾸며놓은 게 인상 깊었다. 포르투에서 추천하고 싶은 장소는 세랄베스 미술관(Museu Serralves)! 현대 미술관인데 공간 자체가 주는 매력이 컸다.




최근 참여한 'ZNF2019'는 어떤 행사인가.

이름이 'XX 열받아서 내가 만든 페스티벌'의 줄임말인데... (웃음) 음악시장에서 기형적으로 우후죽순 생겨났다 사라지는 대규모 페스티벌에 대한 반감으로 시작된 행사다. Bagagee Viphex13이 기획했고, 순수 한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디제이 라인업으로 행사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올해로 4회째인데 한국 전자음악 아티스트들에게는 연중행사가 됐다. 재미있는 점은 모든 아티스트가 스태프로 참여하는데 누군가의 지시로 일하지 않고 행사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각자 스스로 그 순간 해야 할 일들과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해낸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은 아티스트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온전히 얻어갈 수 있고, 행사 내내 관객과 아티스트와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이 펼쳐진다.



1회부터 지금까지 매 회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는데 올해 소감은?

개인적으로 작년(ZNF2018)이 내 최고의 공연이라고 여겼는데, 올해 참여로 순위가 바뀌었다. 특히 올해 공연은 처음으로 Pierre Blanche의 곡들만 플레이했는데, 함께하는 관객들, 또 처음 우리를 접했던 관객들의 즐겁고 감동적이었다는 피드백이 많아 스튜디오에서 외롭고 힘겹게 지낸 시간을 모두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음악 이외에 다른 취미가 있는지?

자주는 아니지만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자취를 하다 보니 직접 밥을 해 먹는 경우가 많은데, 요리하는 것을 귀찮다고 여기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유튜버 ‘육식맨’님의 추천으로 수비드 기계를 구매해 배송을 기다리고 있다. 더 즐겁고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서울 기반으로 활동하는데, 특별히 좋아하는 장소가 있나?

사실 바깥 활동이 많은 편은 아니라 특별히 자주 찾는 장소가 많지는 않다. 다만 공간을 구성하는 콘텐츠가 인상 깊은 장소들을 좋아한다. 가로수길 ‘컬렉션 라운지(Collection Lounge)’ 같은! 미술을 전공한 사장님의 취향이 강하게 반영된 공간인데, 소품부터 인테리어, 엄선된 음악 플레이리스트와 수준 높은 칵테일까지 완벽하게 준비돼 있다. 특히 손님을 맞는 애티튜드가 남다른 곳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소지하는 물건은?

아이폰과 에어팟. 아이폰은 달리 말할 필요가 없고, 에어팟은 작업실 밖에서 음악을 모니터링할 때 쓴다. 그동안 쓰던 이어폰이 불편했던 이유가 뭐였지 했는데, 선이 있었기 때문이더라. (웃음)


아티스트가 아닌 본인이 관객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공연이 있다면?

공연을 볼 때, 무대 구성이나 조명 등 전체적인 프로덕션까지 눈여겨본다. 그 점에서 영국의 전설적인 일렉트로닉 듀오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의 올해 부산 록 페스티벌에서의 라이브가 인상적이었다. 진짜 무대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전자음악 공연 중에서 그렇게 압도적이고 몰입감 높은 공연이 또 있을까 싶다. 레전드 반열에 오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살짝 눈물도 났다.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나?
네덜란드 출신 디제이 겸 프로듀서 요리스 본(Joris Voorn). 아름다운 멜로디와 사운드를 잘 구현하는 아티스트다. 일렉트로닉 음악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꼭 한 번 들어보길 추천한다. 음악뿐 아니라 레이블과 파티까지 그의 손이 닿는 모든 요소에서 아티스트로서의 센스를 엿볼 수 있다. 암스테르담에 머물 때, 그의 파티에 일부러 찾아갔었는데 역시나 정말 좋았다.


끝으로 인유카 독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곡 세 가지만 꼽는다면?

Joris Voorn - Antigone

이번에 새로 발매한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멜로디와 산뜻한 사운드를 느낄 수 있다. 지난 10월 충남 서천서 열린 장항 선셋 페스티벌에서 해 질 녘에 이 곡을 틀었는데, 그때의 광경과 함께한 사람들까지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다.

Olafur Arnalds - Re:member

아이슬란드 뮤지션 올라퍼 아르날즈(Olafur Arnalds)의 곡이다. 이 아티스트는 키아스모스(Kiasmos)라는 팀의 멤버로 처음 접했는데, 클래식한 어쿠스틱 악기와 전자 악기를 접목한 음악을 개인 앨범에 담았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사운드에 매료돼 이 곡을 듣자마자 앨범을 LP로 구매했다.

Bonobo - Break Apart (feat. Rhye)

보노보(Bonobo)의 곡에 뛰어난 보컬리스트 라이(Rhye)의 조합! 보노보는 닮고 싶은 아티스트 중 하나다. 그의 공연뿐 아니라 앨범을 감상하는 걸 무척이나 즐긴다. 이 곡은 여름보다는 본격적으로 겨울로 넘어가는 지금 같은 시기에 더욱 듣기 좋다. 







Pierre Blanche



매거진의 이전글 "어서와~ 인유카는 처음이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