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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엔디 May 18. 2024

이 정도면 까딱없어!

건축물은 내 상대가 아닙니다.

  저녁에 산책을 하고 이제 집에 거의 다 왔습니다. 18,000보! 많이 걸었더니 오늘 운동량이 꽤 나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약간 흐린 하늘에 몇 개의 별이 보입니다. 바로 머리 위에 목동자리의 아크투루스(Arcturus) 별이 보입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별의 이름까지 이야기하니 무척 똑똑해 보입니다. ㅎㅎㅎ 제 핸드폰엔 별자리 어플이 깔려 있거든요. 실시간으로 하늘의 별자리가 보입니다. 참 좋은 세상입니다.


  혼자서 걷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오늘의 일도 생각나고, 어제의 일도 그렇고, 심지어 그동안 수행했던 여러 가지 공사 프로젝트들도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휴먼스케일(Human scale) 들어 보셨죠? 대학초년생 시절 건축설계를 위한 첫 입문과정은 치수개념에서 시작됩니다. 공간을 계획하고, 구성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평균 체격을 기준으로 신체동작 범위에  따른 기본적인 수치를 알고 있어야 실제적인 도면을 완성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 탓에 도서관에 비치된 휴먼스케일 관련 책을 탐독하거나 휴대용 줄자를 갖고 다니면서 이런저런 치수를 암기하고 다녔던 고조선(?) 때의 일도 생각납니다.


  지각(perception)과 인지(cognition)는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지각은 감각기관으로부터 내가 알아차리는 것이고, 인지는 사고, 경험, 감각등을 통해 알아차린 것을 내가 해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각은 인지의 일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종종 건축현장에서 인지의 오류가 발생합니다. 너무나도 인간적이기 때문일까요? 휴먼스케일에 길들여져 있어서 일까요? 힘에 대한 위력(?)을 휴먼스케일로 판단하는 경우가 무의식적으로 발생합니다. 바닥의 다짐이 충분한지 여부를 알기 위해 발로 쿵쿵 두드려 봅니다. 그리고선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다짐 상태가 아주 좋은데! 끄떡없겠어!"

  철근의 정착상태가 제대로 되어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손으로 당겨 봅니다. "이 정도면 끄떡없어, 좋아! 괜찮을 것 같아!" 사람이 자기의 근육으로 힘을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은 기껏해야 30~40kg, 자기 몸무게로 계산해도 70~80kg 정도입니다. 그런데 판단하고자 하는 대상에 걸리는 힘은 사실 수십 톤에서 수백 톤으로 우리의 감각기관 한계를 한참 넘어섭니다. 만져보고, 두드려보고, 당겨보고 체감적 검측도 필요할 수 있지만 사실, 건축물의 구조에 관련된 것은 우리의 지각능력으론 검측자체가 불가능한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구조계산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것이고 다양한 측정도구를 동원하게 됩니다.


  두 번째 오류는 경험치에 대한 인지오류입니다. 사람의 능력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 것에 대해서는 이제  "경험"이라는 절대적(?) "증거"를 제시합니다. "예전에 내가 이 정도까지 해 봤는데 끄덕 없더라고! 괜찮아!", "내 경험상 이 정도면 될 것 같아 오케이!" 건축현장에서 종종 발생하는 관리자의 인지오류입니다. 철골구조물의 볼트체결도 T/S(Torque Shear) 볼트를 사용하여 주어진 토크(Torque) 값에 이를 때까지 조이다가 주어진 값에 도달하면 끝부분이 절단되는 계측공구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계측장비는 인간의 한계범위를 확장시켜서 인지할 수 없는 영역에서 수치적으로 그 안정성을 확보하게 만듭니다.


  건축물에 흔히 사용하는 외벽에 붙는 화강석 판재를 손으로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그 무게감이 장난 아닙니다. 규격이 좀 큰 것은 두 명이 간신히 옮길 수 있는 무게입니다. 그것이 건물 외벽에 수백 개가 붙어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건물이 견디는 무게가 얼마나 될까요? 그래서 예전에 없던 귀찮은 서류가 하나 생겼습니다. 사용승인 시 "비구조요소 안전확인서"를 해당관청에 제출하게 되어 있습니다. 내진에 대한 안전확보 차원에서 구조기술사의 확인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의 붕괴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다시 돌아보고 확인하면서, 너무나도 인간적인(?) 인지오류로 인한 사고가 발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술자의 책무가 아닌가 합니다. 오늘 저는 머리위로 반짝이는 목동자리 별을 보면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건축물은 내가 함부로 상대할 대상이 아니다.’

  아파트 공동현관문이 열리고 저는 이제 들어갑니다. 총 총 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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