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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엔디 May 04. 2024

공간을 연결할게요

가성비 높이는 공간 계획

  퍼햅스·러브(如果·爱), 화피(畵皮)의 여주인공 저우쉰(周迅)이 나오는 바람의 소리"풍성(風聲)"을 정말 재미있게 본 적이 있습니다. '중국이 영화를 이렇게 잘 만든다고?' 하면서 내심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중국영화하면 보통 허황되고 과장된 액션과 무술, 원한과 복수를 소재로 한 영화나 청나라 시기의 고전물 등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그리 기대하지 않았지만 워낙에 배역진이 화려한지라 보게 되었는데, 과연 심리 스릴러 영화치곤 그 시나리오가 꽤나 흥미진진합니다.

  오대장(吴队长;吴志国)이 부른 "공성계(空城计)"속 비밀암호, 저우쉰(周迅)을 포함한 배우들의 심리 역할이 새롭습니다. 특히나 눈에 띄는 것은 침술을 이용한 극도의 고문기술이 소개되면서 동양의 신비로운 의술이 포함되어 중화권 영화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겠다는 감독의 저의도 있는 듯합니다.


  저도 영화에서 사용된 침술의 실체적 내용이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도 전문적인 설명이 없길래 중국 웹사이트에서 검색을 해 보았더니 오히려 중국인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질문을 올리고 답변을 하면서 극 중 리우이에(六爷)라는 고문기술자의 침술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지기도 합니다.

영화 <풍성>에서 침술이 어떤 방식으로 작용되느냐는 질문


  예전에 건축주 한분이 한의원 약사였습니다. 공사 후 감사의 표시로 몸에 좋은 보약이라고 몇 첩을 챙겨주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평소 한의학에서 궁금한 것을 하나 물어보았습니다.

 " 선생님! 현대 의술은 계속 연구하고 발전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데 한의학은 왜 아직도 황제내경이나 동의보감 등 고전서적을 기반으로 모든 처방이 이루어지나요? 왜 발전이 없죠? "

  저의 얕은 지식과 우매한 질문에 그분은 "동양의 의술은 인체의 원리를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의학적 개념은 이미 과거에 완성되었고, 지금은 그 이론을 토대로 여러 가지 변형된 방법의 처방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양의 고전의학서는 아직도 경전으로써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   


  건축도 사실은 인체 시스템과 같아서 유기적으로 결합되고, 조직되어 하나의 형태를 만들어 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어진 땅에 레고블록을 쌓아 "집"을 하나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길과 대지가 연결이 되고, 공간과 공간이 연결되면서 또 다른 매개 공간이 생겨나고, 지역의 문화와 역사 속에 새로운 정체성을 갖고 창조되고 구성됩니다.


  건축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요즈음은 "동선계획", "데드스페이스 (dead space)"등의 단어도 클라이언트 입에서 쉽게 오르내립니다. "이렇게 계획하면 동선이 안 좋으니 저렇게 하는 게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이곳은 “데드 스페이스”가 돼서 공간의 활용도가 떨어집니다. "라고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는 그 말을 수용합니다. 그것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클라이언트가 알긴 아는데 체감적으로 공간의 활용성, 또는 공간의 가성비가 얼마나 좋은지는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렇게 하면 당초 계획보다 더 좋은 공간이 될 수 있으니 이런 식으로 설계 변경하는 것을 제안드립니다." 하면, 웬만한 고집불통(?)이나 자존심(?)이 강한 분이 아니고는 "그것도 괜찮겠네요"하면서 반신반의하면서 따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간이 완성되고, 변경된 계획이 반영된 곳을 직접 체험하면서

 "와! 이렇게 하니 정말 좋아요. 바꾸길 잘했습니다."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고, 이렇게 저렇게 활용 방안까지 내어 놓으며 침까지 튀기며 이야기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또 다른 예로 클라이언트가 아는데 체감하지 못하는 용어가 "연계한다"는 말입니다. "이곳을 이렇게 하면 뒤쪽 공간과 연계될 수 있고, 여기를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이 쪽으로 출입구를 내면 뒤쪽 야산 산책길과 연계되어 뒷산을 내 정원처럼 여기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건물과 이 건물이 연계될 수 있도록 계획되어야 신축과 증축건물의 활용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연계한다는 뜻은 공간을 확장시킬 뿐만 아니라 내 건물을 주변에 흡수시키면서 하나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창문을 통해 내다보는 뒷산이 화폭이 되어 액자화 된다는 차경(借景) 기술도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의 시각적 연계라고 볼 수 있지요.

다락의 창을 액자화 시킨 차경(借景)

  물론 건축물의 동선이나 공간의 조우닝(Zoning)은 계획단계에서 건축가들의 손에서 대부분 완성이 됩니다. , 소우주라 칭하는 내 몸의 모든 장기도 경혈(經穴, Meridian)과 경락(經絡, meridian system, channel network)으로 서로 연결되고 결합되어 있습니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되고 연계되듯, 어쩌면 평생에 한번 도전하는 내 집 짓기도 "연계"라는 단어를 기억한다면 공간에 대한 가성비를 좀 더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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